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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Jan 09. 2023

겨울방학 시작!

방학을 맞이한 엄마의 마음가짐

드디어 우리 집 아이들 모두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둘 다 초등학생이지만 학교가 다르다.

나는 아이들 학교를 처음부터 일부러 따로 보내기로 마음먹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집의 주변에 초등학교가 2곳이라 우리 집이 중복 학군이어서 가능한 결정이었다.

딸은 원래 학군에 지정된 초등이고, 아들은 좀 떨어져 있는 학교지만 그래도 집 근처이다.

이유는, 같은 학교였다면 딸은 성격상 동생걱정에 특수반에 거의 매일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이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동생걱정 없이 오롯이 자신의 유년을 집중해서 즐겁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동시에 두 학교의 일정을 신경 써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그래서 아들의 방학식의 저번주에, 딸의 방학식은 이번주로 일정이 달랐지만 어쨌든 간에 드디어 둘 다 방학이 시작되었다.

출처_구글 이미지

 방학을 맞이하는 엄마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거의 전투모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급식에 의존했던 아이들의 삼시세끼 식사를 준비하려니 마음가짐부터 비장하다.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말하는 성장기의 먹성 좋은 우리 집 녀석들을 달래줄 간식까지.

마치 겨울 대비하는 개미처럼 차곡차곡 찬장을 열심히 채운다.

'지금 안 먹어도 언젠가는 먹겠지.' 하는 마음으로 대용량으로 장을 봐둔다.

방학만큼은 어쩔 수 없이 손이 커질 수밖에 없고, 만일을 대비해 급할 때 먹을 수 있는 기한이 긴 식품들도 챙겨둔다.

열심히 쟁여놓은 식량들

방학 때는 늘어난 집안 일도 신경 써야 한다.

평소보다 많아질 세탁물과 설거지거리들, 잠시잠깐만 게을러져도 눈에 확 띄는 어질러지는 방들과 물건들, 이런저런 청소거리들....

늘 하는 집안일인데 아이들이 있고 없고에 따라 난이도가 거침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미지출처 _네이버 이미지

방학 동안의 두 아이의 학원과 센터 동선도 신경 써야 할 점이다.

방학 전에는 학교에 있으니 섞일 일이 없는 동선들이 방학 때는 또 달라진다.

아들 같은 경우에는 내가 운전해야만 하는 장거리 센터들이 있고, 의 학원들이 오전 또는 오후 시간대로 옮겨지기 때문에 어떤 날은 딸이랑 같이 아들의 센터에 갔다가 중간에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따로 딸이 알아서 가도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제는 딸이 혼자 알아서 잘하는 나이라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딸이 안쓰러워 나 나름대로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고집이자 노력들이다.


이미지출처 _네이버 이미지

앞으로 3월까지는 학기 때 보다 바쁠 예정이지만 그래도 난 아이들 방학이 좋다.

사실 올빼미족에 아침잠보인 나에게 학기 중의 아침 등교 준비가 힘든 건 아이들보다 오히려 나의  쪽이었다. 오로지 엄마라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열심히 아침  기상을 해왔다. 그래서 나도 슬쩍 달콤한 아침늦잠을 꿈꾸며 아이들이 방학을 기다릴 때 나도 방학을 같이 기다린 것도 있다. 물론 그런 이유가 다는 아니지만 말이다.  

방학 동안 비록 아이들 잔일들로 집안일이 늘어나 육체적으로는 좀 더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신적으로는 마음이 편하다.

특히 둘째가 초등학교 특수반에서 어떻게 보내는지 전전긍긍하며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안심이다.

이미지 출처 _네이버이미지

이번 방학의 슬로건은 '휴식'이다.

사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학교만 쉬는 거지, 진짜 쉰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더 바쁠지도.

방학을 맞이해 오랜만에 늦잠 자는 모습도, TV 보며 깔깔대는 모습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 모습도 사실 방학을 맞이해서 할 수 있는 달콤한 게으름이란 걸 알기에 나는 요 며칠간은 눈감아줄 참이다.

모자란 학습이나 선행학습으로 실력을 키워줘야 할 중요한 시간에 무슨 낭비냐고 할 수도 있고, 이 시간을 안일하게 보내는 나도 부모로서 나중에는 후회할런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굳이 내가 채찍질하지 않아도 한국 교육체제에 따라 어차피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인생을 살면서 큰 압박 없이 '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같이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 서로 고민상담도 나누고, 같이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며, 여가(餘暇)라는 것을 함께 보내고 싶다.

이미지 출처_구글 이미지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보내 하는 아이들이니, 지금 이렇게 같이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가끔 집안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질 때면, 지금이 아니면 이 시간은 돌아올 수 없다고, 좋은 추억을 쌓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힘들거나 화나는 마음이 좀 다독여진다.

아이들이 커서 돌이켜 보았을 때, 그리워할 만한 시간을 지금 만들 수 있는 순간이니까.

방학 동안 어떤 추억을 쌓을까 궁리 중이다.

즐거운 방학 생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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