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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Feb 19. 2024

집에서 하는 성교육(1)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성이야기

잘 지내셨나요? 꿀 같은 겨울방학이 끝나가서 저는 아쉽기만 합니다.

딸은 곧 예비 중학생, 아들은 12살 (만 11세)로, 이제 새 학기를 준비 중입니다.

저희 아이들 이제는 모두 십 대 사춘기에 접어들어, 이번 새 학기들이 내심 비장한 마음입니다.


방학 동안 어느새인가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딸도 많이 컸지만, 특히, 저희 막내인 아들이 이번 방학 때 거의 10cm에 가깝게 신장이 컸습니다. 거의 160cm로, 12살치고도 또래 중에서도 뒤에 서있을 법한 키가 되었습니다.  무럭무럭 커주니 뿌듯하고 기특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 반갑지 않은 마음도 듭니다.

이제 2차 성징이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학 동안 특히 제가 요즘 들어 "성교육"입니다. 

최근 저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진심으로 공부 중인데요.


성교육은 중요한 교육이지만, 저도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라 부모로서 어떻게 해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때는 유치원 때, 성교육 동화 몇 권 읽어준 게 다 인 것 같아요. 초경이 시작됐을 때는 간단한 설명과 생리대 사용법정도가 다였던 것 같고요...

성을 터부시 여기는 우리나라 문화덕에 부모와 자식 간에 나눌 대화 주제로도 참 어색하기만 합니다.

하물며, 나름 친하다는 엄마와 딸이 이런데,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를 가진, 그것도 아들의 성교육을 엄마인 제가 어떻게 시켜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죠. 12세 이후라는 나이가 어른을 준비하는 변화와 왕성해지는 호르몬들이 쏟아지는 시기인데, 자신의 몸의 변화에 당황해하며 놀랄 아들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불안하고 당황한 만큼 분명 예기치 못하는 돌발행동들로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딸에게도 자신의 몸을 왜 소중히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딸과 아들을 위해 제대로 알려주자는  결심으로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제 나름의 정리와 결론으로 성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나름 알게 된 팁들과 정보들을 여기에 남기고자 합니다.




 딸에게 해주고픈 성이야기


딸은 유치원과 학교, 외부강사의 수업 등으로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정도는 아닙니다.

미디어를 통해 보고 알게 된 것도 있을 테고, 어릴 때 저랑 읽은 성교육 동화나 WHY? 책도 읽었죠.

어쩌다 수다로 또래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를 주워 들어서 아는 것도 있겠죠...

올바른 지식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아들처럼 아예 '0'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미지 출처_네이버

우리나라 성교육의 현실

자료를 찾으면서 새삼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 성교육은 대부분 성폭력이나 성추행 같은 성범죄를 예방하고 막는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범죄를 막는 일은 중요합니다.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그것만 강조해서 교육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다가 아닌데도 말이죠. 

제가 다니던 학창 시절의 성교육 수업을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생명의 탄생이라는 명목아래 보기도 지루한 화살표를 따라가며 그려지는 아기의 생성과정과 출산의 고통이 느껴지는 충격적이었던 산모의 동영상, 귀여운 일러스트로 그려진 여자 남자의 신체차이 정도입니다. 그 한 두어 번이 다였던 것 같고 그 기억은 중학교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이런 수업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도 않네요...

외국의 경우, 성을 위한 과목과 수업시간이 따로 배정되어 있고, 과제나 시험도 본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학교 성교육은 외부강사를 초청해 한두 시간 하는 게 다 일 겁니다. 시간 또한 터무니없이 짧거니와, 비중도 없는 편입니다. 그러니 학교에서의 성교육에 아이들이 얼마나 기억할는지 의문입니다. 수업 내용은 범죄 예방과 성폭력에 집중되어 온통 심각하고 무서운 사례 투성이니 말이죠.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아요.

단순히 쾌락이나 범죄와 같은 성의 어두운 그늘보다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의 성교육은 어떤가요?

드라마 키스장면만 나와도 시선이 흩어지는 우리네 가정에서 성교육이란 참 쉽지 않습니다.

"성교육"이란 명칭부터가 솔직히 볼품없다란 생각이 듭니다. 좀 더 나은 단어는 없었을까요?

단어부터가 거부감이 들게 하니 다들 말 꺼내기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빨리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명칭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좀 크면 부모들은 학교에서 어련히 하겠지... 란 마음으로 회피하거나, 모른 척합니다. 

결국 몇몇 아이들은 음란물 노출이나 또래 간의 음담패설 등으로 혼란한 시기를 거치며, 가정과 학교 밖에서 잘못된 성인지와 성지식을 터득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의 어른들의 방치나 방임에 가까운 실정이 아닌가란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이미지 출처_네이버


저는 딸에게

가장 먼저, 성이 왜 중요한지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이라는 한자를 보면, 마음심 자와 날 생 자가 합해진 글자입니다.

