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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Dec 24. 2022

메리 크리스마스

일 년에 한 번 동화 속으로

이제는 누구나 즐기는 특별한 행사가 된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내가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시즌 덕분이다.

이 시즌이 다가오는 설렘으로 들뜬 분위기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럴들,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 장식들....

나는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누구보다 좋아한다.

심지어 어린 시절, 우리 집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할머니께서는 독실한 불교신자이셔서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를 아예 챙기지 않았다.

우리 집은 처음부터 산타할아버지 존재여부조차도 아예 없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도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크리스마스의 특유의 설레는 분위기와 어린 시절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던 동경이 쌓여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즌에 집안을 장식하고 그릇도 찬장에서 꺼내본다.

아이들과 함께 집안 여기저기를 장식해 본다.

장식할 때 꼭 아이들과 의논하고 같이 꾸미기로 한다.

이 장식들은 오랜 시간 몇 년을 걸쳐 여기저기서 눈에 띄어 마음에 들었던 아기자기한 장식들을 하나, 둘 모아놓고 간직해둔 나의 최애들이다.

이 시즌을 위해 찬장에서 대기해 놓은 그릇이며, 장식들을 꺼내놓는다.

일일이 꺼내 청소하고 정리하는 과정들이 귀찮지만  해놓고 보니 뿌듯하고 즐겁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충실히 즐기기 위해 거쳐야 하는 나만의 의식과도 같다.

일부러 이렇게 모아놓고 찍어보니 나는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분위기를 좋아하는구나를 이제야 알았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내는 톡들
가족, 친ㆍ지인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가족들과 함께 꾸민 우리집트리

가까운 가족ㆍ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도 써서 보낸다.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동안 그 상대방을 오롯이 떠올리며, 함께 보낸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고 따뜻한 시간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이 시즌의 하이라이트로, 가장 즐거운 일은 트리를 꾸미는 일이다.

사실 처음 트리를 살 때, 설레는 마음 보다 트리에 오너먼트를 거는 행동들이 제법 섬세함을 요구하는 일이라 아들의 소근육에 도움도 되고, 아이들 정서에도 좋다고 해서 사게 된 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김없이 플라스틱 오너먼트를 쥐어줘도 어김없이 떨어뜨리거나 깨뜨린다.

올해도 두어 개를 깨트렸다. 그러며 첫째 딸은 속상하다고 울음을 터트리고 투닥투닥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속에서 열심히 투탁거리며 완성된 트리에 조명을 켜면 어느새 그간 상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완성된 트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왜인지 모를 위로와 힐링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록 교회나 성당을 다니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크리스마스의 정신과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물론 이웃을 생각하고 봉사와 헌신, 예수의 탄신을 축하하는 종교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종교적 접근보다는 나의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고자 한다.

나에게 크리스마스 정신이란 가족들과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기고, 크리스마스의 신비와 동화를 안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해동안 정신없이 달리는 일상과 차가운 현실 속에서 마음이 잠시 기댈 수 있는 동화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자주 잊곤 한다. 아니 거의 잊고 산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서 신비한 동화의 나라로 다녀올 수 있는 마음이  다 커버린 어른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정신이지 않을까.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는 강추위와 폭설이 이어지는 꽁꽁 얼어버린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큰 피해 없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기시길 빌어봅니다.

이곳 브런치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저의 소중한 친애하는 글벗님들과 구독자분들, 따뜻하고 포근한 품 속에서 가족ㆍ친지들과 동화같이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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