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 에포크 Feb 29. 2024

집에서 하는 성교육(2)

엄마가 발달장애 아들을 위해 하고픈 성 이야기

이번에는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고, 중증으로 분류받은 아들을 위한 성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아들이 이번 방학 때 급성장하며, 키도 많이 컸습니다. 아직은 신체적으로 2차 성징의 변화는 없지만 바로 시작된다 해이상할 없을 만큼 더 이상 아동의 모습보다는 청소년에 가까운 외향입니다. 게다가 원래라면 12살 5학년이 되어야 하지만, 1년 유예를 해서 학년으로는 4학년으로 진학하는 탓에 같은 반친구들보다 단연 커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아들의 행동들이 눈에 잘 띄겠다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아이가 얼마 전, 바깥 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긁거나, 신체 특정부위(엉덩이, 똥, 방귀, 고추 같은) 단어를 알게 되어 큰소리로 말하는 등의 모습이 보였어요. 다른 10대 초등생 장난꾸러기 나이에  한참 그런 것에 흥미를 보이는 게 흔하다고들 하지만, 아들의 행동은 이해받지 못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분명 생길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예를 들어 아들이 이런 특정부위를 말할 때 여느 아이들처럼 장난이나 농담조로 말한다기보다 상대의 관심 끌기 위해 일부러, "고추 만져요."라든가, "바지 벗어요."등으로 말하거든요. 위기감을 느낀 저도 지금 열심히 주의를 주며 중재 중이기는 하지만, 이해나 오해의 유무를 떠나, 하면 안 되는 문제 행동이긴 합니다.

이런 염려가 별개라고 하더라도, 아이가 일단 이런 것에 흥미를 보였다는 건 양육자인 제 입장에서도 이제 성교육을 시작해도 되겠다는 시그널이 된 것 같아 의미심장하게 아들과 함께 공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

아직 0에 가까운 시작단계이긴 하지만요, 글을 읽어보시는 저와 같은 발달장애아이를 양육하시는 분들이나, 특수교육에 종사하는 분들, 또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계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공감과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색안경

발달장애인은 인지, 언어, 신체 능력의 발전 속도가 모두 다릅니다.

특히 저희 아들과 같은 중증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은 보통 자폐나, 지적, 다운증후군 등 다른 특징의 중복적인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중증의 친구들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 조절에도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아들의 경우, 언어적 연령은 아직 3살 미만이고, 인지적 연령은 5살 정도, 신체나이는 정상발달이나, 신체 기능적으로는 6~7살 정도로 전반적으로 또래 발전 속도보다 느립니다.

그렇다 보니 그저 '덩치만 아이', 그리고 '미숙하다'라는 이미지가 강해 '몸도 마음도 영원히 어린아이'라는 착각을 하게 합니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생물학적으로는 기본적으로 똑같은 한 명의 존엄한 생명을 가진 "인간"입니다.

이 시기의 또래와 똑같은 호르몬이 흐르고, 그 시기에 맞게 똑같은 감정도 느낍니다.

미숙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아들들이 성에 관심을 가지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말해주지만,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이들이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만 해도 유난히 부각되고, 거기에 거부감을 크게 느낍니다. 성에 과도하게 집착한다고 생각하거나, 잠재적인 성범죄자 취급을 당하기도 하죠. 마치 이들은 성에 관심을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들처럼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들이 성행동으로 비칠 때도 있고, 실제 성인이나 청소년의 발달장애인들의 그릇된 성적 행동들이 사회 뉴스에도 나오는 게 현실이라 것을 저도 압니다. 그래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양육자나 보호자는 더 긴장하고, 세간의 눈을 더 의식하게 됩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성교육의 현실  

자료들과 동영상을 보며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도 여전히 장애인의 인권과 교육이 우리나라는 많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참 씁쓸했습니다.

비장애 공교육의 성교육도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데 특수 교육 대상의 성교육은 오죽할까요.

지속적인 교수와 경험이 중요한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이지만, 성교육은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하고, 이벤트 수업으로 외부강사 초청으로 인형극으로 한번 보여주는 정도입니다. 선생님들께 매번 부탁드릴 수도 없어서 공교육에만  매달리지 말고 집에서 힘내보기로 했습니다.

막연히 어찌해야 할지 몰라 책이라도 찾아보고자 검색했는데 '발달장애인 성교육'이란 검색어에 검색되는 책이  권이었습니다.

물론 전문가양성 관련 책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관련 이론 자료도 있을 수 있지만, 저 같은 민간입장의 부모가 양육의 목적으로 찾아보고자 했을 때 찾아볼 수 있는 책이 고작 두 권이라니... 그마저도 품절돼서 사서 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한 권도 없다는 뜻입니다.

