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질문
자기소개서를 쓸 때면 늘 망설였다.
이름, 생년월일, 가족관계…
그리고 꼭 등장하는 그 칸.
“아버지 성함”
나는 그 칸 앞에서 항상 멈췄다.
연필을 들고, 가만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
“엄마, 우리 아빠 이름 뭐야?”
나는 별 뜻 없이 물었지만,
그 순간 엄마의 표정이 살짝 굳는 걸 봤다.
말은 하지 않아도
그 표정 하나로 많은 걸 느꼈다.
엄마는 눈을 피했고,
입술을 꾹 다물었고,
평소보다 대답이 조금 느렸다.
“몰라도 돼.”
“쓰지 마.”
“그냥 빈 칸으로 내.”
엄마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무언가 건드려선 안 되는 걸 건드린 기분.
어린 나는 그 감정을 “나쁜 질문을 해버렸다”는 죄책감으로만 이해했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물어봤다.
진짜 알고 싶었다기보단,
엄마가 왜 그 질문 앞에서 굳어지는지 궁금했다.
엄마는 늘 씩씩한 사람이었으니까.
무거운 것도 잘 들고, 말도 잘하고,
가끔은 세상 무서울 게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빠”라는 단어 앞에서는
엄마가 갑자기 작아지고,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이상한 줄 알았다.
나는 내가 부족한 줄 알았다.
왜 우리 집엔 아빠가 없지?
다른 애들은 아빠랑 운동회도 가고
아빠한테 편지도 쓰는데
왜 나는 항상 그 칸만 비워둬야 하지?
아빠가 필요했다기보다는
“아빠가 있다”는 사실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도 누군가의 딸이라는 걸
누군가가 나를 만들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 이름을 알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 사람이 지금 나를 모르고 있다면,
나도 그 사람을 몰라도 되는 게 아닐까,
스스로를 그렇게 설득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나는 너무 어렸고
세상도, 가족도, 이별도 잘 몰랐다.
다만 그때의 나는
누군가에게 설명되고 싶었다.
“아빠는 어딨어?”라는 질문 속에 담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누가 좀 대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