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특수교사 수필집(신규와 교육감의 아름다운 만남)

by 특수교사 호짠

내가 신규교사로 교육지원청의 특수교육지원센터로 발령받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교육청 신규로 하루하루 늙어가던 나에게 한 공문이 눈에 들어왔다.

-신규교사와 교육감의 만남!-

쓸데없이 열정과 불만이 많던 나에게 이것은 나의 불합리함을 가장 윗선에 바로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와 돌이켜 본다면, 아마도 기획자들의 의도는 우리의 교육감이 이렇게 신규 선생님들을 잘 보살피고 현장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것 따위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신청 과정과 출장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며 결국 대망의 미팅날이 다가왔다.


모임 장소는 지역의 한 카페였다. 내가 교육청 일정 상 가장 늦게 도착했는데, 선생님들은 맨날 학생들에게 앞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면서, 교육감을 바라보는 가장 부담스러운 자리만 빼고 이미 만석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 기회!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교육감의 눈을 바라보며, 나의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현장을 둘러보니 이미 수많은 카메라와 녹음기로 가득 차있었다.

뭔가 신규교사와 교육감의 아름답고 진솔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순진한 나에게는 약간의 실망 포인트 었으나, 그들도 홍보는 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색한 식사 타임, 적당히, 적당한 스파게티가 나왔고, 교육감의 허허허 소리와 식기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어느 상황이든, 첫 질문이나 첫 대응이 그 상황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체하지 않고 첫 질문을 들이받았다.


특수교육지원센터 발령과 포지션의 태생적 문제점, 업무의 과중과 교사인데 행정직 공무원의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 교육지원청 파견과 발령의 각 문제점 등을 연달아 질문하였다.


그리고 내가 포문을 이렇게 열어서일까..

주변 선생님들의 다양한 현장의 문제점들을 짚어주는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흡사 댐이 무너지며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는 듯하였고,

또 어떻게 보면 누가 누가 까다로운 질문을 하는가? 사생 대회 같기도 하였다.


'어머 교육감님! 현장에 오니 긴장되고 힘들어요 호호호, 그래도 이렇게 교육감님이 계셔서 든든해요!'

'선생님들 모두 열심히 하시면 충분히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허허허'

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이미 10년 차 이상인 교사들이 가득한 듯, 현장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고 재확인해가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사실 모든 질문과 답변을 기억하지는 않지만, 명확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있다.

교육감님께서는 이미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것!!

A의 질문에 대하여 A1이나 A2의 답변이 아니라 답변의 맥락이 B로 넘어갔다가, C로 끝나는 전형적인 답변이었다.


사실 이 맥락을 짚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이미 그들이 원한 행사의 모습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나는 남은 파스타를 묵묵히 먹고 있을 뿐이었다. 건설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는 사실이 이 행사를 기대하고, 이 행사에 오기 위해 교육청 일정을 조율하고, 다른 지역으로 운전을 하고 온 내가 너무 순진한 바보로 느껴졌다.(아 문단은 나만의 망상일 뿐이다.)


이 날 이후로 세상을 조금 더 삐딱하지만, 정확하게 보려 노력한 것 같다.

어쩌면 교육감님은 나에게 이러한 교훈을 주려고 이 자리를 만드신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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