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들어선 사람은 쉬어야 할까, 아니면 계속 사회 활동을 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누구든 고립되지 않도록 최소한 사회 연결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고용 정책 홍보 포스터를 보았다. 60대이상 시니어를 채용하면 1명당 월 얼마 금액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 정책은 효과가 있을까?
해당 자치구에 전화해서 직접 물어본 것도 아니고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업상담사로서 내가 피부로 느낀 점은 이거다. 회사입장에서 사람을 고용할 때, 시니어를 고용 후 지출해야 하는 인당 금액을 전액 지원해 줄 것이 아니라면 시니어를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 신입, 어리고, 최저 연봉으로 시작해도 되는 사람을 뽑는다. 보기엔 따뜻한 정책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노인을 위한 정책은 있지만 노인을 위한 구조는 없다.
시니어 재취업. 나는 이런 제도를 생각해보았다.
시니어에게 단순히 일자리를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다룰 내용은 같은 시니어 세대가 관계자이자 소통연결자가 되어 해결하도록 하는 네트워크이다.
주말마다 공원에 러닝을 하러 가는데 눈이 오는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공원 벤치에 노인들이 앉아있다. 사람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군가와 친해진다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혼자일 수 있다.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역할을 시니어끼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니어가 시니어를 돕는다]
시니어 정책은 대부분 젊은이가 노인을 돌보자라는 발상이 많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노인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들을 이해하는 건 그들 나이또래 뿐이다. 이 발상은 우리 할머니한테 배웠는데 할머니는 눈과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점심을 먹고 노인정에 갔다가 저녁 여섯시에 돌아온다. 노인정에서 고스톱을 치고 간식을 나눠먹고 TV를 같이보며 이야기도 한다. 그들이 노인정에 찾아가는 이유는 그들끼리 공감하고 그들끼리 서로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래가 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업, 시니어매니저]
그래서 같은 시니어들이 그들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나는 이 직업을 '시니어매니저'라고 부르고 싶다. 시니어매니저는, 각 동마다 홀로있는 노인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노인들간 서로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노인정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전산업무 등으로 현장 방문이 어려울 때 이 시니어매니저를 활용하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고 노인의 사회활동은 복지 정책 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홀로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이 서로 친해질 기회를 주고 그들이 다같이 모여 파크골프를 치거나 소모임 활동을 한다면 고독사와 복지 사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현실 적용 문제]
현실을 고려해야할 부분도 있다. 시니어매니저의 역량 확보 문제이다.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노동은 필연적으로 사람과 사람관계에서 부딪힘이 일어난다. 그래서 아주 처음 1기 활동을 할 때에는 사회복지사와 함께 시작하거나 추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시니어매니저는 적절한 소통 교육과 활동 매뉴얼, 그리고 DB를 관리할 수 있는 전산활용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체계도 필요하다.
시작은 어려울 수 있지만 해당 제도는 일자리 창출과 노년기 사회화 재설계 측면에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시니어매니저로 채용되지 않은 노인도 사회활동을 할 수 있고 시니어매니저로 채용된 노인도 사회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아이디어는 고령화 정책 제안 공모전에 제출한 상태인데 뽑힐 지는 모르겠다.
노인 복지는 앞으로 노인들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구조로 가야하지 않을까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다. 젊은이가 노인을 감당하기에 노인이 많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제 물어야 한다. 노인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가 아니라, '노인이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까'를.
돌봄 주체가 바뀌는 순간, 우리 사회는 늙어도 고립되지 않는 길로 들어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