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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May 18. 2022

신비하고 복잡한 뇌 이야기

세월이 쏜살같은 같은 이유-신경가소성

얼마 전 코로나 사태로 차일피일 미루다 거의 2년 가까이 방문 못했던 친정에 드디어 다녀왔었다. 거리두기도 해제되고 인원 금지도 풀린 친정식구들이 모처럼 다 같이 만났다. 친정부모님, 오빠네, 언니네, 우리 집 다모이면 인원만 해도 12명이 넘는 숫자다. 오빠네 아이들이 벌써 고등학교를 앞둔 중학생들이고 우리 중 결혼이 제일 늦은 언니네도 초등 입학했다. 우리 애도 어느덧 초등 고학년이니. 우리들은 그대로인 거 같은데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말이 맞나 보다. 아이들을 보니 더 새삼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서로서로 아이들 나이를 물어보며 "벌써 그렇게 됐어?"를 남발하기 바쁘다.


흔히 "세월이 쏜 살 같다"라고 표현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 때 자주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까?

이는 뇌의 한 특성 때문인데 이를 신경의 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때문이라고 한다.

먼저 가소성(plasticity)에 대해 말해보자면, 정의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영구적 변형을 의미하는 물질의 특성이다. 생명체에서의 가소성은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변형을 받아들이는 능력인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새로운 환경이나 경험을 했을 때,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이는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이다. 폭넓게는 어떤 유전자형의 발현이 특정한 환경 요인을 따라 특정 방향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가리킨다. 우리의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스스로를 (동일 조건 내에서)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켜 왔다.

해부학 뇌 구조의 가소성 덕분에 개개인의 활동에 적합하도록 뇌를 맞춤 설계를 하는 게 가능해졌다. 신경 가소성의 기본적인 단위는 신경망, 즉 뉴런이다. 뉴런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여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갖추게 되는 이러한 능력을 통해 국지적인 신경망을 형성한다.(네이버 위키백과 참조)

이미지 출처-명지성모병원 사이트

신경가소성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인간의 뇌를 아름답게 설계된 최적의 생물학적 장치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으신지? 이는 신비롭고 복잡한 뇌를 미화시킨 표현이라고 한다.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경전 해제/ 출판사 김영사

사실, 뇌는 그저 진화과정을 거칠 때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임기응변의 한 방편으로 그때그때 짜 맞춰진 비효율적인 기묘한 덩어리라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통 뇌를 "소우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뇌의 구조와 구성을 보면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 수 있다. 뇌는 신경세포와 신경 아교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경세포는 총 800~1000억 개, 이를 연접하는 시냅스는 훨씬 더 많은 총 800~1000조 개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외에도 신경 아교세포는 이보다 10배나 더 많다고 하니 얼마나 복잡한지, 복잡하기로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이러한 뇌의 구조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전기화학적 신호가 필요하고 나트륨이나 칼륨, 칼슘이온 등에 의해 전기적 활성을 뛰는데 이러한 채널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이 따로 존재하고 있다고 하니 비효율적이고 느릴 수밖에 없다. 전기가 활성화될 때만 움직이고 전기적 화학 요소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고 열리고 닫히는 시간까지 존재한다니. 우리는 종종 뇌를 컴퓨터로 비유하곤 하지만 컴퓨터의 속도가 1000이라고 했을 때 뇌의 신경세포들은 400의 속도 움직인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사실,  컴퓨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느리고 비효율적인 프로세서다.(본문 p.136~138 참조)

우리 뇌는 사실은 구조 과정은 익숙한 방향으로 고정되어있길 바라고, 변화를 싫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하는 일이 고정되고 반복함으로 해서 우리의 뇌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고 이러한 구조를 고착시켜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신경가소성이란 뇌의 또 다른 속성을 다시 생각해보자. 뇌의 엄청나게 복잡하게 얽혀있는 신경망에서 환경과 학습에 따라 시냅스의 강도와 패턴이 변화하고 그 덕분에 뇌가 고위 뇌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바로 신경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진화와 발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과거 학자들은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수는 정해져 있고 이들은 성장 과정이 끝난 시점부터 더 이상 용량도 구조도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신경과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신경가소성의 실험적 증거를 발견해 가며 뇌의 신경망들은 죽기 직전까지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어졌다고 할지라도 그 환경과 경험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이러한 뇌의 신경가소성 때문에 뇌를 "지도화"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뇌 사이에는 공통점도 많지만 개인마다 뇌가 지닌 변화와 용량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경험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수준의 신경가소성을 유도하고 다른 종류의 가소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모든 뇌가 서로 같을 수 없으므로 "교과서적인 뇌"라는 것 또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신경가소성은 개인 맞춤 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네이버


우리가 세월이 쏜살처럼 느끼는 이유는 뇌가 안정감과 편안함으로 인해 시간을 느끼지 못한 속성 때문이라는 것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라고 하듯, 지속적인 환경적 변화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우리는 신경가소성을 촉구시켜 뇌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움을 알고 깨달으며 느끼는 활력이 신경가소성의 좋은 재료가 된다니. 알면 알수록 신기한 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신경가소성은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멈출 수도 변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안정적인 구조로 굳어져 있을 나의 뇌를 상상하며 어떻게 하면 나의 신경가소성을 촉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 삶의 모토인 느림의 미학을 느껴볼 새도 없이 내 삶을 "쏜 살"처럼 보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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