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 에포크 Aug 13. 2022

겁보의 휴가 체험기

의외의 익스트림 추천- 집라인, 실내 스카이다이빙

나는 집순이에 겁도 많다.

그저 조용히 안전한 집에서 가만히 앉아 혼자 조몰락조몰락 뭘 만들거나 쓰거나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몸도 둔해서 딱히 걷기나 자전거 말고는 즐기는 스포츠도 없고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우리 남편이랑 우리 집 막내도 마찬가지로 조용한 집돌이들이다. 그러나, 우리 집 첫째는 아니다. 선천적으로 사람 좋아하고 모험심 가득한 자유로운 영혼인 딸. 어릴 때부터 딸의 보호자 역할한다고, 원래 나였다면 선택도 안 했을 여러 활달한 활동을 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 휴가도 그런 휴가였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는 매년 오빠네와 여름휴가를 갔었다. 코로나 시국으로 2~3년 휴가를 안 가다가, 올케언니가 몇 주 전부터 같이 가자고 손을 다시 내밀어주었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물놀이 장소만 찾아다녔는데 아이들이 모두 커서 이제는 물놀이가 아닌 쪽으로 코스를 알아보게 되었다. 휴가 몇 주전, 올케언니로부터 예약하자면서 톡이 왔다. 근데 톡을 보고  놀랐다.

"집~라인? 스카이 다이빙~잉?"

하필 익스트림 스포츠들이 눈에 띈다.

글씨만 읽었을 뿐이데 괜히 심장이 쫄깃 졸아붙고, 털들이 쏟아 올라왔다. 


두 곳 다 우리 집에서 거리가 가까워 숙소 없이 나들이처럼 다녀오기 좋은 장소들이긴 했다. 

다만, 이번 체험들이 우리 집 막내에게는 특정 자세유지와 조교님 지시 및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됐다. 문의를 해보니 역시나. 

결국, 막내는 아직은 안전교육 숙지 미달이라 참여를 못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내가 막내를 보고 남편에게 미룰까도 했지만 남편도 극구 손사래를 쳤다. 이렇게 남편이 막내를 돌보기로 정하고 나니, 딸 보호자로 나밖에 안 남았다.

사실, 오빠네 가족에게 딸 한 명 덩그러니 딸려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딸이 데면데면 어색할 수도 있고 우리 가족은 딸 빼고 다 빠지는 것 같아 모양새가 민망해서 뭔가 등 떠밀려 나도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딸이 해보고 싶어 했고, 열두 살 호기심 많을 나이에 특별한 체험들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딸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란 생각도 들어서 큰 마음을 먹고 함께 해보기로 했다.


첫날에 가볼  "집라인 용인"은  <용인 자연 휴양림>에 위치해있는 곳이다. 경기도 용인시 모현읍 해발 562m의 정광산 남쪽 자락의 휴양림은 수려한 자연경관에 숙박시설과 산책로, 어린이놀이터 등을 갖춘 체류형 휴식처다. 숲 속 체험관, 숲 속의 집, 야영장, 산책로, 다목 정구장, 어린이 놀이 숲, 습지 비오름 관찰원, 잔디광장, 계곡 등의 여러 레저 이용시설이 붙어 있는 곳이었다.(야영장과 숙소는 추첨 예약제, 홈페이지 참조)


검색명:

집라인 용인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초부로 220 집라인 용인 https://naver.me/xPwmm0eq

우리들의 첫 코스는 집라인이다. 조카들은 이미 한두어 번의 경험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딸과 나는 생애 처음이었다. 딸은 기대하며 설레어했지만 그 옆에서 나는 속으로 어찌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나 같은 겁보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딸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평생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용인 집라인은 정광산을 내려보며  총 1,238m 길이로  모두 6구간에 걸쳐, 6번의 하강을 하는 코스였다.

'한 번만 참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6번을 한다고? 이 높은 데서?' 나는 깊은 심호흡을 했다.

오빠네 가족들과 딸은 신난다고 어깨춤을 추는데 나 혼자 깊은 후회와 함께 등짝으로 땀이 줄줄 흘렀다.

드디어 내가 하강할 차례.

친절한 설명과 가이드를 맡아주신 조교님이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 해주신다. 눈을 질끈 감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발을 굴렸다. 바람을 가르는 속도감이 귓가에 내리 꽂힌다. 속도를 청력으로 듣는 느낌이다.

