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재미로 사나

나만의 감정 이야기-1. 재미

by 벨 에포크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 내맡긴 삶은 아닐지라도, 센서에 알람과 경고등이 아무리 요동쳐도 무시한 채 위험한 질주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 진짜의 삶의 의지마저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중에서.

감정이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말한다.

감정은 그저 희로애락(喜怒哀樂) 같은 기분만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감각, 느낌, 감동, 정서 심지어 의지도 감정의 같은 카테고리라는 걸 알게 돼서 흥미로웠다.

내게는 감정이란 것이 중요한 인생의 화두였다. 언제나 감정에 지고 마는 나날이 거듭될수록 왜 감정 때문에 이리도 휘둘리는지 궁금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감정에 대한 호기심에 나는 또 이 책, 저책을 뒤져보게 되었다. 앞으로 감정에 대한 몇 가지 글을 더 써보고자 한다.


재미 또한 감정의 하나이다. 재미라는 감정은 희로애락(喜怒哀樂)에서 락(樂)을 담당하고 있다.

드라마나 한정판 메뉴들 등등 이 끝나면 다들 하는 말,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현대 국어 ‘재미’의 옛말인 ‘미’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미’는 “양분이 많고 좋은 맛”이라는 한자어 ‘자미’(滋味)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재미라는 말의 어원이 '맛'이라는 것으로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흥미롭다.

재미는 즐거움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게임 디자이너 제시 셸의 정의에 의하면, 재미는 '놀라움을 수반한 즐거움'이다. 일상에서 놀라움이나 즐거움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가지 상황과 규칙을 만들어내며 놀이를 한다. 동물들도 놀이를 하지만 이는 생존을 위해 기술을 익히기 위한 목적의 놀이이다. 인간만이 생존 외에 순전히 정신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놀이를 한다. 이러한 놀이의 목적은 전적으로 '재미'이다. 재미없으면 놀이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놀이는 인간으로서의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즐기고자 하는 의지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놀이는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를 회복시켜 생활에 탄력을 주고, 삶의 기쁨을 표현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최근에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분노, 슬픔, 즐거움, 재미 등의 여러 감정들에 대한 고정 과념과 편견들을 소개해주고, 분석하여 나의 감정을 '제대로' 읽게 해주는 안내서와도 같은 심리학서였다.

이 책에 의하면, 감정이 이성과 사고에 비해 경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감정적인 사람은 정작 자기감정을 모른다는 내용이 참신했다. 저자는 현재 쓰는 표현 중에 '감정을 읽는다'는 표현을 어떻게 쓰게 됐는지 그와 관련하여 현대인들의 '감정 난독증'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또한 감정을 모르면 아무리 성공한다 할지라고 허망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들이 인상에 깊게 남는다.

이미지 출처-네이버

나는 이 책에서 재미에 관한 챕터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그중 DASO재미 지도로 테스트도 해볼 수 있었다.

DASO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D, 아세틸콜린 A, 세로토닌 S, 옥시토신 O을 뜻한다. 재미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눈 것이다. 재미를 유형이라는 틀을 집어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신경전달물질은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이 중 어느 것에 더 강한 세기와 강도를 느끼는지에 따라 나누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만약, 내가 어떤 재미를 느끼는지 모른다면, 자신이 어떤 유형의 재미를 느끼는지 이 책을 빌어 찾아보는 게 어떠실지?

다음은 책을 내용의 일부 발췌하고 축약해서 옮긴 내용이다.

1. 도파민계 재미
심장의 쫄깃쫄깃 도전적인 것을 느끼는 재미.
심장 뛰는 느낌과 '마스터'가 키워드.
익사이팅하고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며 무엇이든 '극복'할 때 쾌감을 느낀다.
보통 익스트림 스포츠나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이겨내는 도전적인 움직임이나 영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도파민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ㆍ리스크와 자주 받는 오해: 위험 중독자, 사서 고생한다는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

2. 아세틸콜린계 재미
채집과 새기는 재미. 기념과 기대, 수집품이 키워드.
내일을 위해 씨를 뿌릴 사람들이다. 유형적이든 정신적이든 모으는 것에 흥미가 있다. 무엇이든 '손에 쥐어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촉감과 직관을 통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기억해낼 수 있다. 어디 가면 반드시 꼭 "사진을 찍어야 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또한 추억만이 아니라 "이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이후의 기대와 의미 추구가 중요한 동력이다. 전례가 없는 새로움과 혁신, 파격과 신박함을 좋아한다.
ㆍ리스크와 자주 받는 오해: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찾아야 하고, 소유욕이 많은 욕심쟁이, 쓸데없는 것을 모으는 사람, 이상한데 관심을 두는 괴짜, 강박적 호더(hoarder)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쉽다.

3. 세로토닌계 재미
아기자기하고 소소(so so)한 재미.
조절과 순환, 조화로움이 키워드.
안전적인 맛이 없으면 '신경질'을 부리기 쉽다. 질서를 유지하고 정리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낀다. 소소한 활동에도 위안과 힘을 낼 수 있는 타입. 다양성과 확장성에 의미를 둔다. 이 유형은 위험이 따르지 않는 감각적 새로움을 느낀다. 스스로 편안함을 느껴야 자연스레 활기를 띠고 활동적이게 되는 사람들의 재미의 유형이라고 한다.
ㆍ리스크와 자주 받는 오해: 과도한 식탐, 이기주의자나 게으른 한량, 재미없고 놀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얻기 쉽다.

4. 옥시토신계 재미
티키타카의 재미. 상호성과 유대감, 관계성이 키워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옥신각신하면서 무언가 쌓여 가는 느낌을 좋아한다.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재미의 유형이다. 최종적으로 가장 원하는 대상과 끈끈한 유대감이 획득하고 자신의 재미가 합해지면 만족도가 급상승한다. 당신이 "혼자는 심심해, 같이 올걸 그랬다."라고 자주 생각한다면 옥신 토신형 재미의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ㆍ리스크와 자주 받는 오해: 독립성이 없고 자꾸 치대는 사람, 옆사람을 귀찮게 하는 존재, 의존적이라는 서운한 오해를 받기 쉽다.
출처-네이버 이미지

나는 팡팡 터지는 마블 액션 영화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도 즐기고, 기념으로 이것저것 모으는 취미도 있다. 그래도 식탐이 있고 소소한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며 내가 편해야 비로소 활기를 가지는 편인 세로토닌계 재미 유형이 더 강한 것 같다.

위의 4가지의 신경전달물질은 피자의 토핑과도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 사람이 어느 토핑이든 2가지 이상의 재미 유형이 있다고 한다. 또한 4가지 모두 '새로움'을 찾는다는 공통 부모를 가지고 있다.

인생에 있어 '재미'는 참으로 놀랍고 중요한 '감정'이다. 재미가 있어야 비로소 인생을 살아낼 의지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는 재미가 없다고 느낀다면, 나다운 재미를 찾아보고 내 안의 다른 재미도 찾아보면 어떨까?

※표지 이미지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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