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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by
반짝이는 별
Mar 17. 2022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당나라 시인의 시에 나오는 외눈박이 물고기 (比目)처럼 목숨 다해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시다.
내겐 비혼주의인 딸이 있다.
어찌나 고집스러운지 바늘하나 꽂을 틈새가 없다. 꽝꽝 언 얼음덩이는 바늘 하나로도 틈을 만들어 깨뜨릴 수 있는데 그 어떤 말로도 도무지 깨지지가 않는다.
이 시를 읽어주고 싶다.
류시화 님의 시는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지 않는다.
멋부리지도 않는다. 전혀 난해하지가 않다.
알기 쉬운 말로 솔직하게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손에다 쥐어주고 간다.
마음이 잔잔해진다. 위로가 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인은 마음을 갈고 닦기 위해 부단한 자기 성찰을 했으리라.
별에 못을 박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 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내 아픔들은 초 저녁 제일 먼저 나와 있는 저 큰 별이 아닌 수많은 작은별 중 아주 작은 별에게 걸려 있겠지. 감추고 싶은 내 아픔들을 티 안나게 품어주고 있겠지.
어렸을적 여름날 저녁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보는 하늘은 그야말로 별들의 향연이었다. 무수히 많은 별들은 쏟아질 듯 나를 내려다 보았다. 지이익 빛줄기를 뿌리던 별똥별은 어느 마을에 떨어져 내렸을까.
건더기 없는 된장국에 보리밥 말아먹고 누워서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들은 하늘 가득 가득 풍요로움이었다.
도시로 옮겨 살면서부터는 바로 눈앞에서 환하게 비추는 불빛들로 저 별들에게 가는 길목을 막아 버렸다.
유년 시절 별빛이 반짝이던 밤하늘은 나의 영원한 고향이다. 시인은 잊고 있었던 고향을 찾아내 준다. 내 슬픔을 걸어 주고 있는 작은 내 별도 찾아내 준다.
소금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기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위에서
흰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시인은 움켜진 주먹 같은 감자와 땅속에서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는 고구마를 보고도 시를 쓴다.
수선화는 오래전에 누군가 숨겨 놓고는 잊어버린 신부라고 했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 있는 새 둥지를 보려고 숨을 죽이고 발소리를 죽이고 나무 밑으로 다가가 나무의 흉터자국에 발을 딛고 올라가 조심스레 둥지속을 재빨리 들여다 본다.
그것은 빈 둥지였다.
열심히 조심히 살아왔건만 빈둥지 빈껍데기 인생을 산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말미에 서평도 있다.
시는 세 가지 시약병을 놓고 본다고 한다.
정직한 고백과 대상의 차가운 묘사 그리고 발견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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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로 명퇴하고 축복의 노년을 지내고 있는 칠십대입니다. 하고싶은 공부와 책읽기를 맘껏 하고 브런치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복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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