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雙-둥이, Twin) 명사. 한 어머니에게서 한꺼번에 태어난 두 아이. '-둥이'는 어원적으로 '童'에 '-이'가 붙은 '-동이'로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원에서 멀어져 '-동이'가 변한 '-둥이'가 하나의 접미사로 굳어져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런 까닭에 《표준어》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존중하여 '-둥이'를 표준어로 삼았다.(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참조)
나는 쌍둥이이다.
같은 날에 나보다20분 일찍 태어난 동갑내기 언니가 있다.
엄마의 자궁을 나눠 쓴생애 최초의 룸메이트(roommate)인 생물학적 나의 반쪽이다.
다른 쌍둥이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성격도 반대고 성향도 반대이다.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다르다. 이렇게 우린 각기 엄청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똑같은 키에 똑같은 체구에 똑같은 음색 같은 쌍둥이 특유의 유전자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늘 우리를 한 세트로 생각했다.
우리 때(?)만 해도 쌍둥이가 보기가 귀해서, 같은 반에 있으면 신기한 건지, 놀리기 좋은 건지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였었다.요즘 말로 인싸(무리에서 인기 있는 사람의 신조어) 아닌 인싸의 일상이라니.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도 유난히 부끄럼이 많던 나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순간들이 아니었다.
학기 말이 되면,쌍둥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학교의특혜가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같은 쌍둥이와 같은 반 할지, 다른 반할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워졌었는데 우리는 고학년이 올라갈수록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고 싫어서 각각다른 반으로 부탁했고 조금 커서는 중ㆍ고등학교도 각자 다른 학교로 배정받아 다니기도 했다.
싸우기도 얼마나 싸웠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별거 아닌 걸로 하루에 몇 번이고 싸웠던 거 같다.
우린 달라! 를외쳤지만 항상 같이 다녔다.역시나 우리는 한 세트가 맞았던 거다.지지고 볶아도 언제나 붙어 다녔다. 성격도 성향도 서로 반대인데도 함께 있었다.결혼 전 이야기를 할 때 쌍둥이 언니를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린 많은 일들과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어린시절(누가 누군지는안 가르쳐줄거에요.ㅎㅎ 예상해보세요^^)
언제나 함께였고 같은 나이라는 장점 덕분에 친구라는 게 필요 없을 정도였다. 마치 우리 주변에 결계(結界)라도 쳐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만의 세계가 있었다. 내 곁에는 자매이자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조차 딱히 해본 적이 없었다. 이런 장점이 크고 나서는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사회에 나왔을 때 더 인간관계가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내게는 당연히 나를 이해해 주고, 당연히 받아주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나와 부딪히는 인연들을 더 이해하기 힘들어 했던 거 같다. 이런 사실 또한 우리가 서로 다른 곳으로 대학 생활하게 되면서 새롭게 깨달았다.사실은 인간관계에 대해 남들보다 늦게 데뷔(début)한 셈이다.
쌍둥이라고하면 늘 받는 질문이 '쌍둥이들끼리는 텔레파시(telepathy)가 통한다며? 옷 바꿔 입고 서로의 위치를 바꿔서 나가면 사람들이 속지 않니? 쌍둥이 대신 시험을 보러 간다든지?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글쎄... 텔레파시는(telepathy)까지는 잘 모르겠고 가끔 내게는 아무 일도 없는데 그날 기분이 묘하게 안 좋거나 찝찝하면 혹시나 싶어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보긴 한다. 그러면언니에게 안 좋은 일이 있는 경우가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았던 것 같다.(언니에게 마찬가지로 전화가 오기도 한다)그리고
철없던 어릴 때, 가끔 자리 바꾸기 정도 시도는 해봤지만 성격상 풍기는 분위기 탓인지 친한 친구들은 쉽게 속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도 얼핏 지나치면 구분이 힘든 정도 이긴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가끔 웃긴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쌍둥이 언니의 결혼식 피로연 때, 쌍둥이 언니가 드레스 다음 한복을 입었을 때 언니의시아버님이 내게 다가와서 언니 이름을 부르며 형부 이야기하실 때는웃겼다. 또 각자의 아이들이 어릴 때는 멋모르고 내손이나 언니 손을 잡고 따라다니다 안기면 그제야 눈치채곤 했다. 이런에피소드들을 지금도 서로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번 연휴에 정말 오랜만에 쌍둥이 언니와 부산역에서 조우했다. 조금은 특별한(!) 육아에 지쳤을 거라며 친정방문 전에 먼저 만나자 한다.
멋진 뷰 보면서 점심같이 먹자며 알뜰살뜰 짠내 나는 스쿠르지(!ㅎㅎ) 쌍둥이 언니가 웬일로 예약까지 한 레스토랑에서 거한 점심을 대접해줬다. 어색한 레스토랑에서 양보다는 모양으로 먹는 우아한 메뉴들이 우리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러나 언니가 내게 어떤 마음으로 사주는 점심인지 알기에 나도 마다하지 않고 마음속 깊이 고마워하며 맛있게 먹었다.
뷰맛집 우아했던 레스토랑
지금은 결혼하고 나서는 멀리 떨어져 각자의 인생을 살며 서로를 응원해준다. 서로 사는 게 바빠 자주 연락도 못하고 살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면 친정엄마보다 가장 먼저 쌍둥이 언니에게 전화를 한다.그리고 옥신각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다른 형제들보다 어쩌면 부모님보다 더 끈끈함을 느낀다.
나를 가장 잘 이해 하주고 나를 가장 공감해주는 정신적 반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부터 함께였던 존재,
인간이라는 형태가 갖춰지기도 전에 엄마 뱃속을 공유한 존재여서인지 각별하기도특별한 존재이다. 쌍둥이로 태어난 게 신기하기도 하고 행운이라고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