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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Oct 03. 2024

나의 유일한 길

하비에르 카예하 특별전에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술에 조예가 깊은 편이 아니라 그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딱히 전문가적인 시각은 아니지만 그냥 그림 그 자체를 보는 것을 즐기고 내가 느낀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술가의 세계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롭고  심오하다.


아무리 평범한 것들이라도 일단 그들의 눈과 손을 거치고 나하나의 특별한 작품으로 변모한다.


때로는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그림도 보이고 숨겨진 뜻이 있을 것만 같은 추상적인 그림도 보인다.


사진으로 찍은 듯한 정교한 그림도 보이고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만한 복잡한 그림도 보인다.


작가마다 문체가 다르듯이 당연히 화가마다 화풍이 다르고, 그 다름은 화가의 정체성이자 그 화가를 정의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어 버린다.


글은 누가 잘 쓰는지 알겠고 내가 좋아하는 문체가 무엇인지도 알겠는데 그림은 도통 봐도 뭐가 뭔지 잘은 모르겠다.


그냥 가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올뿐이다.


하비에르 카예하의 특별전도 그랬다.


전시회에 가기 전에는 이름조차 모르는 예술가였다.


사실 내가 이번에 이 전시를 보게 된 이유는 전혀 엉뚱한데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모네의 수련 연못이 등장하는데, 검색하다 보니 몇 년 전 한가람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전시했단 것을 알게 되었다.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한가람미술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두 주인공이 미술관에 가는 편을 쓰기 전에 직접 한가람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는 미술관에 대한 설명이 딱히 나오지도 않지만 그냥 그곳에 가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야 왠지 그 편이 술술 써질 것만 같았다.


마침 국군의 날은 임시공휴일이었고 운 좋게도 나는 서울에 갈 일이 생겼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한가람미술관부터 찾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렇게 방문하게 된 한가람미술관에는 마침 하비에르 카예하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고, 눈길을 끄는 귀여운 그림체에 망설임 없이 티켓을 구매했다.



이 그림이 하비에르 카예하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것 같은데, 호기심 가득한 커다란 눈망울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와서 장난꾸러기 같은 말투로 "NO ART HERE!"이라고 외칠 것만 같다.


예술을 보러 왔는데 이곳에서 예술을 찾지 말라니 그 발상 자체가 너무 깜찍하다 ㅎㅎ


산뜻하고 귀여운 그림체도 좋았지만 나는 그림 곳곳에 쓰인 문구들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래서 더 강렬했던 것 같다.



주는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선 안된다고? 흠... 그래?


진짜 조금도 더 안 되는 거야? 안된다고? ......



하루에 약간의 게으름으로 CRAZINESS를 멀리하라고?


하긴 요즘 소설을 쓴다고 부지런을 넘어 심하게 무리를 하고 있긴 하다.


나는 CRAZINESS랑 그다지 가깝게 지낼 생각은 없으니 조금만 게으름 피울게. 딱 나무늘보가 되기 전까지만!


이 외에도 여러 문구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바로.....


 

This is the only way!


깨물어 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얼굴로 이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왠지 그냥 마음이 일렁였다.


나의 유일한 길은 과연 무엇일까.....?


뒤늦게 들어온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에 만족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좋아서 하고 있는 이 일이 나중에는 진짜로 나의 only way가 되어 줄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궁금증이지만 그럼에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대로 직진......


기존 예술의 틀을 깨고 과감하게 직관적이고 유머러스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하비에르 카예하처럼 나도 나만의 색깔을 지닌 글을 써나가야지.


쉽고 재미있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그런 글......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글을 쓰는 일이 나의 유일한 길이 되는 그날이 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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