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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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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kyung Oct 27. 2022

<빅마우스>의 아쉬운 결말은 예견된 것이었다?!

드라마 편성의 이상향, 규격화된 편성을 탈피하라! 

“첫 회를 보는 순간 알았어요. 나의 인생 작품이 될 거라는 걸”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MBC 하반기 흥행작인 드라마 <빅마우스>가 마지막 회 기준으로 시청률 13.7%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다. 이 작품은 방영 초기부터 예측불허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 주인공의 살벌한 교도소 생존기, 대립 인물 간의 치밀한 두뇌 싸움, 두 주연의 애틋한 애정 서사 등으로 인기몰이 제대로 했다. 거기에 추리물의 매력을 가미해 빅마우스의 실체를 두고 시청사 사이에서 온갖 추론과 설전이 오가도록 만들었다. 다만, 기대가 컸던 만큼 결말이 아쉽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작품 속 실마리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거나 살인을 한 진범의 뒷이야기가 생략되는 등 찜찜한 부분이 남아있고, 악독하고 철저했던 악역의 비교적 허무한 최후 혹은 갑작스러운 한 인물의 죽음은 개연성 부족으로 시청자를 당황케 했다. 과연 이런 아쉬운 결말이 왜 나타났을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12부작, 16부작 등으로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드라마 편성 자체이지 않을까 싶다.  


용두사미형 드라마의 확대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혹시 드라마를 볼 때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는가? 방영 초기만 해도 인생 작품이 될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개가 늘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중도 하차하게 되는 경우! 대작이 탄생했다 자부했던 작품이 촘촘하게 쌓아 올린 서사를 마지막 회에 급하게 마무리 지어 황당했던 경우! 결국 용두사미형 드라마는 비단 <빅마우스> 한 작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양호한 축에 속한다. 예상컨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이미 틀에 갇혀 짜인 편성에 있다. 도둑이 빵을 훔치는 이야기와 태조가 나라를 건국한 이야기는 애초에 전혀 다른 분량과 전개 속도를 요구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내용과 장르인지에 따라 10부작이 적당한 작품이 있고, 17부작이 적절한 작품이 있다. “어떤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든 모든 이야기가 16부작 만에 끝나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 이 질문을 곱씹어본다면 이해는 더욱 쉬워진다. 


드라마 전개의 개별성을 무시한 채 모든 작품을 뭉뚱그려 16부작으로 고정하는 순간 과도하게 불필요한 재단이 들어간다. 가령 이쯤 하면 충분할 이야기를 16부작 분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늘려 추가 사건을 삽입하고, 그 사건을 처리하느라 오히려 핵심적인 사안을 다루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17부작으로 끝내야 할 작품에서 분량 때문에 개연성에 필요한 장면들이 대거 생략되는 등의 불상사가 발생한다. 두 경우 모두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빅마우스>도 비슷한 경우다. 작품 중반부에서 유사한 패턴으로 빅마우스의 실체 공개를 미뤄왔고,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중간에 삽입된 자잘한 사건을 해결하다가 오히려 중심부 사건 전개가 들어갈 자리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이 부분을 축소하고 작가와 연출진의 자유로운 전개를 보장했더라면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작품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의문을 깨우칠 파격적인 도전 정신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 각광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생산해내는 콘텐츠 그 자체, 참신한 마케팅 전략 등이 대표적인 이유이다. 그중에서 특히 오랜 시간 유지된 규격화된 편성에서 어느 정도 멀어졌기 때문도 있다. 그들은 이미 틀에 짜인 전개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의 의도나 연출진의 목적을 충분히 녹여낼 수 있게끔 회차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했다. 이런 규격화된 편성의 탈피를 지상파도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유연한 편성은 제작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예측 불가능한 제작 과정과 시시각각 바뀌는 현장 환경을 고려하면 이러한 유연성의 보장은 오히려 안정적인 편성을 위협하고, 차년도 편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다만, 간혹 시청률이 뛰어난 드라마가 관계자와의 합의 후 추가 편성하는 경우를 보면 완전히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MBC는 점차 바뀌고 있다. 편성 전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새로운 포맷과 장르에 도전하며 다름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기존의 것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행보가 불어올 변화를 검토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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