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 에포크 Feb 02. 2024

공존할 수... 있을까요?

오늘 뉴스를 본 발달장애 엄마의 고백

누구의 잘잘못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전 누구의 편도 아니고, 지금 그 누군가를 옹호하고자 쓰는 글도 아닙니다. 

그냥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말 못 하고, 표현 못하는 장애아이는 혹시라도, 만약에라도 그게 누구에게든 학대받았다면, 그 아이는, 그 부모는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물론, 녹음기가 정답이라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장애아이에게도 인권보장의 어떠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란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누구의 잘잘못을 가르는 게 먼저가 아니라, 교사와 장애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어느 쪽에도 편파적이지 않는 객관적인 교육적 제도나 시스템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란 게 먼저 화두이어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초등부터 고등까지는 의무교육입니다.

누구에게나 학교에 다닐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피해받으며 다니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일반학교 특수반에는요, 통합반 시스템이 있어요.

전 이 시스템이 가장 이해가 안 됩니다.

사실, 경증의 발달장애학생이라면 정말 필요한 시스템이 맞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또래의 사회적 접촉을 통해 상호작용과 소통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중증으로 분류되는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는 이 시스템이 오히려 예민한 감각을 자극하는 촉매제와도 같습니다.

감각이 아주 예민할 때, 선생님말씀은 물속으로 잠수했을 때 소리처럼 부정확하게 울리고, 아이들의 웅성거림은 비행기 이륙소음과도 같을 수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눈앞 스파크는 수시로 터져 감정이 고조됩니다.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장애학생은 큰소리를 내는데, 그 이유는 자신을 괴롭히는 정체 모를 소음자극을 아예 자기 목소리로 덮어 차라리 스스로가 예측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자기 위안 행동입니다. (저희 아들의 개인적 예시입니다. )

상황이나 경우에 따라, 자기 방어기질이 아주 강한 장애학생이라면,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상동 행동"이라고 불리는 발달장애인들의 의미 없는 특징적 행동들이 이런 위안과 연결되는 행동들이 많습니다.

이런 행동들을 남들이 보면 이유도 모르고,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돌발 행동으로 밖에는 안보이죠.

곁에서 오래 겪거나, 자세히 공부해야 그나마 이해되는 참을성이 요구되는 영역이지요.


그런데 런 정확한 이해나 사전 교육 없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무조건 시간표를 섞어놓습니다. 선택 사항이 아닌 하루의 몇 시간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의무적 수업이라고 정해져 있습니다. 

통합반의 담임 선생님과 비장애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무조건적인 이해를 강요받고, 장애학생들은 분리조치를 수시로 받습니다. 모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선생님도 학생들도 피로한 일입니다.

분리조치 당하는 장애학생에게는 정서적 상처만 남습니다.

이게 맞는 건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교육과정에서 이론으로 "장애이해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지만 수박 겉핥기와도 같은 보여주기식 수업일뿐, 실제로 그 상황에 처하면 이해하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특수선생님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고, 늘 일손이 모자라 업무에 시달리며 제대로 아이들 케어하는 게 버거워집니다. 게다가 앞으로 특수교육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게 일반학교에서 행해지는 특수반의 배려라고 하는, 일명 통합반의 현실입니다.


부모가 학교에 따라다니며 일일이 붙어 다녀야 하는 걸까요?

피해가 되는 중증의 자폐성 발달장애아이들은 집에서만 키워야 하고, 교육받을 자격은 없는 걸까요?

그들도 특수학교에 가고 싶고, 친구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고 싶어도  수 있는 특수학교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렇다고 안 그래도 인구수가 줄어드는 우리나라에서 있던 소아과들도 없어지는 마당에, 그것도 예산과 부지를 투자해 소수의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는다 게 쉬운 일도 아니죠....

특수 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암담합니다.


이대로 저는 아들을 일반학교 특수반에 보내는 게 맞을까요? 저에게는 선택지라고는 일반학교 특수반 아니면 홈스쿨링뿐인데, 후자를 선택해서 지금 이대로 집에서만 키우면 앞으로도 영원히 집밖으로 못 나올 것만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원하시지도 않겠지만, 이제는 저도 함께 살아보자, 희망을 걸고 싶지 않아 지네요.

몇 년 전 이상한 변호사 드라마에 열광해 주신 분들은 다 어디에 계시나요?

피해를 주니 밖에 나오지도 말아라는 식은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큰 상처입니다.

저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앞으로 이 아이와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갈지 용기도 나지 않습니다.

자꾸만 숨고 싶고, 이러면 안 되지만, 자꾸만 아이를 숨기고 싶어요.

이게 정말 맞나요...

모든 자폐성발달장애아이들이 암적인 존재가 아닌데 사회의 시선은 그런 쪽으로 색칠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아무래도 공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 누구도 원천적인 사회적, 교육적 구조에 대한 부재에 대해 아무 말하지 않고, 그저 누가 갑질했고 누가 잘못했는지, 편 가르기에만 불태우는 기사와 댓글에 다시 한번 한숨을 지어봅니다.


또 제 마음속 깊은 곳의 거뭇거뭇한 어둠이 올라왔네요.

혹시 읽으시며 원색적인 자기 연민적 글이란 인상이었거나, 내용이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 혹여 갈등의 시초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댓글을 정중히 닫았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증의 장애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참 어렵구나를 매일 느끼는 한 엄마의 한탄이구나...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편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글은 좀 더 밝은 내용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역싸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