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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Jul 22. 2022

납량특집 공포에 끌리는 이유

나만의 감정 이야기-3. 공포

무더운 여름이 점점 절정으로 가고 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예능프로에선 납량특집을, 극장가에서 공포영화나 재난영화, 게임류도 공포게임이 붐이다. 게다가 여름휴가를 맞아 일부러 아찔하거나 심장 쫄깃해지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찾는 등, 여름마다 우리는 신기하게도 일부러 공포를 찾고 굳이 체험하려고 한다. 왜일까?

여름하면 떠오르는 익스트림 스포츠들
여름이면 생각나는 재난영화나 공포게임들


공포란, 위협이나 위험에 대한 감정표현을 의미한다.

생물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강력한 감정이라고 한다. 숨 쉬고 먹고 죽는 생물이라면 유전자 단위에 그 기원을 두는 무지막지한 개념이라고 한다. 뭔가를 두려워하고 꺼리며 거부하게 된다. 심지어 두려움에 정신이 미치는 경우도 있다. 공포를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보통 공포는 '불안'에서 시작해 그 불안 요소가 점점 커지며 공포로 확대가 되는 식으로 증상이 심해지는데, 이는 매우 정상적인 것이다. 다만 그 정도가 심각해 병적인 것을 공포증(Phobia)이라고 한다.

공포심이 생기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 같은 고등 동물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꼬마선충 같은 단순한 선형동물에게서도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네이버 나무 위키 부분 발췌)

공포는 외부 자극에 대한 뇌의 방어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공포를 관여하는 대표 뇌의 부위는 '편도체'다.  

진한 핑크부분- 편도체의 위치(출처-GettyimageKorea)

이 편도체가 얼마나 예민한지에 따라 공포를 느끼는 강도도 달라진다고 한다. 외부 자극에 편도체가 쉽게 반응하는 사람일수록 공포의 감정을 더 잘 느낀다고 한다. 보통, 이 편도체는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게하는 회로라고 보는데 더 엄밀히 말하자면,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역할이라고 하는게 오히려 맞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암묵적 방어 생존 회로'라고 부른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부러 공포영화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유독 더운 여름에 사람들이 공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에 공포가 사랑받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공포가 더위를 실제로 어느 정도 식혀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긴장하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체온이 올라가며 긴장상태가 된다. 이때 소름이 돋고 몸은 떨리면서 열이 방출되는데, 열 분비는 일시적으로 체온을 상승시킨다. 이로 인해 주변 공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올라간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땀이 발산되는데, 그 후 땀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기를 다시 식혀줘 시원하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공포를 경험하게 되면 몸에서 흥분성 신경물질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때 억압된 감정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고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고 한다.

미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포영화 감상은 칼로리 소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무려 113kcal가 소비되었는데, 이는 30분 정도 걸었을 때 칼로리 소모량과 비슷하다고 한다.(휴먼 에이드 포스트, 이재일  참조)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감정은 공포이며,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또한 인간의 감정은 항상 균형을 잡으려 하기 때문에, 공포가 일으킨 여러 가지 생리반응들을 상쇄하기 위해 교감신경에서는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과 같은 흥분성 전달물질을 분비하게 된다. 따라서 오싹하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정신적으로 짜릿한 쾌감도 같이 느끼는 것이다.

즉. 공포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게 되는 것이다.(한국 기초과학 지원연구원 https://m.blog.naver.com/open_kbsi 참조)

그러나 우리가 여름에 공포를 일부러 찾고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통제가 가능한 감정상태"로, 진심으로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이한 것, 혹은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인지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공포를 느낀다. 심지어 미디어를 통한 공포는 집이나 혹은 영화관에서 편리한고 안전하게 경험한다. 이른바, 안전한 상태에서 느끼는 공포, 즉 "안전이 보장된 공포"인 셈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사람의 선하지 않은 이면 등을 경험하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것은 아니다. (사이언스올 참조) 이렇듯, 우리는 공포를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상태로 "즐길 수 있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공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네이버 이미지 출처)


우리가 여름에 공포를 체험하고 찾는 이유는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와 다르게 진짜 공포의 감정에 대해 한번 짊어보자. 사실 공포는 통제가 가능한 감정이 절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점은 심리학적으로 심각하게 특정 현상이나 물건에 지속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공포증(Phobia)'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감정은 고통에 가까운 진짜 공포라는 사실이다.

공포증 환자는 이런 심한 두려움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런 불안은 두려운 상황을 벗어나야만 없어진다. 이런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지 못하고 활동이 제한된다. 최소 10%의 인구가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공포증은 어린이 후기, 사춘기, 성인 초기에 생긴다.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으므로 적절한 치료와 의료의 도움이 필요하다.(서울대학교 병원 공포증 글 참조)

여러 종류의 공포증 (phobia)                                               (출처-맑은 숲 예인한의원)                   

우리 두뇌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놀라운 유전적 프로그램에 따라 발달과정에서 스스로를 연결한다. 하지만 우리 행동의 상당 부분은 출생 후에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뜨거운 난로에 손을 얹지 않도록 배워서 태어나지는 않는다. 그런 지식은 경험에서 나온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화상을 입기는 쉽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어렵게 얻은 지식 덕분에 생존하고 또한 번성하고 있다. 

이 복합적이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의 뇌는 모르는 것에 대한 경고와 경종으로 각인되고 이를 통해 위험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은 우리에게 실수하지 않고 생존이 무사할 수 있게 해 준다.

보통 공포란 비이성적인 감정 중 하나이며, 극복의 대상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극심한 핵심감정이 공포라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포는 우리에게 중요한 자기 보호 시스템이다.

감정은 외부 자극이라는 공격으로부터 뇌 속, 편도체와 호르몬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으며 우리를 보호해준다. 감정을 알아보면 알수록 신기하고 흥미롭다. 감정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알아보면 알수록 사실 감정은 나를 보호해주는 내 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공포라는 감정이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이란 사실이 새삼 놀랐다. 또한,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2차 감정이란 사실도 글을 작성하며 알게 되었다.




공포라는 감정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하고 또 중요한 감정이지만 몸에게 비상버튼이라는 역할도 한다. 교감신경계를 속여 일시적으로 시원해지고, 잠시 동안 쾌감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할지라도 이것이 도를 넘으면 이 스위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자극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주게 돼서 오히려 몸에 해를 줄 것이다. 무엇이든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공포'가 붙은 영화나 미디어 매체 등에 대해 큰 흥미가 없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다르겠지만 꼭 여름이라고 해서 공포체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굳이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몸을 비상체계로 만들면서 까지 시원해질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공포 말고도 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방법을 찾아보면 많다. 선택은 우리들의 몫인 셈이다. 제각각 나름의 방법대로 이번 더위를 넘기며 올여름의 즐거운 추억을 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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