心 + 生 = 

마음과 생명이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에게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 "나"라는 한 생명이 태어날 수 있었다는, 실제로 '나'와 좀 더 직결된 이야기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라는 가치에 더 두고 왜 몸에 대해 알아야 하는지, 왜 몸을 소중히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더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엄마가 "너"를 만나기 전에 아빠와 어떤 진실된 마음으로 결혼을 했고, "너"라는 생명을 잉태했을 때의 기쁨과 감사함, "너"를 출산하고 나서의 감동을 전해주며 "너"라는 존재가 엄마아빠에게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지 알려주는 것부터 말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성교육은 책이나 그림 등을 펼쳐놓고 과학적으로 어떻고 하며, 위대한 생명의 탄생 어쩌고 하면서 "나"와 동떨어진 듯 건조한 설명으로, 표정은 세상 민망해하고, 낯부끄럽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어른들의 태도나 표정들을 보며 자신과 성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느낄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과학적인 이론도 알아야 하고 또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론적 습득은 가치와 의미가 밑바탕을 알고 나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짚어주고 나면, 그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인간에게는 식욕, 수면욕, 성욕은 본능이고, 당연한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욕구들은 건강한 삶과 생명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욕구이지만, 모두 과하거나 덜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들이지요. 욕구라는 것은 적절한 정도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조절능력이 요구됩니다.

식욕이든, 수면욕이든, 성욕이든 결국 중요한 점은 자기 조절 능력통제력을 연결 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교육자료들을 찾아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성범죄는 제대로 해소를 못해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 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상사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나"라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기 몸에 대한 컨트롤을 스스로 얼마나 해낼 수 있냐에 따라 자신의 성인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조절 능력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나면, 그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봅니다.

저는 딸에게 주체적인 자기 결정권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사춘기의 시기는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왕성하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호르몬이 주는 그 느낌들은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새롭고 색다른 경험을 주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듭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언제가 되었든 누구와 교제를 하든, 결국 선택의 순간이 올 겁니다.

그때, 어떠한 선택을 하든 나 자신에 대한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강요받아서도 안되고, 강제로 몸의 결정권을 빼앗겨서도 안됩니다.

자신이 쌓아온 가치관을 따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선택과 행동에는 의미가 있었고, 되돌아보았을 때 자신이 마음의 준비가 미리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여, 실수나 과오가 있었다면, 혼자 고민하거나 힘들게 두려워하지 말고, 가장 먼저 엄마에게 말해주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든, 어떤 결과든 반드시 딸과 꼭 함께 해주겠다고요.

이미지출처 _네이버

 딸과 얼마 전,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평소에는 늘 다니던 아동병원도 예방접종 지정병원이라 그냥 가도 되었만요. 일부러 굳이 멀리 있는 지정 산부인과에 찾아가서 맞혔습니다. 산부인과에 다니는 것에 미리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부인과는 임신한 여성만 다니는 이미지여서 인지, 아이도 아직은 어색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산부인과는 임신뿐만 아니라, 생리와 관련된 증상이나, 신체 변화에 따른 어려움 등, 여자아이들이 성장하며 겪을 수 있는 신체적 고민들을 더 자세히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인데도 말이죠. 여자로서 앞으로 여성을 위한 시설이나 병원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소한 경험도 한번 해보았으니, 언젠가 분명 도움이 되리라 바라봅니다.




이미지출처 _네이버

사춘기의 아이들은 새로 태어난다고들 합니다.

그 정도로 몸과 머리가 재정립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세상을 알려주듯, 바로 "너"라는 존재의 가치와 중요함을 새롭게 가르쳐줘 보는 게 어떨까요?

부모 자식 간의 성이야기는 부끄러운 것이나 민망한 게 아닙니다.

"너 여기 앉아봐.  지금부터 성교육할 건데 넌 얼마큼 알고 있어? 뭐가 궁금해?"이런 식보다는, 느긋한 시간에 소파나 침대에 누워 일상의 수다를 하듯,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로 시작해 "너"로 연결시켜 자연스럽게 시작해 보는 거예요.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에는 분명 귀 기울여 줍니다.

엄마가 시작할 수 있는 성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스토리가 되고 주체가 되는 게 바로 성이니까요.

저는 성이란 결국 상호 간의 관계와 연결의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자신을 위해, 바로 잡힌 가치관에 따라 나에게 맞는 판단과 선택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일인 것이죠.

이 모든 것들로 딸이 최종적으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찾게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한 성교육에 대해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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