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과 돌진형이 만나면

by 래미

엄마랑 나는 정반대다.

나는 숨어버리는 회피형이고,

엄마는 끝까지 찾아내버리는 돌진형이다.


내가 말이 없어지면

엄마는 더 말을 건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면

엄마는 그 문 앞에 서서 묻는다.

“왜 그래?”

“무슨 생각해?”

“말 좀 해.”


나는 숨고 싶은데

엄마는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다가온다.


회피형인 나는

감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말할 수 없다.

지금 꺼냈다가는

내 마음도, 상대 마음도

다 망칠 것 같아서

차라리 혼자가 되는 쪽을 택한다.


돌진형인 엄마는 다르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영영 멀어질까 봐 두려워한다.

침묵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엇갈린다.

나는 잠깐의 시간이 필요한데

엄마는 지금의 대답을 원한다.

나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버티는 중인데

엄마 눈에는 회피로 보인다.


이상하게도

엄마가 너무 좋은데

너무 버거울 때가 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서,

내가 숨은 자리까지

굳이 찾아내는 사람이라서.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엄마는 나를 괴롭히려 다가오는 게 아니라

잃고 싶지 않아서 다가온다는 걸.

그리고 나는 엄마를 밀어내려 숨는 게 아니라

다치지 않으려고 숨는다는 걸.


우리는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관계를 붙잡고 있었다.


요즘 나는

완전히 숨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엄마는

조금 떨어져 기다려주려고 애쓴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 작은 조정 덕분에

우리는 아직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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