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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Jul 06. 2022

힘내라! 우영우!

어쩌면 인생 드라마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극 중 우영우 대사 중에서-


아직은 이름도 생소한 KT스튜디오 스카이 TV, ENA채널에서 선보인 드라마이다. 넷플렉스에서 200억이라는 제작비를 지원해 만들었다는 16부작 수목드라마로, 유인식 PD 연출, 문지원 작가의 새 드라마이다. 지금까지 1~2화 단 2회분을 방영했지만 보는 순간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다. 현재 넷플렉스 TV시리즈 1위 , 화제성 순위 28%로 단번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인공은 우영우는 드라마 설정상 대한민국 자폐인 1호 여성 변호사이다. 여성에다가 장애인 변호사라니. 우리나라 구성원 중 소수 중의 최 극소수의 설정이 아닐까?

아이큐 164에 27살의 그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서번트 증후군(특정분야에 유독 천재적 능력을 보이는 특징을 가진 증후군 중 하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일우'(어차피 일등은 우영우)란 별명을 가지고 있듯이 서울대 수석 졸업, 로스쿨 전체 수석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그녀의 대형 로펌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로서 첫 사회생활 생존기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관련 재밌는 사실 >
1. 이  드라마의 작가, 문지원 작가의 전작은 영화《증인》이다. 이 영화에도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와 서버트 증후군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녀 임지우가 주인공이다.
2. 이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일부 사건 에피소드는 조우성 변호사의 에세이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3. 작가와 연출자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애초부터 배우 박은빈으로 염두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은빈은 당시 《연모》와《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두 시나리오가 동시에 제안된 상태였는데, 장애라는 주인공 특징의 부담감으로 배우는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거절했다고 한다.
4. 이 작품을 거절하고 배우 박은빈은 드라마 《연모》를 선택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연출 PD는  배우 박은빈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었고, 계속 설득하며 드라마《연모》가 끝날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결국, 우영우라는 캐릭터 연기를 박은빈 배우가 하게 되었다.
5. 배우 박은빈은 캐릭터의 부담감이 커서 역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특정 롤모델을 두지 않고, 다방면의 자료를 찾아보며,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알아보고 법을 공부하며 자기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한다.
-관련 영상 리뷰와 나무 위키를 참조하여 작성-

이 드라마는 엄밀히 말하자면 법정 드라마이다.

다만, 주인공이 변호사인데 자폐스펙트럼 장애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이때까지 내가 열심히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알리려고 써 온 글들보다 훨씬 더 잘 묘사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작가와 배우가 연구를 많이 한 흔적들이 보였다.

먼저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감각 과부하 특징을 묘사 한 장면들이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어른들의 싸움이 났을 때 화면(주인공의 시선)이 번쩍거리고, 두 귀를 막고 두드리는 장면. 환경적 감각들과 극도로 예민한 감정들이 과부하를 일으키며 자기 방어기제가 강하게 표출되는 부분이다. 우리 아들도 지나가는 길거리의 공사 소음에도 이와 똑같은 반응을 한다.

주인공의 출근길 헤드폰은 외부에서 자극되는 환경적 소리 자극을 피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소리자극을 줄이기위해 끼는 헤드폰

출근 첫날, 벽에 아빠의 얼굴로 감정을 나타내는 사진을 붙여 놓고 주의하며 복기하는 장면. 실제로 우리 집도 똑같다. 시각적 이미지로 배우기 때문에 붙여놓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도 아직 감정의 종류를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기쁨과 슬픔만 이해해서 복잡한 감정 상황에서도 선택적 제약이 생긴다. 상대방이 화를 내고 있는데 웃는다거나 조금만 놀라도 우는 등과 같은 식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도 감정카드들이 칠판에 붙어 있다.

감정을 머리로 암기하기 위해 노력중인 주인공.

ㆍ행동 중간중간 손가락을 허공에다 피아노 치듯 움직이고 팔을 돌리는 듯한 제스처, 옷걸이 하나하나 포스트잇을 붙여놓거나 주인공이 한눈에 재료 확인이 돼서 안심된다는 김밥은 모두 극도로 높은 외부 자극의 불안도를 자체적으로 줄이기 위한 자기만의 극복 훈련의 결과물들이다.

