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내 옆에서 아들이 오늘따라 힘들게 호흡이 불편한 소리를 내며 뒤척이며 자고 있다.
지금 꿈의 상황을 반드시 기록해야겠다 생각하고 아들 방을 나서는데, 문의 손잡이에 손을 대려는 순간에, 손잡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빛이 몇 번 점멸한다.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단순히 반짝거리는 빛이 아니라 무언가 희미한 후광이나 오라 같은 것이다. 이 방을 나서지 말라는 것인가? 손잡이 앞에서 잠시 더 기다려 보았지만, 후광은 사라지고 더 이상 다른 변화는 없다.(평행 우주의 게이트가 닫힌 것일까, 너무너무 아쉬웠다.)
나는 긴급히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다시 꿈을 차근차근 복기하며 글을작성한다.
일반적으로 나는 꿈이라고 함은 뇌에서 정리되지 않고 남아있던 조각들이 대충 모여져서 꿈에서 무의식으로 잠시 비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그중에서 고질적으로 엉켜서 지워지지 않는 영역은 무언가 반복적으로 장소나 상황으로 꿈에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고. 즉 나의 의지와 주관이 전혀 투영되지 못하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비디오테이프를 잠시 틀어서 보는 그런 것.
그런데 오늘 나의 꿈은 그런 종류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대단히 정교하게 짜였고 명확한 반전 구조.이런 완성도의 꿈은 내가 의도하고 원해서 꿀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누군가가 의도한 무대로 초대되어 상황을 겪고 온 것이고, 누군가라고 하면 반대편 평행 우주에 있던 내 아들일 것이다.
그는 포탈을 열어서 나를 초대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자기는 잘 있으니 현 우주에서의 희망을 버리지 말라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만나보자.라는 메시지였을까, 만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평행 우주라는것은물리적으로 웜홀을 생성시키지 않는 한, 직접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그런데 이런 꿈이라는 것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놀라울 따름이다. 꿈이란 내가 의도하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고, 이 정신적인 메타 공간이 물리적인 공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일까?
오늘 자기 전에 아들이 유독 자폐 증상을 심하게 보이고 잘 때도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며 힘들어하며 잠들었는데, 이 녀석이 무언가 내 의식에 불을 킨 것이 아닐까? 상상을 해본다.
자기가 태어난 곳이 우연히 1 우주와 2 우주 사이에 있는 변두리 부근이었고, 양쪽을 오가면서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상적인 사고가 발달하기도 전에 이런 상태가 경험이 되면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을 것이고,또한 2개의 우주가 지배하는 법칙이 전혀 다를 것이므로 이에서 오는 괴리가 어떤 것일지 나는 아직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자폐증에 대해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세포 증식 시점에서 유전자 적인 결함이 형성되고, 신경 전달 체제의 문제가 생겨서 감각 조절이 정상적으로 제어가 안되어, 지능 발달과 사교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현상. 이렇게 의학적으로 딱 정의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자폐스펙트럼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현재 내가 적응하고 살아가는 공간에서의 사고 구조를 기반으로 단순하게 투영하여 해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런 아이를 가진 부모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다녀왔던 제2 우주, 이곳은 전혀 다른 물리 법칙과 신경 구조가 있을 수 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암흑물질, 에테르, 마나, 포스가 떠다니는 곳일 수도 있고.아무래도1 우주에서 적응을 못해서 나타나는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울 수도 있고, 이런 잠자리에서 꿈을 이용하여 탐험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적어도 그곳은 내가 의도하지 않고 제2 우주의 기묘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런 꿈을 꾸려면 우리 아들을 좀 더 괴롭혀서 힘들게 만들어서 재워야 할 텐데.
솔직히 제2 우주가 몹시 부럽기는 했는데,
중요한 것은 그 우주에서는 남편이 죽고 없었다, 나는 그곳에 갈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The End-
여기까지가 남편의 기록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두고두고 이 꿈 이야기를 한다.
그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눈물이 났다. 함께 체험해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한가득이었다.
꿈은 염원의 반영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꾼 꿈이었을까?
그냥 꿈였을 수도 있다. 그냥 개꿈.
그렇지만 이 정도의 감정이 북받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꿈이라면 그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자폐가 없는 아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 일까?
어떤 목소리와 말투로 이야기를 했을까?
꿈이라고 할지라도 보고 싶고 듣고 싶고 궁금해진다.
남편의 꾼 꿈은 어떤 메시지였을까?
정말 평행우주 너머까지 보여준 아들의 메시지가 아녔을까? 정말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평행우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남편도 그랬듯, 그 평행우주에는 나도 남편 없는 과부라 멈칫해본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