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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Jul 16. 2022

오티즘 엑스포에 다녀오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도전

  엑스포(Expo)
명사, 어원은 Exposition이다. 산업 일반 세계 여러 나라가 참가하여 각국의 생산품을 합동으로 전시하는 국제 박람회. 1851년에 런던에서 최초로 개최한 것이 그 기원으로, 1928년에 파리에서 체결한 국제 박람회 조약에 따라 가맹국의 주최하에 5년마다 열리며, 주로 공업 제품ㆍ미술 공예품 따위를 출품한다.

자폐성 장애 및 발달지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2회 ‘오티즘 엑스포’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렸다는 소식에 아이와 함께 가보았다. 오티즘 엑스포에 자폐뿐만 아니라 발달지연과 같이 다루는 이유는 보통,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발달지연 장애가 동시에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장소에 유난히 민감한 아들은 특히, 사람이 많고 울림이 큰 광장이나 백화점, 역, 마트 같은 곳을 무척 꺼려해서 싫어한다. 그래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큰맘 먹고 어르고 달래서 함께 갔다. 아들과 무사히 관람을 마치기를 바라며.


아시아 최초,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발달장애전문 박람회 ‘제2회 오티즘 엑스포’가 15~16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제2회 오티즘 엑스포는 발달장애에 대한 통합적 정보 제공과 함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와 힐링의 장, 발달·자폐성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꿈을 그리다, 함께 그리다

를 슬로건으로 서플러스글로벌과 함께 웃는 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오티즘 엑스포 조직위원회와 함께 웃는 재단, 한국자폐인사랑협회가 공동 주관한다. 이번 행사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사전 등록을 통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국민일보, 정창교 기자, 2022.7.5 기사 참조)


전날 사전등록을 마치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오티즘 엑스포로 향했다.

최대한 아들에게 자극이 없게 첫날인 그나마 사람이 드문 오전에 가자 마음먹었다.  

드디어 도착. 첫날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전 등록만 1만 명이었다고 한다. 복지관이나 특정단체 등 단체관람객도 많았다. 확실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로 자폐나 발달지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차려진 부스는 90여 개.

자폐성 장애인이 직접 안내를 담당하며 행사를 홍보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등, 자신이 속한 단체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며 안내해주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마침 실종아동을 위한 지문등록과 사진 등록을 경찰청에서 나와 참여 중이었다. 지문등록은 미리 해놓았지만 아들이 6살 때 사진이라 온 김에  현장 사진으로 사진 갱신도 마쳤다.

보건복지부나 경찰청, 장애 관련된 크고 굵직한 주체 관청들의 부스는 규모도 크고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인상 깊은 공간들이 있었는데, 외부 환경에 대한 감각자극 예민한 자폐ㆍ 발달지연 장애인들을 위한 독립적이고 조용한 방음부스로 '심실 안정실'을 거의 한쪽 구역을 나열해서 배치해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되도록 서둘러 제법 빠른 시간에 둘러봤기 때문에 이 공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다른 엑스포나 행사장에서 볼 수 없는 배려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일반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다감각 체험공간'을 통해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와 발달지연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공간이 있어 눈길이 끌렸다.

그밖에도, 자폐 스펙트럼ㆍ 발달지연 장애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엿볼 수 있는 공예품이나 그림 전시회 등도 열리고 있었다.

야무진 스케치에 알록달록 색감들, 자신의 생각과 상상이 그려진 그림들과 작품들을 보며, 자칫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편견들을 나무라듯 반짝반짝 빛을 내뿜는다고 느꼈다.

서둘러 둘러본 게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아들의 감각 과부하 증상 없이 무사히 잘 보고 나왔다. 힘들었을 텐데 꾹 참아준 아들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조금 놀랐던 사실은 이 오티즘 엑스포가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규모였다란 거다.

사실, 크긴 컸지만 서둘러서 보면 1시간 이내로 볼 수 있어서 최대 규모란 생각까지는 못했다. 이를 통해 이제껏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가 관심을 받지 못해,  얼마나 소규모로 이루어졌었는지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

 내가 이제껏 자폐와 관련된 글을 쓰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를 했을 때, 우리나라만의 주체적 자폐 역사나 관련 자료가 너무 없어서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눈에 띄는 학문적ㆍ정치적ㆍ사회적 운동은 고작해야 2007년 이후 정도이다. 81년에 심신장애복지법안에서 심신박약이라는 항목에 모든 정신 관련 장애인을 묶어 법을 재정했다. 2007년이 되어서야 '발달장애'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발달장애 또는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개정하였다.

그 이전에는 모두 서구권 역사와 의료 지침을 따르는 정도이거나, 정신 관련 장애 부모님들의 피나는 노력의 시위와 요구 운동 등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도 꾸준히 발전은 하고 있었겠지만 그만큼 음지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부디 이 엑스포가 성황리에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


그래도 엑스포에 전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과 참여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 우리같이 당사자나 가족, 또는 관련 직종 업계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드라마 '우영우'의 인기 덕분인지 호기심이나 관심이 생겨서 온 분들도 있었다. 우리가 집에 가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이야기를 나눈 두 여성의 대화가 들렸었는데 그분들은 호기심에 관심이 생겨서 관람했고 자폐나 발달지연에 대해 알게 돼서 신기하다는 평의 이야기를 들었다. 속으로 세간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것이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은 것이라도 말이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이러한 엑스포 등을 통해 조금씩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에서 엑스포를 개최한다는 건, 자국의 선진 과학과 기술, 문명의 산물을 통해 국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엑스포를 개최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단순히 어떤 미디어의 인기에 힘입어서가 아닌 진정한 의미로 국력을 과시할 수 있는 오티즘 엑스포가 계속 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자유낙서공간에 아들이  남긴 사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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