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취업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 궁금증이 아니라 스스로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심리적 단서로 해석될 수 있다. 상담사에게 취업 가능 여부를 확답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방어적인 표현이다. 마치, 사주 분석을 보고 내 직업과 연애 운등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마음과 비슷하리라 본다.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록 저런 류의 문장을 많이 들어봤다. 저도 가능한가요? 제가 될까요? 와 같은 말은 혼란과 무력감 속에 자리잡혀 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상담때 메모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이력서와 자소서를 써야하고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지 예시와 포트폴리오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 뭔지를 설명하는데 중요하지 않은 정보처럼 넘긴다. 아마, 스스로 취업은 어렵다는 것을 80%정도 단정짓고 혹시 모르니 상담은 받아보자 하는 심정으로 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결정은 이미 내렸고 그 결정에 대한 형식적인 확인만 받으러 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럴땐 열려있는 출구로 상담을 마무리 짓는다. 혹시 이력서 돌려보다가 답답하면 나에게 연락하라고 하거나, 문득 자다가 다른 직업이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카톡하라고 말한다. 사실 연락이 오는 친구는 잘 없다. 스무명에 1명 남짓?
취업 준비를 위해서 포트폴리오 예시를 보여주고 설명을 할때, 사례와 스스로를 비교 후 안될 거 같으면 바로 마음을 닫아버린다. 그런 의도로 한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단정짓는다. 그렇다고 취업 사례를 보여주지 않으면 자기 객관화가 잘 되지 않아 본인도 충분히 가능하다 믿고 실력을 올리지 않는다.
현실을 보여주면 자존감이 무너지고, 현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착각 속에서 헤맨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상담사들이 겪는 딜레마일 것이다.
이때, 핵심은 비교가 아니라 경로 제시라고 생각한다. 예시 포폴은 비교해서 기 죽게 하려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경로를 만들기 위해,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제공된 거라는 걸 자연스럽게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은 쉽다. 포폴 보여주며 너도 할 수 있으니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단기플랜을 짜준다. A실력을 올리기 위해 지금 한달간 해야하는 과제와 B 실력을 올리기 위해 2달간 매일 한시간씩 해야하는 과제를 정해준다. 근데 왜 안하는건지.
변화가 두려워 지금 내상태가 부족함을 인정하면 진짜 뭔가 해야만 할 것같은 압박에 외면하고 모른척하다 시간만 끌고 포기하는 것인지, 난 원래 안된다며 아예 희망이 없어서 안하는 것인지 당사자가 아니니 알 수는 없다.
믿음을 주는 상담사가 될 필요가 있다. 왜 안하는건지 하는 말 뒤엔 내가 너한테 얼마나 진심인데 넌 왜 몰라주냐라는 말이 숨어있다. 현실을 마주할 힘을 길러주는게 필요하다. 근데 그게 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