발달장애인 성교육을 검색하면 나오는 네*버 도서 검색 결과

 물론 발달장애인이라고 성교육 내용이 일반 성교육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테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 전달방법이나 이해시키는 방법 등의 가이드가 필요할 텐데 그에 관련된 책이 없다니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 부모가 하나하나 다 알아보고, 찾아내서 공부해야 하는구나란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다행히 *튜브와 블로그로 열심히 정보를 공유하고 티칭법을 알려주시는 학식 깊은 분들이 많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이 안 계셨다면 전 아마 시작도 못했을 니다.


그런데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놀랍게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성교육을 아예 안 시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이는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더불어, 발달장애인들의 편견에 양육자분들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이라는 것이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 전혀 필요성도, 접근 방법도 모르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 섣불리 성교육을 시도했다가, 괜히 그쪽에 더 눈뜨게  집착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못하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말해줘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분들도 계시고,

* 몇 번이나 시도는 했는데 결국 아이가 따라주지 않아 실패했다, 혹은 포기하게 됐다는 분들,

* 성교육 말고도 보조해야 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은 데다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로도가 심한데, 성교육까지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다는 양육자님들도 계십니다.

저도 중증의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는 같은 부모의 입장이라 전부 진심으로 이해하는 부분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자님들께 다시 한번 더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필기 중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성행동이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될 수 있고, 오해의 소지가 되며, 잘못됐을 경우, 성범죄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회의 약자 입장으로 성범죄의 피해자로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비극들은, 어린 시절의 우리가 외면하던 성교육에 대한 부재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이라도 들은 아이와 아예 안 들은 아이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시도하고 반복하면, 인지적으로 개념이나 의미를 이해는 못해도, 적어도 스스로의 규칙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양육자와 함께 안전하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꼭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발달장애인의 특징과 오해

성교육에 앞서 발달장애의 특징을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발달장애는 공식 명칭에 스펙트럼이 앞에 붙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고 각각의 다른 행동양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보통 몇몇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 지적능력, 사회적 능력이 제한적이고,

- 공과 사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 과잉 행동 및 과한 불안 증상을 보입니다.

- 특정 분야나 규칙에 집착하거나 강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언어적으로 농담이나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고, 야유나 비유등을 이해하기 힘들어합니다.

-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중증의 경우, 의사소통이 어렵고, 배운 것을 응용시키거나 일반화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오해의 소지

물론 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회적 대인 관계에 흥미가 없는데도 나오는 성행동이라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수 있어요.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우연히 경험한 특정한 감각이 마음에 들었거나 좋았다면, 그 특정 감각을 자꾸 찾거나 집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적 욕구가 아닌 데도 감각의 추구 때문에 나오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것까지는 잘 몰라서, 잘못하면 성행동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놀이기술 부족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못해 특정부위의 감촉이 하나의 놀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성행동의 오해는 보통 심심할 때, 지루할 때, 혹은 불안도가 높을 때 나오는 자기 위안 행동들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성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놀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소하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 몸으로 노는 방법입니다. 고착이 되면 오해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더 큰 자극을 찾아 추구할 수 있으므로 양육자나 보호자는 서둘러 다른 방법으로 전환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관심 끌기 행동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소통능력이 부족한 아이라고 할지라도 소통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표현의 한계가 있을 뿐 자신이 호감을 가지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 분명 있습니다.

보통 그 상대가 부모이거나 선생님인 경우가 많고, 또래 사이에도 간혹 호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크게 반응하는 상황의 행동들이나 특정 말들을 관찰했다가(보통 자극이나 흥분도가 높은 감정상태의 상황이나 말투) 가끔 관심을 받고 싶을 때 그 행동이나 특정 말을 해서 상대의 반응을 살피기도 합니다.  

혹시 아이의 우연한 성행동에 과도하게 반응했었다면, 아이는 그걸 하나의 관심받기 위한 도구로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먼저 숙지하고 성교육의 내용과 가르칠 순서등을 정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계속.....



* 쓰다 보니 할 말이 많아졌습니다... 왜 이리 할 말이 많을까요...?ㅎㅎ

글이 너무 길어져 분량조절에 그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뒷내용은 다음 편으로 나뉘어 발행하겠습니다. 이어지는 뒷내용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둘러 다음 편으로 가봅니다~~^^


*사진을 제외한 대문 이미지를 포함한 모든 이미지출처는 네이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집에서 하는 성교육(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