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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Dec 18. 2022

읽을 때마다 다른 나의 고전

《작은 아씨들》을 읽고

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맘때면 《작은 아씨들》이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늘 방송되는 가족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처럼 그 옛날 사람들도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가족 이야기를 다룬 책을 찾지 않았을까란 재밌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직접 산 초판 버전과 얼마 전 친우(親友)에게 선물을 받은 책으로 모두 2권 이상을 지니고 있다.

선물 받은 김에 오랜만에 펼쳐 읽어보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작은 아씨들'도 이 책을 모티브로 해서 재해석하여 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솔직히 나는 나만의 '작은 아씨들'의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아 드라마를 안 봤다.

다소 자극적인 줄거리였지만 대단한 인기 몰이로 호평받으며 막을 내린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작은 아씨들이라는 책은 알아도 저자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들은 많이 없는 듯하다.

나도 맨 처음에는 어릴 적 동화책처럼 먼저 만났고, 책뿐만 아니라 만화나 영화 등 여러 콘텐츠를 접하며 자랐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흥미조차 없었다. 그러나 머리가 크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제야 작가가 어떤 이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 꼭 저자에 대해 먼저 숙지한 다음 책을 읽는 편이다.

 속에 녹아있는 작가를 유추해보는 일도 즐겁지만, 고전의 경우, 작가를 알고 나서 그 책을 읽으면, 훨씬 이해도 잘 가고, 말하고자 하는 책 속 메시지들이 더 뚜렷하게 알 수 있어 책을 읽을 때  즐겁다. 또한 작가가 살아온 시대상을 반영하여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소설가 올컷(Louisa May Alcott, 1832~1888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은 18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아모스 브론슨 올컷과 아비 메이 올컷의 둘째 딸로 태어나 1888년 56세로 사망할 때까지 대부분 보스턴과 콩코드에서 살았다. 19세기 전반, 미국의 콩코드 지역에는 초월주의(超越主義·Transcendentalism, 트랜센덴탈리즘 : 자연의 영향력과 경험에 바탕을 둔 직관적 지식의 가치를 믿음. 초월주의 운동은 뉴잉글랜드의 종교적 전통을 근간으로 꽃을 피운 사상운동이며, 동시에 낭만주의 문학운동이기도 함. ) 철학가로 불리는 사상가들이 모여 살았다. 루이자는 평생 철학자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료들을 존경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능력한 아버지가 이끄는 가정에 사는 것은 존경과는 별개로 힘든 일이었다. 이상주의자였던 아버지 브론슨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학교를 세웠지만 학교는 곧 문을 닫곤 했다. 학교 설립을 위한 모든 시도가 좌절된 후, 올컷 가족은 1843년에서 1844년 사이에 농장에서 생활했다.

아버지의 이상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와 딸들이 힘들게 일했다. 추위와 영양실조 때문에 이상촌 건설은 6개월 만에 실패로 끝났다. 이후 가족은 어머니가 유산으로 받은 집이 있는 콩코드로 이주해 살게 된다.

여전히 가난해서 언니 애나와 루이자는 경제 활동에 나섰다. 막내 메이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루이자는 삯바느질도 하고 가정교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버는 한편 다락방에 올라가 글을 썼다.

1868년 '작은 아씨들'이 크게 성공한 덕분에 드디어 올컷 가족은 가난에서 벗어났다.

이후 그녀는 ‘구식 소녀’, ‘작은 신사들’, ‘조의 소년들’ 등 아동문학과 ‘변덕’, ‘일’ 등 성인문학을 출간했다. 루이자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생의 말년까지 여성운동, 노예해방운동, 금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1888년 3월 보스턴에서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성주의적 사상이 강했던 19세기에서 ‘작은아씨들’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4자매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는 각각 개성이 다른 4명의 여성들이 나오는데 그중 둘째 딸 ‘조’는 작가의 페르소나로 알려졌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조의 모습.조는 작가의 페르소나이다(좌).1940년에 나온 작가의 기념우표(우).소니픽처스 제공, 위키피디아 캡처.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가정소설이자 성장소설이다.

각각 다양한 개성을 지닌 매그, 조, 베스, 에이미를 통해 다양한 당시 소녀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조의 자매인 메그, 베스, 에이미는 루이자의 실제 자매인 애나, 베스, 메이였고, 마치 부부는 루이자의 부모인 올컷 부부가 모델이었다.

