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같은 학교였다면 딸은 성격상 동생걱정에 특수반에 거의 매일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이초등학교 때만이라도 동생걱정 없이 오롯이 자신의 유년을 집중해서 즐겁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동시에 두학교의 일정을 신경 써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그래서 아들의 방학식의 저번주에, 딸의 방학식은 이번주로 일정이 달랐지만 어쨌든 간에 드디어 둘 다 방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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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이하는 엄마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거의 전투모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급식에 의존했던 아이들의 삼시세끼 식사를준비하려니 마음가짐부터 비장하다.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말하는 성장기의 먹성 좋은 우리 집 녀석들을 달래줄 간식까지.
마치 겨울 대비하는 개미처럼 차곡차곡 찬장을 열심히 채운다.
'지금 안 먹어도 언젠가는 먹겠지.' 하는 마음으로 대용량으로 장을 봐둔다.
방학만큼은 어쩔 수 없이 손이 커질 수밖에 없고, 만일을 대비해 급할 때 먹을 수 있는 기한이 긴 식품들도 챙겨둔다.
열심히 쟁여놓은 식량들
방학 때는 늘어난 집안 일도 신경 써야 한다.
평소보다 많아질 세탁물과 설거지거리들, 잠시잠깐만 게을러져도 눈에 확 띄는 어질러지는 방들과 물건들, 이런저런 청소거리들....
늘 하는 집안일인데 아이들이 있고 없고에 따라 난이도가 거침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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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의 두 아이의 학원과 센터 동선도 신경 써야 할 점이다.
방학 전에는 학교에 있으니 섞일 일이 없는 동선들이 방학 때는 또 달라진다.
아들 같은 경우에는 내가 운전해야만 하는 장거리 센터들이 있고, 딸의 학원들이 오전 또는 오후 시간대로 옮겨지기 때문에 어떤 날은 딸이랑 같이 아들의 센터에 갔다가 중간에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고,또 어떤 날은 따로 딸이 알아서 가도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제는 딸이혼자 알아서 잘하는 나이라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딸이 안쓰러워 나 나름대로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려는 고집이자 노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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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월까지는 학기 때 보다 바쁠 예정이지만 그래도 난 아이들 방학이 좋다.
사실 올빼미족에 아침잠보인 나에게 학기 중의 아침 등교 준비가 힘든 건 아이들보다 오히려 나의 쪽이었다.오로지 엄마라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열심히 아침 기상을 해왔다. 그래서 나도 슬쩍 달콤한 아침늦잠을 꿈꾸며 아이들이 방학을 기다릴 때 나도 방학을 같이 기다린 것도 있다. 물론 그런 이유가 다는 아니지만 말이다.
방학 동안 비록 아이들 잔일들로 집안일이 늘어나 육체적으로는 좀 더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신적으로는 마음이 편하다.
특히 둘째가 초등학교 특수반에서 어떻게 보내는지 전전긍긍하며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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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의 슬로건은 '휴식'이다.
사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학교만 쉬는 거지, 진짜 쉰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더 바쁠지도.
방학을 맞이해 오랜만에 늦잠 자는 모습도, TV 보며 깔깔대는 모습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 모습도 사실 방학을 맞이해서 할 수 있는 달콤한 게으름이란 걸 알기에나는요 며칠간은 눈감아줄 참이다.
모자란 학습이나 선행학습으로 실력을 키워줘야 할 중요한 시간에 무슨 낭비냐고 할 수도 있고, 이 시간을 안일하게 보내는 나도 부모로서 나중에는 후회할런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굳이 내가 채찍질하지 않아도 한국 교육체제에 따라 어차피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인생을 살면서 큰 압박 없이'잘쉬는것'도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같이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 서로 고민상담도 나누고, 같이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며, 여가(餘暇)라는 것을 함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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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이들이니, 지금 이렇게 같이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가끔 집안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질 때면, 지금이 아니면 이 시간은 돌아올 수 없다고, 좋은 추억을 쌓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그러면 힘들거나 화나는 마음이 좀 다독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