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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Oct 01. 2022

클래식이 어렵다고요?

클래식 입문자의 현관문 두드리기

클래식 음악(Classical Music)은 좁게는 20세기 전반까지의 서양음악만을, 넓게는 동양과 서양의 20세기 전반까지의 음악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현대음악 중에서도 보통은 클래식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고전적인 화성학과 관현악 형태의 클래식 음악들이 많다.(사전적 의미 부분 발췌, 출처-네이버 백과, 나무위키)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클래식에 대한 애정으로 반강제로 클래식을 들으며 자랐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대단한 클래식 애호가셨다. 어느 정도이었냐면, 좁은 방안이었어도 우리 집에는 굳이 음악 감상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는 데다가, 클래식 CD 전집 세트에, 없는 살림에도 굳이 진공관 앰프로 나오는 크고, 작동도 복잡한 커다란 음향 기계를 기여코 사실만큼 아버지의 클래식 사랑은 대단하셨다.

어릴 때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늦잠 자고픈 마음이 굴뚝인 황금 같은 주말 아침에 아버지는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의 음량으로 클래식 음악 틀어놓고 우리를 깨우곤 하셨다. 그때만큼은 클래식 음악 멜로디가 자명종 소리보다 더 얄미운 소음같이 느껴졌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강제 청각 교육 덕분인지 점점 귀에 익숙해지는 멜로디가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 집에는 클래식 음악 백과사전 같은 아주 두꺼운 가이드북이 있었는데, 그걸 펼쳐놓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아버지는 여러 작곡가들의 일생이나 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등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곤 했다. 오히려 나는 클래식 음악 감상보다 그 이야기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여전히 몇몇 이야기들을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빼곡히 적힌 글밥보다 그 옆에 실린 고전적인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듣고 자란 거치고는, 부끄럽지만 나 자신이 클래식에 대해 엄청 즐겨 듣거나,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입문자 그 자리 그대로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 덕분에 어디 가서 대단한 잘난 척은 못해도 어디 가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들어도 낯선 위화감 없이 대충 작곡가의 이름이 어른거리는 정도로, 귀를 열고 듣는 여유는 확실히 생겼다. 그러다 잠시 흥미를 잃고 다른 음악 장르에  관심이 생기면서 뜸해진 나의 클래식 불꽃을 다시 밝혀준 건 남편과 만나면 서다.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나는 문화적 코드나 취향이 상당히 맞는 편이다. 재즈도 그러했지만 남편과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취향도 비슷해서 더 친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취향이나 취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인생의 큰 행운이다.


2022반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피아니스트 임윤찬 연주

얼마 임윤 군이 세계적으로도 권위 있고 유명한 번 클라인 콩쿠르대회에서 18살이라는 최연소의 나이로 최종 우승자가 되어 지금까지도 대단한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덕분에 요즘은 나도 부쩍 클래식을 듣는 시간이 길어졌다. 또한 우리가 열광하는 아이돌 음악에도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다. 레드벨벳의 곡 'Feel My Rhythm'에서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나, 블랙핑크의 'Shut Down '곡에서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B단조 <라 캄파넬라>를 전체적으로 샘플링으로 사용하며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훌륭히 녹여냈다.

이렇게 보면 사실, 클래식 음악들이 일상 가까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고 아주 친숙하다.

태교음악, 수면 음악, 심리치료 음악 등으로 위안을 주고, 광고음악과 대중음악의 샘플링까지 상업적으로도 자주 접하고 있다. 어릴 때 듣는 자장가에서도, 학교에서 자주 듣는 종소리나 매일 듣는 전화연결 음조차에까지도 말이다.

레드벨벳의 2022앨범(좌 위)과 바흐(좌 아래)/블랙핑크의 2022앨범(우 위)과 파가니니(우 아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들이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소수만이 즐기는 음악 장르라는 이미지, 이를테면 클래식 음악은 고급이고, 교양 있어야 하고, 지루할 정도로 길고, 어렵다 등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안타깝지만 사실, 납득이 되기도 한다.

