벨소리가 울리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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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휴무였다.
3일째, 경윤이는 조용하다.
나도 그냥 조용히 보냈다.
저녁엔 어머니, 어머니 지인을 모시고
새로 생긴 샤브올데이에 갔다.
경윤이랑 가려고
쿠폰까지 사뒀던 곳인데…
결국 먼저 가게 됐다.
배부르게 먹고 집에 와서
그냥 쉬었다.
⸻
밤에 카톡이 울렸다.
경윤이었다.
“도움이 필요한데…”
“뭔데?”
“해결~”
급한 일이었다면 전화했겠지.
카톡으로 온 거면
별일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래.”
거기까지였다.
더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였다.
그리고 난 잠들었다.
⸻
아침에 또 톡이 와 있었다.
운동화를 가지러 오겠다고.
현관 앞에 두면 가져가겠다 했다.
나는 짧게 답했다.
“내일 와.”
그 뒤로 톡이 계속 이어졌다.
화 많이 났냐고,
근데 왜 화가 났냐고,
드라이기 두고 갈 테니 쓰라고,
오늘 갈까, 내일 갈까.
나는 읽기만 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내일 와.”
⸻
그러다 경윤이가 물었다.
“근데 내가 전화 안 받아서 화났어?
내 전화 이제 안 받기로 했어?
삐졌어? 아니지?
난 아무리 싸워도 전화는 받아.”
그제야 알았다.
아… 그날 술자리에서
전화가 너무 울려서
잠깐 차단을 눌렀던 걸
그대로 둔 거였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 사이 경윤이는
계속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을지로에서 경윤이의 전화는
나에게 울리지 않았다.)
⸻
카톡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긴 글은 여전히 버겁다.
근데…
그 시끄러움이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막지 않았다.
경윤이의 톡은
읽긴 있는다.
그런데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어머니 신발 교환해 드렸어?”
이런 답이 있는 질문엔
내가 대답할 수 있다.
“영수증이 없어서 못 바꿨어.”
경윤이는 또 긴 톡을 이어갔다.
‘다시 돌아왔구나.’
조용한 것보다는
시끄러운 게 차라리 낫다고 느꼈다.
⸻
이너마더가 포돌이에게
포돌아,
너는 짧게 대답하는 게 편하지.
근데 경윤이는
그 짧은 대답을 무심하다 생각해.
그리고 그 무심함 속에서
자꾸 불안을 느껴.
너한텐 사소한 차단이었지만,
경윤이에겐 큰 상처였을 거야.
사랑은
네 방식만으로는 다 닿지 않아.
가끔은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다정하게.
그 한마디가
경윤이를 안심시키고,
너도 더 편안해질 거야.
포돌아, 너도 알잖아.
시끄럽고 길어도…
그게 완전히 사라지는 게
더 허전하다는 걸.
⸻
쿠키 글
(경윤) 근데 그날 롯데마트는 왜 갔어?
(포돌) … 어떻게 알아?
(경윤) 주차 등록 돼 있어서 나한테 알림 뜨잖아.
(포돌) 아, 롯데마트 아니고 샤브올데이 갔어.
(경윤) 거긴… 나랑 가기로 했잖아.
뭐야, 그럼 쿠폰도 쓴 거야?
(포돌) 쿠폰? 아니. 내가 산 게 아닌데?
(경윤) …아 그래?
경윤인 금세 삐지고,
또 금세 풀린다.
쿠폰은?
경윤이랑 아버지랑
강릉에서 같이 썼다.
“나랑 쓰려고 안 쓴 거지?”
경윤인 이런 걸 자꾸 묻는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아니라고 할 필요도,
굳이 맞다고 할 필요도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