여러 불안한 감각들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고 노력했을까.

ㆍ그 외에도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적응이다.

극 중에서는 회전문으로 표현되었다. 전개상 로맨틱한 에피소드로 끝났지만 사실은, 많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쉬운 방법이 있어도 이를 적응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 오랜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

의외의 빌런 '회전문',무사히 도움을 받으며 통과.

그다음 특징으로는 언어와 부족한 사회성인데,

조금은 로봇처럼 외운 듯이 말하는 딱딱하고 어리숙한 말투와 반복되는 단어나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말하는 성향, 반향어(상대방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 하거나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것을 뜻한다) 언어적 특징이고, 말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거나 농담을 이해 못 하고, 상대방에게 계속 자기 관심사만 말한다는 점 등 부족한 사회성 또한 디테일하게 묘사가 잘 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주인공이 좋아하는 '특정 관심대상'이다.

모든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특정 관심대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들 경우는 '특수자동차'이다. 백과사전처럼 디테일하게 외우거나 알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소방차나 경찰차, 구급차만큼은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영화《말아톤》에서는 얼룩말, 드라마 《굿닥터》에서는 로봇, 이 드라마에서는 고래 등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고래일까? 찾아보니, 고래는 종류에 따라 무리를 지어 다니기도 하는데 특히 향고래는 무리에서 장애를 가진 고래가 있어도 절대 낙오시키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척추장애가 있어서 낙오된 전혀 다른 종족인 돌고래를 돌봐주기도 한다고. 개인적 피셜이지만 이런 특성을 가진 고래를 선택한 작가님과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https://youtu.be/a 9 HUG4 vE120

동영상 올리는 법을 아직 몰라서 사진으로만이라도 올려본다.ㅜㅜ
출처- 걍님의 드라마 리뷰 중 에서 발췌 및 참조. https://m.blog.naver.com/baozi92/222797856391

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좋았던 점은 주인공을 귀엽고, 전체적으로 긍정적이 표현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좀 더 코믹하고 밝게, 그리고 멋진 CG를 힐링 포인트로 드라마를 매력적으로 연출한 것도 좋았다.

극 중 주인공은 자신이 스스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인정하며 당당한 모습이다. 자신의 장애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 부분도 인상 깊었다. 또한, 주인공은 천재라는 치트키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치트키는 마치 모든 장애의 조건을 뛰어넘다 못해 장애의 단점을 모두 덮어버리고 여느 사람들보다 더 독보적으로 앞질러 간다. 이 부분은 거의 판타지 같기는 하다. 

과거, 이와 비슷한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가 있었다.

2013년에 방영되었던 의학 드라마《굿닥터》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도 자폐스펙트럼과 천재적 서번트 증후군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이었다. 이 드라마도 당시 대단한  화제가 되었었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에서도 리메이크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의 울림을 전해주었다. 굿닥터라는 드라마로 자폐스펙트럼의 편견이 다소 좋아지기도 했지만 드라마가 2013년에 종영되고 난 뒤, 9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장애를 인식하는 우리는 과연 그 시간으로부터 나아졌을까?

2013년에 방영되었던 화제의 드라마 '굿닥터'

 이 드라마는 장애가 주제가 아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드라마이다. 단지 장애라는 설정은 초능력처럼, 특별한 캐릭터를 위한 단순한 장치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장애인이라는 설정은 휴먼 다큐가 아닌 이상 불편할 수 있다. 심지어 현실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 모두가 천재일 수도 없다. 오히려 많은 지원과 도움이 더 필요한 느린 학습자나 지적장애, 또는 발달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솔직히 이러한 드라마들의 영향으로 사람들에게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환상이나 잘못된 프레임이 씌워질까 우려도 된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며 말하고 싶은 점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도, 틀에 박힌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우리와 함께 꿈을 가진 존재이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를 수 있는, 그저 우리와 함께 있는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라는 점이다. 

비록 드라마처럼 대단한 천재성과 수려한 외모,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능력 없을 수 있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람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잘못된 편견으로 함부로 가치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6부작 중 아직 단 2편만 방영되었고, 이제 막 전개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느낌이 좋은 드라마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본다.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앞으로 전개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 거친 현실의 파도가 밀려와도 힘을 내, 우영우!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극 중 우영우 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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