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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Aug 03. 2022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

-반성문-

아는 사람은 안다는 진입장벽이 제법 까다로운 브런치에 운 좋게 승인을 받아 글을 쓰고 올리긴 하지만 나는 사실, 작가라는 명칭이 세상 부끄러운 초보중에 초보이다. 그 와중에 자주 글을 쓰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어리숙한 '브린이'이기도 하다.

처음, 브런치를 구독하며 읽어 본 주변 이웃 작가님들의 대단한 사유와 필력에 놀랐던 기억, 그리고 글을 읽고 나서의 유쾌한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글은 곧 자기 자신이라는 말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라는 매개체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처럼, 생각이 글이 되고 그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게 된다.




나는 보통 글을 쓸 때 나름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에세이 형식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거나 저격할 만한 단어나 문장은 없나 나름 고심하며 글을 쓸려고 한다. 걱정 많고 신중한 성격 탓에 한번 글을 쓰면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퇴고까지 보통 하루에서 이틀이 걸리고 어떤 글은 길게는 2~3일 동안 퇴고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발행을 하고 난 후에도 어김없이 미처 발견 못한 오타나 맥락이 부드럽지 않은 문장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또한, 주저리주저리 군더더기가 많은 편이라 문단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내용을 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얼마 전 글은 달랐다.

결국 내 마음 한구석에 있는 한 톨까지 토해내는  감정적인 글을 썼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으로 단숨에 쓰고 바로 올린 글이다.

당시 쓸 때는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 쓰고 하루가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감정이 참 격앙되어 있었구나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그 순간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함부로 쓴 건 아닌지, 자기 연민에 가득 차서 쓴 건 아닌지, 누군가에게 내 뜻대로 호소하고 억지로 동조를 구하는 글을 쓴 게 아닌지,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쏟아붓기만 하는 해소용으로 쓰지 않았는지... 글쓰기 초보 인증이다.

분명 감정이 먼저 앞섰고, 기분전환용으로 마치 일기 쓰듯 그렇게 휘갈기듯 쓴 글에는 독이 느껴졌다.




글을 다시 읽어보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되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나는 무언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남들은 모르는 장애아들에게도 사랑스러운 점이 분명 있고, 나의 가족들과의 일상과 나의 삶에도 만족하며 나름 행복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이렇게 소소하지만 만족하며 삽니다."

라는 마음으로 쓰고 싶었고, 또 그게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었다.

독을 품고 있는 나의 어둠을 어필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이런 면도 나의 모습이긴 하다. 그렇다고 그런 모습을 숨기고 싶다거나, 꾸며낸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난 이미 지난 오랜 시간을 독을 품고 맹렬히 달려왔다. 그리고, 아들의 장애를 방패로 나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해온 적도 많다. 

이제는 그런 면들을 글쓰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정화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했었다.

그런데 어느덧 그런 초심은 어디 가고 어느새 감정을 앞세워 소리치고 있는 내 글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CoolPubilcDomains,출처OGQ


글쓰기를 잘 쓰고 싶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훌륭한 사색을 하시고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지혜나 삶의 철학을 펼쳐내시는 다른 작가님을 보면 대단하고 한없이 부럽다.

 내가 뭐라고 글을 쓰나 하는 주눅도 들고 때론 발행해놓고도 부끄러워 몇 번이고 다시 꺼내 읽어본다. 완벽해질 수 없는 내 글에 한없이 좌절하고 앞으로 쓸 글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완벽이란 불가능하며 완벽을 성공의 척도로 본다면 좌절과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스테판 M폴란-

그럼에도 글을 내리거나 삭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마음이 굴뚝같지만, 부끄러운 글이라도 그게 나의 마음이고 나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CoolPubilcDomains,출처OGQ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 어떤 이야기든 들어주는 친절한 친구와도 같다. 내가 아무에게도 못한 말들이나 이야기를 스스로에 해주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문장들이 떠오르고 술술 나오곤 한다.

이번 경험으로 글쓰기에 대한 소중함을 배웠다. 어쩌면 이렇게 반성했는데도, 언젠가 다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쓰는 못난 실수를 또 반복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모자란 글을 여러 독자님들과 이웃 작가님들께서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다. 다들 진심으로 읽어주시고 위로와 격려의 댓글까지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덕분에 더 글쓰기에 대해 마음을 달리하고,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층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글을 쓸 때는

글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님을,

유쾌한 사유와 새로운 배움을, 

삶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를, 

되새길 수 있는 나만의 진솔하고 소박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시 마음가짐을 새로이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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