우선 클래식이라 하면 떠오르는 음악은, 오페라를 제외하면 가사 없는 연주곡이 대부분이다. 열심히 참아본다고 마음먹어도 1시간 내내 연주자가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만 쳐다봐야 한다. 연주시간도 길다. 제대로 듣는다 치면 한 작품에 길게는 3시간, 짧아도 20~30분 정도의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듣는 대중음악은 보통 3~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고, 지루할 틈 없이 춤이나 눈부신 시각적 비주얼로 압도적이고도 화려하다. 또한 클래식은 교향곡 몇 악장이니, 협주곡 몇 번이니 하는 제목부터가 뭔 말인지. 작곡가 이름 또 왜 이리 외우기 어려운 옛날 서양 이름이 잔뜩인지.

점점 클래식 감상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버린다. 그렇게 클래식은 "아무나 듣는 음악이 아닌" 음악이 되고 마는 애석한 일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 사실을 알고 나면 오해라는 을 클래식 애호가들은 알 것이다.

오히려 클래식 음악만큼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음악 장르도 없다고 할 만큼 작곡가마다의 스타일과 느낌이 다르고, 이를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같은 곡도 전혀 다른 곡이 되기도 한다. 지휘자나 오케스트라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같은 곡이 천차만별의 버전으로 들리고 차이점을 느끼는 순간 클래식의 매력이 남달라 진다.

나도 어려운 이름의 작곡가나 몇 악장이니, 몇 번이니 하는 건 잘 모른다. 오히려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가끔 좋아하는 멜로디로 5분 정도만 들을 때도 있고, 호기심으로 듣고 싶을 땐, 기꺼이 오래도록 끝까지 들은 적도 있다. 이런 식으로 서먹한 클래식 음악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출처_네이버 이미지

언젠가 방송에서 지휘자 금난새의 해설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가 클래식 음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 유럽 사람들의 취향에 의해서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가 대중음악을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친근하고 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삼백여 년여 전에는 클래식이  대중음악이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유흥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다. 어떤 음악을 어떻게 듣던 그건 그 시대사람들의 취향일 수 있다. 그 취향이 모여 주류 문화가 되고 이는 역사와 전통이 된다.

클래식 음악 듣는다는 것타임머신이 없어도 삼백여 년 전 유럽 사람들의 취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어쩌면 엄청 역사적인 기회인 셈이다.

그 몇 백 년을 걸쳐 많은 형식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정제되면서 수많은 음악들과 음악가들을 잉태해오며 지금의 클래식 음악이 전승되어 오게 된 것이다. 지금의 대중음악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게 아닐 것이다. 그 뿌리가 내려오며 수많은 취향과 인기에 영향을 받으며 수도 없는 변화를 거쳐 지금의 취향에 맞는 음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클래식 음악을 들어본다면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출처_네이버 이미지

클래식 입문자로서 흥미를 위해 몇 악장, 몇 번, 교향곡, 협주곡, 단조나 장조는 잠시 넣어두자. 물론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큰 차이일수 있지만 그래도 클래식을 들어보기로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 2~3분만 들어도 좋다. 본인이 가장 강렬하고 좋은 하이라이트 부분만 들어도 좋다. 대신, 여러 연주자들의 버전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듣다 보면 들린다'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클래식의 훌륭한 입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의 힘이란 위대하다.  수많은 감정과 더불어, 오감의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대와 공간을 초월해 무한한 상상의 나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은 무얼 하지 않아도, 청각이라는 감각만으로도, 나를 상상의 나라로 초대해준다. 멜로디만으로 오감과 슬픔이나 기쁨과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가을밤, 삼백여 년의 유럽 사람들의 취향을 함께 느껴보는 건  어떨까?

우리 처음으로 방문하는 집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 조금은 긴장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깊게 한번 내쉬고 그 문을 두드려보자. 문 너머에서는 나를 맞아줄 음악이라는 풍요로운 공간과 많은 훌륭한 음악가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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