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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May 04. 2022

화는 내라고 있는 거야

나만의 감정 이야기-2. 화

나는 감정에 따라 하루 일과가 좌지우지될 때가 많이 있었다. 특히 화를 낸 날에는 더욱 그랬다.

특히 아이들을 양육할 때, 감정에 따라 아이들에게  나의 마음과 달리 화풀이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못난 엄마인 거 같아 죄책감에 또 한 번 감정에 휘둘린다.

그러다 보면 오늘 하루를 망친 것 같고 실패한 기분 탓에 그날 하루를 온전하게 보내지 못한다.

"화좀 내지 말자". "화좀 그만 내자".

되뇌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째랑 같이 나도 '화'에 관해 공부해보자는 결심이 들었다.


도대체 왜 화가 날까?

화는 '2차 감정'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화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전기주전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화의 이면에는 진짜 감정인 '1차 감정들'이 숨어 있다. 이 1차 감정들에는 걱정, 불안, 괴로움, 슬픔, 외로움 등의 많은 부정적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넘쳐흐르면, 바로 '화'가 되어 폭발하게 된다. 화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나면 화를  제어하기가 쉬워진다. 혹시 생활에 쫓겨 마음속에 고여있는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아동서이다. 원색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이 눈길을 확 끌어서 사게 되었다. 첫째 때문에 사게 된 책이었는데  놀랍게도 정작 어른인 나에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동도서라고 무시하지 말자!) 유진이(가명)와 함께 읽으며 책 속 제안 항목에 따라 실천도 해보았다. 같이 하니 재미도 있고 대화거리도 생겨 즐겁게 화에 대해 알게 돼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글을 통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사건이나 전후 상황이 아니라 '감정'에 집중해서 생각해보자.

《예시》
※[사건] 아이들이 꾸물거리다 지각할 뻔했다.
※ [감정]
°1차 감정-조바심이 났다.(초조함, 걱정)
°2차 감정-짜증이 났다.(화)
※[사건] 노력했는데 상대방이 몰라주었다.
※[감정]
°1차 감정-속상하고 섭섭하다.
°2차 감정-슬프고 억울하다.(화)

우리, 감정을 '하나의 컵'이라고 생각하자.

1차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감정이 다 차오르는 순간 2차 감정인 화가 각성한다고 이미지를 그린다.

화라는 감정 컵

이때 1차 감정에 대해 알고 있다면 1차 감정을 좀 더 달래주고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면 2차 감정의 폭발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차 감정이 들게 된 사건과 상황에 대해 돌아볼 수 있다면  그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지 않게 미리 대비할 수 있다.


2. 감정의 절정은 '6초'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학자들이 말하길, 감정의 절정은 6초가량 이어진다고 한다. 이 6초 동안에는 감정이 최고조로 고조되어 이성적 사고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 6초 동안에 응급처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정이 되느냐, 폭발하게 되느냐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6초 동안 금방 '전환'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이 좋다.

방법으로는 타임아웃(time out)과 그 라운딩(grounding)이 있다.

타임아웃(time out)은 환기의 의미로 화를 내게 하는 상황이나 시간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그 장소를 잠시 이탈한다던가, 그 사람과 떨어져 본다던가, 산책을 해본다, 목욕이나 샤워 등등의 방법들이 있다. 

라운딩(grounding) 그라운드(ground)에서 생겨난 말로, '그 자리에 못 박는다'는 의미로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에서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는 방법들을 가리킨다.  화나는 순간, 수세기에 집중한다던가, 주위의 물건이나 풍경 등을 하나 정해서 유심히 집중해보며 관찰한다던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노래나 랩 또는 리듬을 복기해 본다던가, 심호흡을 길게 해본다던가, 가볍고 느린 동작의 스트레칭이나 요가 등등의 방법들이 있다.

 모두 치솟는 6초 동안 냉정을 되찾기 위해  해 볼 만 방법들이다.

3. 화낼 때 지켜야 3가지 규칙

첫째,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이는 행동뿐만 아니라 언어로도 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지나 화가 가라앉았을 때 후회라는 또 다른 부정적인 감정과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나 자신에게  상처 주지 않는다. 

나 스스로를 자책을 심하게 하거나 옥죄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비하하게 되면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이건 반성과 다르다.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고, 이 또한 나의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믿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물건에 화풀이하지 않는다.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는 경우, 오히려 화를 더 키울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해소를 계속하다 보면 머지않아 사람에게도 똑같이 화풀이를 하고 싶어 진다.

ㆍ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히지 않기
ㆍ나 자신에게 상처 입히지 않기
ㆍ물건에 화풀이하지 않기

유진이와 나는 책을 보며 함께 규칙을 세우고 실천해보기로 했다.

1. 일주일 동안, 화 안 낸 날 세어보기.

2. 화 난 날, 하루일들 돌아보며 얼마큼, 어떻게 화가 났는지에 대해 노트에 쓰기.

3. 화 난 상황들을 생각하며 '해결방법을 생각하자' 바구니와 '어쩔 수 없네' 바구니에 나누어 분류하기.

결과는 만족이었다. 지금은 중단했지만 거의 1년에 가까운 연습을 통해 첫째 유진이도 나도 '화'라는 감정이 갑자기 폭발하는 게 줄었다. 물론 여전히 화를 낸다. 그러나  급격하게 끓어오르더라도 나름의 방법을 찾아 진정시키는 연습을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딸과 함께 쓴 해소방법을 쓴 노트와 교환 노트.

화를 내는 건 나쁜 게 아니다.

"화내지 마. 왜 화내?"를 무수히 듣고 자란 우리는 결국 '화내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머릿속에 공식화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감정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심지어 화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감정이다. 화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는 본능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다만, 다루기 까다로운 감정이다. 그렇다고 화라는 감정을 무시하고 계속 억누르다 보면 언젠가 무시무시한 형태로 폭발할 수도 있다. 또한 화는 연쇄반응으로 옆사람에게 감정이 '전이'되므로 더욱 각별히 주의해야 할 감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화를 내더라도 "잘~"내는 방법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늘 이 경계를 못 참고 나의 분노 컵이 넘쳐흐를 때가 있다. 짜증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할 때 감정에 대해 솔직히 받아들이고 2차로 넘어가기 직전, 1차 감정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여러 강구책을 써본다.

화가 싫지만 그래도 인간인 이상, 안 낼 수는 없다. 그리고 화는 내라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내지 말고 조금만 다스리는 법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화라는 감정이 그렇게 싫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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