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시인.
1875년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 아래 있던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하사관에서 장교로 입신하는 게 꿈이었던 아버지와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소녀 취향을 갖고 있던 어머니 사이에서 일곱 살 때까지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가 1886년 아버지에 의해 육군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참담한 시련의 시기로 묘사되고 있는 이 시절에 릴케는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시들은 주로 감상적이고 미숙한 연애시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이러한 경향은 1896년 살로메와의 만남을 통해 크게 선회하게 된다. 특히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여행과 스위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깊은 정신적 영감을 바탕으로 초기 시의 대표작 '기도시집'이 완성되었다. 그 밖에도 브릅스베데의 화가촌에서 하인리히 포겔러와의 만남, 1902년 파리 방문을 통한 로댕과의 만남은 '형상 시집', '말테의 수기'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써진 '신시 집'은 사물 시의 결정으로서 로댕과의 만남에서 얻은 조형 예술 세계 체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체류와 제1차 세계대전의 체험, 아프리카와 에스파냐 등지의 여행은 릴케 말년의 역작인 '두이노의 비가', '오르 페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녹아들어 죽음으로써 삶을 완성하는 존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사람과 사물, 풍경과 만남에서 그 내면을 응시하여 본질을 이끌어내고자 한 그의 글쓰기는 20세기 독일 현대 작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 1926년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십시오.
굳게 닫힌 방이나 낯선 언어를 적힌 책처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십시오.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마십시오.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지금 그 문제들을 경험해보십시오.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
-릴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시 중에서.
나는 당신의 직업이 매우 힘들고 까다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까닭은 그와 같은 직업에는 엄청난 무게의 인습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것의 문제점에 대해서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고독은 당신에게 아주 낯선 상황 속에서도 당신을 위한 의지처이자 고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바로 고독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당신의 모든 길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