그리고 매력적인 옆집 청년 로리와 늘 도움을 주는 로렌스 할아버지를 빼놓아선 안된다.

가세가 기울어 가난해진 마치가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한 연대기 형식의 가족 이야기이다.


영화 작은 아씨들(좌) 작은 아씨들의 삽화(우).소니픽처스 제공, 위키피디아 캡처.

 나는 어릴 때는 당연히 주인공 ''를 가장 사랑했다. 소설 속에서 ‘조’는 결혼이란 계약을 통해 여성이란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던 당대 사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택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홀로 유학을 떠나 글을 쓰며 경제적 자립을 꿈꾸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간다. 진취적인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저 동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이 책을 읽어본 많은 이들이 공감할법한데 가장 미운 인물은 바로 '에이미'일 것이다.

조와 에이미는 늘 투탁 거리며 싸웠고 싸울 때마다 앙갚음하며 나의 '조'에게 상처를 주는 에이미가 나는 그렇게 미웠다. 그러나 진로를 고민하던 20대 다시 읽었을 때, 나는 에이미와 화해라도 하듯 '에이미'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그림 공부를 위해 도전하고, 조에게 솔직하게 직언하고,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표현하며, 로렌스와 자유롭게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이 내게는  멋져 보였다.

이미지출처 _교보문고

그리고 엄마가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 누구보다 공감이 가는 인물이 첫째 '메그'이다.

그녀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성격으로, 소박한 가정을 꾸리며 쌍둥이를 낳아 양육한다.

결혼 전에는 치장하고 파티에도 가고 결혼하고 나서도 유행하는 드레스를 보며 부러워 직접 만들기도 하는 허영기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이 어쩜 그리 이해가 되는지.

부부 싸움하는 부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부부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아이들을 혼내는 부분에서는 놀랍게도 어느새 내가  메그로 빙의가 되어 있을 정도로 정겹고 공감이 깊이 되었다.

베스가 안타까운 병으로 숨을 거둘 때는 이미 몇 번이고 알고 있는 부분인데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이 네 자매를 묵묵히 지켜보며 삶의 기로에서 언제나 자매들을 감싸주는 따뜻하지만 강인한 어머니까지.

'작은 아씨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는다고 불평하던 자매들이 성장하여 남편, 아이, 제자들과 함께 어머니의 환갑잔치를 열어 드리는 것으로 끝난다.

나의 베스.
인간의 근심과 다툼에서 벗어나 나에게서 떠나가는 동생아.
네 삶을 아름답게 빛나게 해 준  숭고한 미덕들을 내게 선물로 다오.
고통의 감옥 속에서도 불평 없이 버텨낸 너의 영혼의 위대한 인내심을 내게 물려다오.  

-조의 편지 중에서. P.677-




 맨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줄거리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신기했다. '자매들의 툭탁거리는 이런 일상적인 소재가 소설이 되기도 하는구나'란 생각도 했다. 우리가 늘 기대하는 극적인 클리셰들은 이 책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출판 당시에도 성공을 거두고 15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꾸준히 읽히며 고전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얼까.

이 책 속에 담긴 보편적인 주제와 다양한 개성의 자매들은 시대를 거스르는 생명력이 있다.

이 책이 선사하는 자유와 박애, 평등이란 가치와 섬세한 표현이 담긴 ‘작은아씨들’은 세대를 거듭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집안의 가장의 역할을 하며 자신의 길을 진솔하게 가고자 한 조에게만 느꼈던 매력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진취적으로 나아간  에이미로, 그리고 엄마가 된 지금은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어 하는 메그에게 더 공감을 느끼게 되는 변화가 놀라웠고 흥미로웠다.

고전이란 읽는 나이대마다, 상황마다, 혹은 가치관마다 달리 읽히는 매력이 있다.

몇 년이 흐른 뒤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 나는, 또 어떻게 느낄지 기대를 품으며 책을 덮었다.






참조 출처_

ㆍ시선 뉴스, 인포그래픽._세계인물 편, 2020

한국일보, 젠더 살롱 루이자 메이 올컷, 2022

두산백과 , 루이자 메이 올컷

ㆍ안느의 고전 읽기, 작은 아씨들, 2020

ㆍ영화 '작은 아씨들 ' 소니 픽처스 제공.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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