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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Aug 09. 2022

유전자는 연주되는 피아노

《공감하는 유전자》를 읽고

공감 Empathy  共感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두산백과, 네이버 참조)

공감(共感)이란 ‘아, 그럴 수 있겠다’, ‘이해가 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상대방의 느낌, 감정, 사고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해된 바를 정확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력을 말한다.

동물들 중 오로지 인간만이 타인이 생각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고 판단된다. 한 사람의 뇌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이 다른 사람의 뇌에 들어간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운 능력이라고 한다.(인간의 감정, 최현석, 2011)


우리는 늘 급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팬데믹을 맞이하며 더더욱 상대와 거리를 유지하는 문화가 이어지고 이는 공감이나 감정 전달에 대한 결핍이 교육의 화두가 되고는 한다. 어떤 책에서는 이를 '감정적 문맹'이라는 표현을  정도로 공감에 대한 많은 관심과 화두가 생기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공감하는 유전자》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공감이란 능력이 아니라 유전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나에게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을 킬 만한 제목이었다.

요아힘 바우어 지음, 장윤경 옮김/매일경제신문사

책은 '인간성'이란 사유가 들어있다.

인간성이란 우리 생의 방향이다. 여기서 생의 방향이란, 우리가 선을 행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이상을 향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요아임 바우어(Joachim Bauer)는 독일의 신경과학자이자 내과의사이자 또한 정신과 의사이기도 하다. '공존'은 그의 주된 관심사로 사회적 소외나 연대가 인간 사회와 개인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펼쳐왔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나의 첫인상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철학과 의학의 공존'이었다.

작가는 인간은 개인적 관점에서는 의미 지향적 삶을, 사회적 관점에서는 사회친화적 공존의 삶을 살도록 정해진 존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둘이 합쳐진 것이 바로 '좋은 삶'이며, 다르게 표현하면 '인간성'이라 할 수 있다.


공감은 다면적 현상이다. 인지적 층위, 정서적 층위, 그리고 행동적 층위가 함께 작용할 때 비로소 공감의 온전한 특성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인지적 층위는 행동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

정서적 층위는 감정이입 능력이다. 이때, 감정이입은 한 인간의 기쁨이나 슬픔 또는 고통은 보통 우리가 이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게 전이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행동적 층위는 직관(무의식적인 측면)과 사고적 측면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세 가지가 모두 이루어져야 우리는 비로소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감은 무엇보다 '자기 의지'로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작가 리지

인간의 게놈(유전체)은 누군가에게  연주되는 피아노와 같다
-본문 중에서-

그리고 그 연주자는 바로 우리의 생활양식과 살면서 얻은 경험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유전자가 어떤 유전자로 연주될지 결정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결정적인 것은 물려받은 유전자적 측면이 아니라 개별 인간의 삶 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어떻게 조절되느냐는 문제이다. 나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삶의 태도에 따라 유전자도 얼마든지 후천적이고, 유기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자, 우리의 '좋은 삶의 유전자'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1. 우리의 좋은 삶을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와 자발성이다. 자유와 자발성 없이는 좋은 삶도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 즉 좋은 삶을 '에우다이모니아'를 추구하는 삶이라고 정의했다. 좋은 삶의 주체는 절대적인 자유와 자발성이 확보된 개인이라 할 것이다.


2. 또한, 좋은 삶을 위해 작가는 문화와 자연과의 공감을 권한다. 문화와 자연은 우리의 좋은 공감의 서식지가 되어 준다. 인간의 신체적 건강(A), 인간관계의 질(B), 자연과 인간의 관계(C)는 상호 의존적인 삼각관계를 이룬다.


3. 작가는 병에 걸려도 좋은 삶이 가능한지에 대해, 병은 인생의 가장 보편적인 친구이며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동반자이므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4. 아이들에게는 책을 가까이하도록 해 주고, 곁에서 동행해주고, 마음을 전하라고 조언한다. 바른 길을 인도해주는 누군가가 아이들이 허용선을 넘길 때, 애정 어린 태도로 언행을 바로잡아주고, 경계선을 그어주는 일은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지 출처-캘리그래피작가 리효(2016)

나는 유전자는 대부분 이미 정해져 있고 어쩌다 이루어지는 변이 같은 게 우리를 진화시키는 '선천적'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처럼 인간의 유전자는 오직 생존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유전체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지, 바로 '삶의 태도에 의해' 결정 가능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이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서, 작가가 의사인지 철학자인지 헛갈렸다. 이 정도면 훌륭한 철학자가 아닌가.

 나는 나의 게놈(유전체)의 어떠한 연주자일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공존'이라는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공감의 유전자는 우리의 '자아'와 '공명'이 그 원천이 되어 우리 유전자에 각인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는 작가의 주장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과연 여태껏 나는 어떠한 연주를 해주며 나의 유전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삶을 방향을 정해야 할까에 대한 성찰을 하게  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출처-글씨농부, 마음과 글밥(2020)



 대문 이미지 출처- 일러스트 작가  김요한(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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