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특강을 청강하러 갔다가 옆자리 여성분이 말을 걸어왔다. 강의 중간 내가 대답했던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다. 하지만 자주 본 친구인 것처럼 나에게 주절주절 모든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본인 진로 이야기, 가족사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 인생 실패담까지. 사실, 처음엔 흥미로웠다. 나와 다른 삶. 나처럼 실패했지만 다르게 실패한 삶. 그런데 한시간 정도 지나니 나도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내 귀에 박히는 말들은 모두 푸념이었다. 저주에 가까운 푸념. 모두 부정적이었고 거짓말로 가득차 있었다. 취직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실은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헤어진 연인에게 미련이 없다고 했지만 말하는 중간에도 SNS를 염탐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같아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신세타령만 듣고 있자니 내 존재도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귀에 때려박히던 말소리가 없어지니 미간이 서서히 풀렸다. 호로록 소리만 들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속 얘기를 터 놓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당한테 가서 점괘로 한풀이 하듯 미친듯이 울분을 토해냈었다.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뭐, 얼마나 힘들고 삶이 고달프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 속 이야기를 다 터놓나 한다.
그저, 모두가 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