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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Jul 28. 2022

나의 케렌시아(Querencia)

여름에는 재즈를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박치 음치 몸치로 리듬감 1도 없는 성대와 몸뚱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귀 하나로는 안 해도 돼서 그런지 음악은 잘 듣는다.

 나는 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는 편이다. 클래식을 사랑하시던 클래식 애호가 아버지 덕분에 클래식을 들으며 자랐고, 꽤 반항적인 사춘기를 겪었었던 오빠 덕에 락도 좀 들었다. 영화나 애니에 흠뻑 빠져있을 고등학교 시절, 영화 음악이나 애니음악, 뮤지컬 음악 등을 한참 듣기도 했었다. 그밖에 여러 동기가 생겨 우리나라 민요나 가곡, 샹송, 일본이나 중국의 전통 민속음악등에 한때 빠져 열심히 들은 적도 있다. 요즘은 BTS팬이 되면서 십대 딸내미와 함께 K-POP을 즐겨 듣는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조금은 남다른 나의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꽤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큰 편식 없이 잘 듣지만, 바꿔 표현하자면 부끄럽게도, 전체적으로 깊이감은 없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이 중에서 그래도 늘 애정 하게 되는 음악이 바로 '재즈'이다.


재즈의 시초는 17세기 말 이래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인적자원·노동력으로서 수출된 흑인 노예의 자손들은 아프리카 민속음악의 단순한 서글픈 노래로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교회의 찬송가를 비롯한 유럽 음악의 영향을 받아 흑인 특유의 감각을 반영한 흑인영가·노동가·체인갱송(쇠사슬에 묶인 죄수의 노래) 등으로 발전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글렌 밀러, 베니 굿맨, 빌 에반스, 루이 암스트롱, 쳇 베이커, 엘라 피츠제럴드

언제부터 재즈를 애정 하게 됐는지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즈 스타일로 들으며 심장이 두근거렸던 어릴 적 기억이 남아있긴 하다. 가장 푹 빠져있을 때가 고등학교 때부터 20대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난해한 프리재즈 연주는 여전히 아직도 어렵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그리고 어딘가 구슬프지만 아름다운 목소리의 재즈싱어들의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빠져들어가게 된다.

보통 재즈라고 하면 담배연기 자욱한 어두컴컴한 배경의 우울한 분위기에 고독을 씹으며 바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이미지를 떠올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재즈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에게 재즈는  휴식과 힘을 다. 마치 스피커 너머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멜로디들이 나에게 집중하며 오직 나를 위해 음악을 들려주는 듯하다. 흑인들이 힘겨운 노예생활을 잊고자 만든 위로와 격려의 멜로디가 온전히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https://youtu.be/jvXywhJpOKs


무더운 여름 낮에는 보사노바가 어울린다.
보사노바는 브라질의 전통음악인 삼바를 베이스로 재즈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보사노바는 포르투갈어로 '새 물결'을 의미한다.

보사노바는 처음1950년대 후반 리우 데자네리루에 사는 중산층 학생들과 거리의 뮤지션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보사노바는 처음부터 재즈로 속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여러 재즈 뮤지션들의 지속적으로 연주로 점점 재즈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나의 첫 보사노바 음악은 '리사 오노'의 음반이 시작이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땀이 식혀지는 듯한 칠링 한 시간을 맛볼 수 있다.

보사노바는 소리를 내지르는 클라이맥스가 거의 없이 일정한 박자감이 있는데 내가 보사노바를 여름에 즐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치고 힘든 여름날,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보사노바 특유의 청량하고 여유 있는 멜로디가 나를 당장에라도 브라질의 어느 해변으로 데려다 주는 시원한 마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사노바. 내가 좋아한 뮤지션 앨범들(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 스텐게츠, 리사 오노)

https://youtu.be/plGO7 DaJAbI


선선해지는 여름밤에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음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음반을 알게 된 건 결혼 전, 지금의 남편 덕분이다. 처음으로 들어본 쿠바 특유의 재즈가 내게는 신세계처럼 색다르게 느껴졌다. 함께 다큐영화를 보고 나서 더욱 푹 빠지게 되었다. 연애시절, 거의 이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 것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로 남편과 나를 꽁꽁 엮어준 음악이기도 하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세월이나 자신의 처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 듯 오직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것처럼 시공간의 초월이 느껴진다.

여름 낮동안 친 몸을 달래며 조금은 서늘한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여름밤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음악이다.

어딘가 구슬프고 처연하게 부르는 연륜 있는 목소리에서 쿠바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쿠바의 하늘을 바라보며 이 음악을 듣는 게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일 정도로 애정 하는 음반이다.

쿠바 재즈.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다큐영화와 음반.

본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과거 1940년대 쿠바 하바나에 있었던 가장 유명한 사교 클럽의 하나였으며, 환영받는 사교 클럽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쿠바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 모든 상황이 바뀌어버리고 말았는데, 1959년 대통령에 오른 마누엘 우루티아 레오는 하바나의 향락적인 문화생활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후 피델 카스트롤가 완전히 정권을 장악하게 됨에 따라 이전까지의 문화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비록 쿠바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전통 음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후 팝 뮤직과 살사가 쿠바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쿠바의 전통 음악들은 대중들로부터 점차 잊히기 시작했다.

과거 하바나의 클럽들을 주름잡았던 대부분은 음악을 접고 구두닦이나 이발사로 전직하거나 발레 하는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해주는 등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늙어가고 있었다.

이후 1995년, 프로듀서 닉 골드는 이전부터 쿠바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라이 쿠더에게 쿠바 재즈 뮤지션들과 아프리카의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하는 퓨전 앨범을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했고, 작업을 할 다른 뮤지션들을 섭외해 앨범을 녹음하게 된다.

이들이 쿠바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낸 이 아티스트들과 6일 만에(!!) 녹음을 완성해 발매한 것이 'Buena Vista Social Club'인데, 이것이 대박을 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쿠바 재즈 열풍을 일으킨다.(네이버 나무 위키)


https://youtu.be/o5 cELP06 Mik

https://youtu.be/gCt5 ghkkIMY


케렌시아(Querencia)
스페인어로, '애정, 애착, 귀소본능, 안식처'란 의미로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의미한다. 투우(鬪牛) 경기에서는 투우사와의 싸움 중에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이른다. 이는 경기장 안에 확실히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투우 경기 중에 소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난처로 삼은 곳으로, 투우사는 케렌시아 안에 있는 소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누구나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꿈꾼다. 그리고 이런 나만의 공간이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박한 일상에서 이런 자기만의 케렌시아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불쾌지수가 치솟는, 무덥고 지치는 여름에는 특히 더 그렇다. 사실, 자기만의 케렌시아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 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단순한 용기만 있다면 그곳이 나의 케렌시아가 될 것이다. 

 재즈에 흥미가 없더라도 한번쯤 듣기를 추천한다. 여러분에게 멍하니, 청각이라는 감각을 즐길 수 있는 재즈 음악의 케렌시아로 초대하고 싶다.

이 여름, 재즈라는 음악이 당신이 지금 서있는 이곳을 브라질의 해변으로, 또는 쿠바의 어느 밤으로 데려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문 표지 출처-네이버 이미지, 앙리 마티스(Henri Émile-Benoit Matisse)의 《재즈와 연극 전시회 중, 이카루스 작품과 재즈 타이포의 합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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