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렸어

by 래미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엄마, 혹시 내 테디베어 어디 갔어?”

불안한 예감을 꿀꺽 삼키며 물어보니,

엄마는 태연하게 답한다.

“다 버렸는데.”


하늘은 맑기만 한데,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심장이 뚝— 하고 번개를 맞은 듯 멈췄다.

그 순간 내 눈에서 억수같이 눈물이 쏟아진다.

뚝뚝, 베개 위로 떨어지는 소리만 또렷하다.


“그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곰인형이란 말이야!”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번개를 내리쳐도 엄마 귀에는 닿지 않는다.

“너무 오래됐어.”

태연한 목소리.

엄마는 늘 이런 식이었다.


어릴 땐 그게 너무 슬펐다.

내겐 종이 조각 하나에도 의미가 있었는데.

친구가 준 작은 상자, 오래된 편지,

버릴 수 없는 흔적들이 다 내 보물이었는데.

엄마는 그 보물들을 무참히 개조해버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세월이 흘러 엄마 곁에서 살다 보니,

나도 물질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사라졌다.

잡다한 것을 쥐고 끙끙대던 손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엄마의 가차없는 버림 속에

나는 잃기도 했지만,

동시에 놓는 법도 배웠다.

그때의 눈물이 결국

지금의 나를 단련시킨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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