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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Sep 14. 2022

어머니 외가 가신 날

인생칠십 고래희 20

동짓날 아침 일찍 어머니는 외가에 가셨다.

어린 우리 사남매는 저녁밥 일찍 먹고 검정 솜이불을 펴 자리에 들었다.

섣달 추운날 밤 세찬 바람이 홑창호지 바른 댓살 문을 마구 흔들었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수톨쩌귀에 간신히 걸려 있는 문고리는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흔들렸다.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동생을 꼭 껴안고 잔뜩 웅크려 숨었다.

들고양이가 문밖에서 댓살문을 긁으며 울었다.

야옹 야옹 피웅 피웅.

문쪽을 차마 쳐다볼 수도 없었다.

저 문이 열리면 우린 목을 붙들려 어둔 바깥으로 끌려 나간다.

문은 밤새 바람에 맞서 싸웠다.

동짓날 밤은 길고 세상은 온통 어둠이다.

서른에 아버지 잃어 혼자 농사짓고 사남매 키우는

작고 여윈 어머니는

눈보라 쳐도 밤 귀신이 와도 우릴 지켜준 항우 장사였구나.

오빠들처럼 혼날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착한 딸로 살았다.

 

나도 엄마가 되었다.

아침 출근 때면 울부짖는 아이를 떼어놓고 집을 나섰다.

골목 길 다 가도록 아이의 울음소리는 화살처럼 가슴에 와 박혔다.

속울음을 울며 날마다 아이를 두고 일터로 갔다.

 

 

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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