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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Oct 11. 2022

혼자서도 잘해요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어린이의 자조기술 늘리기

자조 기술
(自助 技術, self-help skills)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이다.

식사하기, 대소변 처리하기, 옷 입고 벗기, 목욕, 몸단장하기 등의 기술을 포함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개별적인 활동이 아니라 운동성, 감각, 인지, 언어, 사회성 등 여러 기능들의 통합을 요하는 기술들로 적절한 대인 관계 및 사회 활동의 바탕이 된다.
(특수교육학 용어 사전, 2009)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아동들에게는 쩌면 가장 중요한 인생 목표가 바로 '자조기술'이다.

인생을 스스로 살 수 있게 하는 힘.

그리고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의 최종적 목표일 것이다.

자조기술은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 아들의 경우는 쉽지 않다.

기억해내는 회로가 느리거나 오류가 종종 생기다 보니 습득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 소근육의 발달이 느리면 모방도 쉽지 않다. 모방이 힘든 경우에는 더욱 자조기술을 익히는 게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막막했다.

가르쳐놓고 해내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왜 이렇게 안돼? 왜 못해?'라는 생각에 이해도 안 가고 조급해하기도 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좌절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심지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화를 낼 때도 종종 있었다.

아마 나에게는 첫째가 있어서 더 조바심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첫째를 키울 때는 신경도 안 썼던 것들을 아들에게는 세세하게 신경 써야 했고, 심지어 첫째는 한 번 보고 바로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아들을 봐 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아이의 정서에도,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정신건강에도 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저기 전문서를 뒤지고, 이곳저곳 관련 강의나 세미나 등 부모교육을 받으며 조금씩 나의 실수들을 바로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자조기술이 잘 발달된 아이는 자아 성취와 독립에 대한 욕구가 생기며 각 분야, 각 단계에서 잘 해낼 경우, 성취감도 높아질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더불어 사회적 유능감을 느끼며 자아 자존감도 고양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연령대별 자조기술 체크 리스트- 6세정도까지 안내받았으나 안되는 문항이 이미 많다.


부모교육에서 받은 정보를 공유하자면,


1. 일반적으로는 연령에 적합한 자조기술을 관찰을 통해 학습할 수 있지만 자폐스펙트럼 발달지연의 아이들의 경우에 자조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어떤 아이들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며칠이면 되지만 어떤 아이들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2. 아이가 못하는 부분은 계획표를 만들어 실천하게 다. 시각적 계획표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무리한 계획표는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아이가 계획표의 목표 행동들을 힘들어하거나 거부한다면,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강요하고 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  


3. 아이가 잘 못한다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려워하는 부분은 세분화해 나눠 추진한다.

예를 들면 손 씻기를 수행한다면 일반적으로,

일반적 예) 물 틀기-비누 묻히기-손 비벼 씻기-물 끄기

설명한다고 했을 때, 자폐스펙트럼 발달지연 아이에게는 더욱 과정을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 이후에 점진적으로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세분화의 예) 물 틀기-양손 물에 적시기-수도꼭지 물 끄기-비누 들기-비누를 손에 묻히기-양손을 맞잡고 비벼주기-거품이 나면 손을 교차하며 비눗물로 씻기-수도꼭지를 틀어 물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 물로 비눗물을 씻어내기-수도꼭지를 닫는다-수건으로 손 닦기
손씻기의 일반적 예(6단계)-세분화시킨 예(10단계)


4. 아이가 주어진 수행목표를 잘 달성했을 때 충분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물질적 보상으로 시작하다가 점점 스킨십이나 칭찬의 제스처로 바꾸어주는 게 좋다.

물질적 보상은 즉각적일 수 있지만 그게 목표인 수행이 될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행동 자체를 칭찬하는 보상을 주어야 아이는 그 목표 행동에 집중할 수 있다.


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배웠다.
아이들은 언제나 옳다.
우리가 올바른 강화를 줄 때, 학생들은 졸지도 않으며, 항상 배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심지어 아프지도 않으며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우리가 적절한 강화를 제공하지 않을 때, 학교 교육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굿바이!
-켈러 Fred S.Keller, (1899~1996)

이미지 출처 _ 네이버 이미지


우리 아이들은 사실은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이다!

우리는 쉽게 물을 따라 마시고, 혼자서 거울을 보지 않아도 단추를 잠글 수 있으며, 운동화 끈을 맬 수 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발달 속도와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생활적 자조 기술들은 단 몇 번의 가르침과 모방을 하면서 자동으로 습득할 수 있다.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단하고 엄청난 기술이라는 것을 나의 아이를  키우며 깨달았다.

자조기술은 개별적인 능력에서 벗어나 인지능력, 언어능력, 사회능력, 신체능력, 감각능력 등 모든 능력이 통합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 중 하나라도 누락되거나 뒤처진다면 자조기술은 그때부터 인생 최대 난제이자 숙제가 된다.

우유를 한잔 따르기 위해 인지, 언어, 사회, 신체, 감각 등 모든 능력치가 일정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대단한 사실을 우린 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어떤 사소한 실수를 해도 듬뿍 칭찬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인지, 언어, 사회, 신체, 감각과 같은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들이니까!




여러분은 '자폐증'이라는 단어가 제 정체성에 낙인을 찍었다고 해서 저를 불쌍히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자폐증의 부정적인 관념보다 훨씬 강하고요, 그리고 이제 정말로 그게 자랑스럽거든요."

- 2014년 9월 22일 헤일리 모스가 Elitedaily에 기고한 글 <달라도 괜찮아> 중


이미지 출처_네이버 이미지

그렇다고 "남들은 잘만 되는 게 우리 아이만 왜 이럴까?"란 생각은 그만두자.

아이 나름으로 정리되지 않는 자신의 감각을 조절 못해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에게 맞게, 자주 집안일을 맡기거심부름을 시켜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차근차근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로 익혀나가면 된다. 주변 사람들만 그 속도를 이해해준다면, 우리 아이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장받고 앞으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졌든, 아니든 모든 부모의 육 목적은 바로 아이의 '자립'일 것이다.

나에게도 다르지 않다.

나의 육의 최종 목표는, 각각의 의미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의 두 아이 모두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내게 하는 것."이다.

자조기술이 7세 수준까지만 되어도 이 세상을 웬만큼 살아갈 힘이 충분하다고 한다.

지금은 갈길이 멀지만 수없이 반복하고, 일상생활처럼 연습하다 보면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사소하고 소소한 발전이라도 조금씩 천천히 달라진 아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저 기특하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목표는 아닐지 모르지만, 아들과 함께할 나에게는 7세 수준의 자조기술이 앞으로의 인생 최대 미션이다.

난 아들을 믿어줄 생각이다.

우리가 미션 성공을 이룰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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