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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Sep 23. 2022

정서가 중요한 이유

발달장애 및 자폐스펙트럼 자녀의 정서

정서란 생리적 각성, 표현적 행동, 그리고 사고와 감정을 포함한 의식적 경험의 혼합체다. 정서는 우리의 생존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인간 내부에서 진행되는 일시적인 혹은 장기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의미한다.

머리 부분의 활동을 인지라고 한다면, 정서는 가슴 부분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쁨, 분노, 두려움과 같은 것은 물론 두뇌 없이 진행될 수는 없지만, 주로 생리적인 반응과 직결되어 있어 가슴이나 피부로 경험하기 때문에 머리에서만 진행되는 인지활동과 대비해 볼 수 있다.

정서는 인간 심리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고나 행동을 조작할 수 없는 것처럼 정서를 조작할 수는 없다.(김춘경, 상담학 사전, 학지사, 2016)

특히, 자폐성 발달장애에 유독 볼 수 있는 행동이 반복되는 말, 반복하는 행동(상동 행동), 주의집중 부족, 관계 형성 부족 등이 있다.

이는 불안과 긴장으로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으므로 심리와 정서와 연관되어있다. 잘 돌보지 않으면 돌발행동, 템트럼(극단적 감정)이나 멜팅다운(감정 탈진)과 같은 감정 폭발 증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나도 유독 아들의 정서에 공들이고 신경 쓰고 있다. 발달장애 아들 때문에 더 신경 쓰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꼭 그뿐만 아니라, 평소 나의 교육관에서 '정서'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자폐성은 유독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고 유지하기란 더 힘들어서 성공적인 사례가 크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설이라 불리며 대표적인 자폐인의 성공 사례로 템플 그랜딘을 떠올린다.

템플 그랜딘(1947~ ). 동물학자.콜로라도 주립대학교수. 소의 압박기구, 포옹기계등 동물복지 기계를 개발.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 박사는 천재적인 동물학자로, 미국에서 사용되는 가축 시설의 3분의 1이 그녀가 설계한 것이다. 그녀는 두 살 때, 보호 시설에서 평생을 살 것이라 의사가 진단했던 자폐아였다. 그녀는 자폐증에 대한 강의도 많이 하는데, 그녀 자신이 자폐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다.(해외 저자 사전, 2014)

헤일리 모스.미국 최초 자폐인 변호사. 화가, 장애인 인권 운동가, 작가등 활발한 활동 중이다.

최근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주목받은 자폐인도 있다.

헤일리 모스(Haley Moss) 미국 플로리다주 최초의 자폐인 변호사이다. 세 살,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와 같은 단어조차 말하지 않았고, 단순히 반향 언어(남의 말을 그대로 흉내는 것)만 구사했다고 한다. 선 안쪽에 색칠을 할 수 없었고 컵에 음료를 따라 마실 수 없었다. 또래와의 상호작용도 없었다고 한다. 부모는 그녀를 의사에게 데려갔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녀는 자폐증이었다.

1997년, 자폐증 진단을 내린 의사는 그녀의 부모에게 '당신의 딸은 직업을 갖기 어려울 것이며,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2019년 1월 변호사가 됐다.(오마이뉴스, 2022.07.16. 인터뷰 기사 참조)

위의 예시를 올린 이유는, 이 사람들처럼 성공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거나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일부분으로서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공사례라고 말하는 자폐성 범주 장애가 있어도 템플 그랜딘이나 헤리스 모어 외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회복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회복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그것만을 목표로 삼고 그것만이 성공적인 결과라고 생각하는 양육방식은 부모와 아이 모두 정서적ㆍ경제적으로 지치게 든다. 특히 '자폐성 행동'에 줄이거나 없애는 것에 중점을 두면 더욱 그렇다.

아이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라고 강요하는 것과도 같다. 그럴수록 부모는 좌절하고 비통해하며 아이는 상실감에 더욱 자기 세상 안으로 도망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발달장애와 자폐성이 중복된  아이를 키우며, 특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아이가 모든 정보들을 느리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거르는 것을 경험으로 체감했다. 이런 아이에게 조급함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부모에게 아이는 절대 이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나를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는 대상이 될 뿐이다.


나는 이런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자칫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의 속도보다 매우 느릴지 모르지만 아이는 분명 배우고 있고, 숙련 중이며, 발전하고 있음을 부모로서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발달지표를 비교하기보다는 아이가 거둔 사소한 성과와 작은 발전에 주목해야 한다.

나는 눈앞의 목표가 아닌 아이와 함께 해야 할 '긴 여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아이가 이룬 작고 사소한 성과라도 계속 쌓이면 어느새 그것들이 모여  큰 발전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나아가서는 가족들 모두의 삶이 향상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행복감을 느낄 때 학습효과가 크다.
사람은 긍정적이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때 정보를 훨씬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고 보유하게 된다.
한마디로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뜻이다.
-배리 프리전트, 톰 필즈메이어 '독특해도 괜찮아.' 중에서-

분명 첫째에게는 안 그러는데 유독 아들에게 범하는 실수가 있다.

아들은 열 살이지만, 인지나 행동이나, 놀이 스킬도 늘 4~5세의 수준이어서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하는 말투도, 억양도, 단어도 4~5세 대하듯 말해주곤 한다. 어떨 때는 이름보다 '아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아이의 자존감과 존중에 얼마나 해가 되는 행동인지를 깨달았다. 또한 유독 눈에 띄는 자폐적 특징들이 싫어서 한때 의 삶의 목표를 자폐성 행동을 소거하는 것이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들과 행동들을 몹시 후회한다.


자폐증 환자들은 '정상의 실패한 버전'이 아닙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자녀를 과소평가하지도 마세요.
자폐증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강점과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그런 재능에 관심을 갖고 격려하고 육성하며 '우리가 우리로서 있게 하는 것' 그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헤일리 모스-

'  I can do it!' (이미지 출처 _네이버 이미지 )

발달은 신체와 지능뿐만 아니라 정서 또한 고루 성장하거나 성숙하는 게 발달이다.

지식도 필요하지만 감사하고 행복하고 존경하는 마음,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사랑하고 신뢰 감등은 삶의 중요한 유산이다.

학교가 해야 할 교육이 있고, 부모가 해야 할 가정교육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로서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란 '건강한 정서를 아이에게 심어주는 일'일 것이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자아와 역할을 무의식적으로 사회화하고 가족의 사랑과 신뢰를 체화함으로써 건강한 정서가 길러지는 것이다.

아들의 나이에 맞게 대우하고, 존중해주며 좀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바람직한 관계를 맺고, 자아의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부모들이 아이의 삶을 서포터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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