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의 시의 온도, 문장의 온도 (이덕무 지음 한정주
이덕무는 조선시대 문인이다. 무려 2만권 넘는 책을 읽었다. 책만 읽는 바보라고 자칭 간서치라고 했다. 가까이 지내던 이서구의 서재 소완정에는 1만권의 장서가 있었다. 여기가 이덕무와 그 벗들 박제가 홍대용 박지원 백동수등의 모임장소였다.
연암 박지원은 이덕무가 죽자 마치 나를 잃은 것 같다고 했다. 박지원은 이덕무의 글들을 정리 증언했다. 글이란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며 진경시를 썼다.
이덕무는 관찰의 신이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님도 관찰의 대가이다. 열하일기의 박지원도 이에 속한다. 이들은 전문가적 수준의 박학다식함으로 관찰 비교 분석까지 한다. 정약용도 빼어난 관찰자이다.
글쓰기의 기본은 관찰임에 틀림없다.
팔구월의 모기 주둥이는 연꽃같다고 썼다. 그 작은 모기의 주둥이가 달마다 다른 걸 관찰해내 묘사한다. 족제비와 뱀의 새끼 구하기 소품문(에세이)은 교육방송에서 보여주는 한편의 다큐멘더리 영상이다.
박제가는 하늘과 땅 사이 모든 것이 시라고 했다. 이덕무도 하늘과 땅 사이 모든 것이 글감이었다.
동양 최고의 문장가로 일컫는 이덕무의 글쓰기 비법이다.
1.어린아이의 마음으로
2.그림을 그리듯
3.일상 속에서 글을 찾고 써라
4.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적어라
5.다른 사람 흉내내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로
6.감정 생각을 진실하고 솔직하게
7.자유롭고 활달하게
8.온몸으로 나의 삶과 나 자신을 온전히 글에 담아 써라
이를 위해
다독으로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다작으로 어휘력과 문장력을 훈련하고
다상량 많이 생각함으로 구상력 구성력을 길러야 한다고 썼다.
마음에 드는 고금의 시구를 모으고 필사하고 친구들과 토론했다.
2천년전의 시인 굴원에겐 기운, 1천년전의 시인 두보의 고뇌, 200년전의 이덕무의 감성은 모두 상상력의 진폭이 깊어지고 넓어짐을 배운다.
일상 속에서 글을 찾고 일상 속에서 글을 썼다. 가장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 하늘과 땅 사이 가득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이 다 글이다. 단지 우리가 그 가치와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깨닫고 발견하려면
1.귀를 열고 들어라
2.눈을 들고 보아라
3.입을 열고 말하라
4.마음을 열고 생각하라.
이덕무의 산문집 이름이 이목구심서 (耳目口心書 )다.
이덕무는 사봉(沙峰)에 올라 서해를 바라보며 여기가 한바탕 울만한 곳이라고 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호곡장이다.
3대 호곡장은
금강산 최고봉 비로봉에서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
황해도 장연의 금사에서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곳
열하 일기의 요동벌판이다.
이덕무는 황해도 장연의 금사에서 사봉에 올라 서해를 바라보며 서해여언(西海 旅言)을 썼다.
세찬 바람 맞고서니 몸 가누기 어려워
용비린내 이무기 빛 어지러이 흩날리네
때는 무자년 초겨울 찾아간 곳 조선땅 가장자리
끝없는 바다처럼 마음속 품은 뜻 가득하고
손가락 거쳐 온 마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어슴프레 장산곶 한번 쭉 바라보니
칠십리 솔밭 가없이 떠다니련듯
그의 저서 아정유고에 실렸다. 아정유고는 이덕무가 20 대 초반까지 지은 시집이다.
서해 여행후
마치 장마 비가 막 갠 듯
오랫동안 앓은 병에서 막 일어난 듯
불길한 악몽에서 불현 듯 깨어난 듯
환히 깨우친 듯 했다고 썼다.
나도 가끔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울 땐 호곡장을 찾아 실컷 울어나 보고싶다.
갈 수 없는 호곡장이 아닌 가까운 곳으로 정호승 시인이 추천한 선암사 해우소가 있다.
해우소에 쭈구려 앉아 울거나 아님 해우소 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 울어보라고 한다.
이덕무는 온몸으로 글을 쓰라고 한다. 글은 나 자신을 쓰는 것이고 나의 삶을 쓰는 것이다.
그는 항상 종이 붓 먹을 품고 다니며 묻고 듣고 말하며 얻은 세상의 온갖 지식 정보를 기록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어릴적부터 온갖 지식 정보를 기록했다. 바로 상상력 사전이다. 훌륭한 작가들은 공통점이 많다.
이기는 것을 좋아하면 천적을 만난다.
유지(油紙)를 뜨거운 불에 쬐면 불이나고 물을 석회에 떨어뜨리면 불이 나고 화약을 찧는데 모래가 들어가면 불이나고 사람이 소주를 많이 마시면 코에서 불이난다.
거미오줌이 닿으면 지네가 물이 되고 달팽이 침이 묻으면 지네가 발이 다 떨어진다. 달팽이는 전갈도 제압한다.
한 마리 쥐가 닭장안으로 침입해서 네발로 계란을 안고 눕는다. 다른 쥐 한 마리가 그 꼬리를 물고 끌어당겨서 닭장 밖으로 떨어드린다. 곧장 다시 꼬리를 물어 당겨서 쥐구멍으로 옮긴다.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 할 뿐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선귤당 농소
시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어떤 사물을 빌려 표한한 것이다
빗기운 하늘 잇닿아 어두운데
구름빛 해를 내뱉어 밝구나
어찌하여 저비와 저구름
한가지 심정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