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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Jun 11. 2022

나의 동화 같은 우정 시리즈

1.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삐삐

주인공의 이름은 동화책 제목과 같으나 사실 삐삐는 애칭에 가까우며, 주인공의 풀네임은 삐삐로타 빅투 알리아 룰 가르디나 크루스뮌타 에 프라임 스도 테르 롱스트룸프(Pippilotta Viktualia Rullgardina Krusmynta Efraimsdotter Långstrump)로 상당히 긴 이름이다. 작가의 어린 딸이 어느 날 생각해낸 이름이라고 한다. 그 딸을 위해 만든 이야기가 삐삐였다. 뒤죽박죽 별장에서 살고 있는 빨간 머리와 주근깨를 가진 소녀 삐삐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다룬 작품이다.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출세작인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야기다. 1945~1948년경에 나온 3편의 소설이다. 1977년에 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출처 http://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6407)

말괄량이 삐삐 그림책(좌),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드라마 삐삐(우)

삐삐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3살 위인 언니지만 내게는 단짝 중에 단짝이라고 자부할 만한 친구이다. 

그녀는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친다.

그녀를 생각하면 늘 뭔가 밝고 컬러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삐삐처럼.

같이 있으면 힘이 나고 웃음이 계속 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끝이 없는 수다들. 고민을 상담할 때면 세상 집중해서 진지하게 들어준다. 자신의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속상해하거나 힘들어할 때 또는 격려와 응원해 줄 때도 에게 자신의 밝은 에너지를 기꺼이 전달해준다.

세상 돌아가는 정보 서치 능력이 빨라 유행도 잘 캐치하는 트렌디한 멋쟁이 인싸. 항상 뒷북치며 "그게 뭔데?"하고 유행뒤처지는 나를 늘 챙겨주며 같이 나눠주는 센스를 지닌 매력 있는 사람이다.


나는 친정집도 멀고 시댁도 멀다.

우리 집만 친정ㆍ시댁, 형제자매들과 뚝 떨어져 살아서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들과 만나고 싶으면, 차로 4~5시간의 거리도 감수해야 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은 타지에서 십여 년 살다 보니 이곳이 더  편한 고향처럼 되긴 했지만 처음에는 의지할 곳이 없어 낯설고 외로웠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도 낯선 와중에 독박 육아까지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지역 커뮤니티에서 모집하는 동아리에 용기 내서 참여했는데 그곳에서 언니를 처음 알게 되었다.

명랑하고 밝게 웃는 얼굴이 실제로도 어딘가가 닮았다.

첫째가 생후 6개월 되던 해 만났으니 수로 12년이 된다. 지금은 아쉽게도 이사를 갔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무슨 일이 없어도 그냥 당연히 만나던 친구 같은 언니이다. 아이들끼리도 친해져 자연스레 언니의 아들과 우리 집 첫째는 소꿉친구에 절친이 되었다. 

내가 막내를 낳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장애판정받을 때도 언니는 토닥거려주었다. 울며 불며 반은 정신 나가 있을 때도, 인연이고 뭐고 연락을 먼저 끊어도 조심스레 먼저 안부를 물어주고, 아이의 장애를 알고 나면 당황하거나 놀라서 생채기만 남기고 떨어져 나간 여러 인연 중 편견 없이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준 친구.

지금 생각해보니 그야말로 결혼 후 아이들 낳고 난 뒤, 나의 역사를 고스란히 함께 한 측근이다.


가까이 살다 보니 서로 수시로 만났다. 사소한 일상을 함께 지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서로의 집안 분위기를 속속들이 알고 가끔 남편에게도 말 못 할 비밀 공유도 한다.

커피나 밥 먹으며 수다는 기본이고, 장을 보면 반으로 나눠가지고, 서로에게 감명 깊었던 책도 추천해준다. 애들을 잠시 아빠들에게 맡기고 둘이서 같이 하는 쇼핑은 세상 재미난다. 

첫째공부 개념이 안 잡혀 힘들 때에 언니가 개인 교습도 해주고 서로 아이들 옷들이나 신발도 서로 누어 교환해서 입히기도 했다.

특히 아들이 사람을 가리고 장소를 가려서 자기만의 규칙으로 아무나 초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런 우리 아들에게 특별한 예외가 있는데, 바로 이 언니와 형아(언니 아들). 거의 유일하게 우리 집에 오래 (물론 한정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머물다 갈 수 있는 초대 가능한  특별한 손님들. 

왜지? 하고 생각해보니, 하도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 자주 오다 보니 아들에게는 익숙한 루틴처럼 받아들여져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몇 달 전 이사 간 언니에게 소포가 하나 왔다. 그때 영접하기도 힘들었던 포켓몬 빵 하나를 보내주었다. 사실 언니네 아들이 꼭 갖고 싶어서 힘들게 찾아다니다 겨우 얻은 빵이었을 텐데, 띠부띠부 실 하나라도 더 구하고 싶었을 텐데 그 소중한 빵을 내어준 언니와 언니의 아들.

소포를 받으며 첫째와 놀라며 감동!!!

어른이 되고 결혼한 후에 아이 때문에 만나는 아이의 친구 엄마가 아니라 오롯이 '나의'친구를 사귈 수 있는 행운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나의 모든 배경을 알고 나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인연이 몇이나 될까?

동화 속 삐삐의 긍정적이고 명랑한 모습을 보며 힘을 내고 위로를 받았듯이, 언니에게 그 에너지와 힐링을 받았던 것 같다.

 늘 만나면 웃음이 끊이지 않고 걱정을 털어놓아도 불안하지 않고, 청소하지 않아도, 신경 써서 챙겨 입지 않아도 초대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같이 있으면 시간을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 되어 유익한 플러스가 되는 사람.

 지금은 이사를 가서 멀리 살지만 여전히 자주 연락하며 지내고, 얼마 전에도 만났다. 그래도 가깝게 살던 빈자리가 큰지  그만큼 나의 일상이 꽤 단조롭고 지루해진 것 같다. 단짝친구가 그립다.

나에게 이러한 친구가 있다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언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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