즐겁기는커녕 살려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를 내질렀다. 일러주신 자세를 유지하려고 온몸에 힘을 잔뜩 주느라 눈을 뜰 새도 없었다. 긴장한 탓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렇게 나의 첫 집라인 체험과 첫 구간 하강이 끝났다.

'이렇게 5번을 더해야 한다니... 허윽'.

첫 하강하고 나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옆에서 딸은 재밌다고 난리다. 그 와중에 제일 먼저 하겠다고 나서고, 하강 중에 손을 뻗어 보이는 대범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조교님이 자세 좋다는 칭찬까지!

헉, 넌 누구 딸이냐?

즐거워보이는 딸과 조카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3번째쯤 되니까 어느덧 자세유지도 제법 되고 중간중간 눈도 떠지고, 녹음 가득한 여름의 정광산의 풍경도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5번째 구간에서는 할 만 한지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진도 찍고, 농담도 주고받았다. 하강하며 바람도 느끼고, 고개도 돌려 풍경도 보는 여유도 부려보며, 한쪽 손뿐이지만 살짝 뗐다 다시 잡아보는 도전도 강행해보았다. 마지막 구간에서는 하강 지점 다트판에 그려진 동물 그림 밑에 숫자들을 더하는 퀴즈를 푼다고 상품에 눈이 멀어 아예 목을 빼고 타기도 했다. 비록 틀려서 아쉽게도 상품을 받지 못했지만, 재미있었다. 집라인은 겁보였던 나에게는 대단한 도전이었지만 그 긴 6구간을 완주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준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음날도 용인에 위치한 곳이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카이다이빙 체험관이었다.

용인 플라이 스테이션 코리아는 국내 최초의 ‘실내 스카이다이빙’ 시설이다. 높이 20m, 지름 5m의 원통형 구조인 윈드터널에서는 비행기의 도움 없이 누구든 ‘쉽게’ 날아오를 수 있다. 최대 시속 360㎞의 바람으로 최고 높이 10m까지 상승할 수 있다. 윈드터널에 입장 후 코치의 도움을 받아 밸리(Belly) 자세를 유지한 채 공중을 서서히 선회한다. 낮은 비행에 적응을 마칠 즈음 본격적인 하이 플라잉을 시작한다. 체험시간은 단 2분이지만 짜릿하면서도 강렬한 공중의 여운은 오래 남을 것이다.(홈페이지 참조)

검색:

플라이 스테이션 코리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성산로 521

https://naver.me/5tj4yeup

비싼 체험비용이라, 이날은 아이들만 체험하기로 했다. '~ 다행이다(?)' 이날도 여전히, 안타깝게도 우리 막내는 감각 과부하로 절대 거부의사를 밝혀서 결국 어른들과 기다리기로. 이틀 내내 체험하나 해보지 못해 마음이 안쓰러웠지만, 정작 막내 자신은 내심 안 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을지 모른다.

멋진 슈트를 입고 헬멧까지 장착한 조카들과 첫째의 모습을 보니 무슨 파일럿이라도 된 듯 뿌듯하다.

투명 윈드터널이라 보호자나 동행자들과 아이컨텍도 하고, 사진도 잘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코치가 처음부터 끝까지 곁에서 지켜주고 주의사항들을 알려주어서 안전상 안심도 되었다. 10m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아찔한데 꽤 능숙히 조카들과 첫째는 잘 해냈고, 체험이 끝나고도 다들 다음에 꼭 또오자고 벌써부터 조르는 걸 보면 아주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새로운 경험이었을 아이들.^^

이번 휴가는 멀리 가지 않고, 어디서 숙박하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가족들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익스트림을 즐기진 않지만, 첫째 아이 핑계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나에게도 도전적인 추억이 되었다. 덕분에 내 속에 잠들어 있던 아드레날린과 도파민들이 마구 깨어난 느낌이다. 새로운 체험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조카들과 첫째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자 특별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두 체험 다 다소 비싼 체험비가 단점이긴 하지만, 체험이 끝나고 나서 수료증도 받고, 도전의 성취감도 느꼈을 것 같아서 좋았다. 수료증을 받고 나서 첫째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냈다고 받은 상장 같다."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보람 있고 좋았다.

여름이라고 해서 물놀이가 아니어도 여름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이번 휴가가 새로웠다. 대신, 남편과 막내에게는 미안해서, 다음에는 우리 가족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가보자고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유전자는 연주되는 피아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