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에서 적응으로
“전학생 앞으로 나와볼까?”
그 말이 익숙해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이름은 한동안 ‘전학생’이었다.
처음 보는 동네, 처음 보는 학교, 처음 보는 아이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점차 나의 일상이 되었다.
엄마는 워낙 새로운 것을 좋아했다.
결정은 빠르고, 실행은 더 빨랐다.
“이사가야 해”
엄마는 자주 말했고, 자주 짐을 쌌고,
나는 늘 따라갔다.
“제발 안 가면 안 돼?”
어린 나는 울음으로 버텨봤지만
엄마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갈 거야. 가야 해.”
그 단호함 앞에서
나는 약하디 약한 계란이었다.
단단한 콘크리트 같은 벽은 꼼짝하지 않았다.
계란은 몇 번이고 울며 몸을 던져보았지만
터지는 건 항상 스스로였다.
그래서 결국,
계란은 부서지는 대신
우뚝 서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낯선 교실의 문을 여는 법,
혼자 도시락을 까먹는 법,
자기소개할 때 목소리가 떨리지 않는 척하는 법.
친화력이 높은 오빠는 금세 친구를 사귀었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낯선 환경이 두려웠고,
익숙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웠다.
흔들리되 넘어지지 않는 법,
모르는 얼굴들 사이에서
혼자 걸어 들어가는 법.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이사와 전학은
엄마에겐 ‘새로운 시작’이었겠지만,
나에겐 늘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환경이 반복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단단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익숙함은 줄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넓어졌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유연해졌다.
이제는 안다.
엄마가 뿌리내리는 걸 어려워한 사람이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 엄마를 따라 자주 옮겨 다닌 덕분에
스스로 뿌리가 되어가는 방법을
조금은 배웠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