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상담을 하고 여기저기 취업 서류를 내보면서 어느순간 내 손을 떠나는 학생들이 있다.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취업을 하는데 지치고 힘들어서 쉬려고, 지금 장기 해외 여행을 조금이라도 젊을때 떠나려고, 아르바이트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살만해서 취업은 고려하지 않아서 등등. 이중에서 취업을 준비하다 지치고 마음을 다쳐서 떠나는 학생들이 가장 신경쓰인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어서 비슷한 분야로 이전에 취업한 사람들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받아내 예시로 보여주며 같이 취업 준비를 한 학생이 한명 있었다. 30대 중후반으로 나이가 조금 있고 이미 전 직장에서 팀장으로 지낼만큼 사회생활도 왠만큼 한 학생이었다.
기존 직무를 버리고 아예 새로운 직무로 전직을 희망했고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다. 나도 포트폴리오 예시를 여기저기서 받아내가며 보여주었고 상담도 평소보다 더 무겁고 진중하게 임했다. 나이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 하여 30대 초반까지 신입으로 취업한 사례까지 보았으니 겁먹지말고 겁나더라도 노력은 해보자고 했다.
4개월 가량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점점 이 학생은 나를 떠나갔고 쉬고싶다는 말만 했다.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6개월이 다되어 취업 지원이 끊길무렵 카톡이 왔다. 드디어 취업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같이 기뻐해주었다. 그동안 이력서를 넣을 때마다 연락이 오지 않아 상심이 컸고 마음을 많이 다쳐 한동안 무기력하게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연락도 피하게 되고 하고 싶지 않아 연락을 다 차단했다고 했다. 그건 상관 없고 그저 취업을 한 것에 축하한다는 말만 건냈다.
우울에 빠져 취업은 못할거야라고 되뇌이기만 했던 시간 속에 그나마 남아있던 힘을 붙잡고 이력서를 더 넣었다고 했다. 그 중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보고 느낌이 괜찮아서 입사 확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보다 늦은 나이에 신입일 수도 있고 입사하고 내 선배가 나보다 나이가 적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처음은 있고 처음이 지나면 어느순간 나도 위에 올라가 있을테니 우리 맘 고생한 만큼 앞으로 웃기만 하자는 대화를 했다.
이렇게 나락속에 빠지다가도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팽팽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나도 걱정은 없다. 알아서 잘 할테니.
하지만, 회복탄력성이 탄력이 사라진 고무줄 같은 학생들은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더 좋은 직업상담사가 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