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솔이다.
그런데 지금 연애 중이다.
상대는 엄마다.
엄마가 갱년기를 만났다.
그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 집의 공기는 조금 달라졌다.
사소한 말에 마음이 다치고,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눈물이 나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 무렵,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동업을 시작했다.
보따리 장사를 하며 늘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던 엄마가
오래도록 꿈꿔왔던 작은 가게.
한곳에 머문다는 것,
이제는 더 이상 짐을 싸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건 엄마에게 꽤 큰 의미였다.
요즘 우리는 365일, 거의 매순간 붙어 있다.
일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늘 함께한다.
서로에게서 떨어질 틈이 없다.
엄마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열렬히 싫어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말하지 않아도 쿵짝이 잘 맞다가도
내일은 같은 말에 마음이 얼어붙는다.
어제는 웃었던 표정이
오늘은 왜 그렇게 밉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상하다.
엄마가 너무 좋은데
싫기도 하다.
가까워서 더 예민해지고,
사랑해서 더 날카로워진다.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분명 있는데
도망칠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가족이랑 일하면 안 된다고.
특히 엄마랑 딸은 더 어렵다고.
아마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자주 부딪히고,
말을 너무 솔직하게 해서
서로의 하루를 망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효녀가 되고 싶어서도,
엄마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도 아니다.
그냥 이 사람과는
한번쯤 인생을 걸어보고 싶었다.
연애는 설렘이라고들 하지만
엄마와의 연애는 책임에 가깝다.
기분이 나빠도 내일 또 만나야 하고,
마음이 상해도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고,
그래서 더 진짜가 된다.
나는 아직 모솔이다.
하지만 사랑이 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엄마와의 연애는
달콤하지도, 예쁘지도 않다.
대신 아주 현실적이고,
아주 오래 남는다.
오늘도 나는
엄마랑 연애 중이다.
좋아서 시작했고,
쉽지 않아서 계속 배우고 있는 연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