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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고 자라고 시들고 지고 씨앗으로 돌아가기

by 나니

취업상담을 진행하다가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오늘 취업상담에서 많이 억압되어 있는 듯한 학생을 만났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며 가정사를 말하기 싫다고 했지만 어느정도 언지는 주었다. 그리고 상담내역을 확인하니 이게 사실인가 할 정도의 가정환경이 설켜있었다.


억압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환경임을 알게 되었다. 먼저, 상담을 한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가정환경도 환경이지만 대화를 해보면 횡설수설을 많이 한다는 것을 전해들었다.


같은 반 친구들과도 의사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많고 본인과도 이야기가 잘 안된다고 했다. 평소에 지나가며 본 모습은 나름 잘 얘기하고 그러던데 속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그렇게 하염없이 우는데 엉엉 우는 것도 아니고 소리내지 않고 끅끅대며 분노를 삭히며 우는 게 보였다. 손으로 눈을 틀어막고 우는데 아마 집에서 저렇게 많이 울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무말 없이 계속 죽일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 때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혼자 추스리고 수업 들으러 들어가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 앉아 다시 돌이켜보니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꽃이 한창 필 나이에 타인, 환경처럼 자신이 제어할 수 없어 길을 걷지 못한다는게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지.


자식이 하고싶다는 것을 해주기 위해서 팔, 다리 하나 내어주지는 못할망정 자식이 시간 팔며 벌어온 돈을 오히려 빼앗아 간다는 게 얼마나 추악한 짓인지. 부모를 위해 하고 싶은 것과 꿈, 목표를 포기하고 오로지 돈만 벌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근데 내가 능력이 안되어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일 때 한없이 무기력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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