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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해 Feb 08. 2022

어쩌다 방송 출연

육아휴직 맘 EBS 방송 출연


둘째 아이 출산하고 “EBS  부모”를 재밌게 보곤 했다.  보면 볼수록 방청객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워킹맘 편”  방청객을 신청했는데 작가에게서 참석해달라는 회신을 받았다. 드디어 촬영이다. 긴장되고 입이 쩍쩍 말라갔다. 카메라가 돌면 흠칫 나를 비추는 것 같아서 몸 둘 바 몰라하고 있었다. 


“직장 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셨죠?"

"본인이 겪은 사례를 이야기해주실 있으신가요? “


아뿔싸. 내 손이 올라갔다.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큰 아이 유치원 때였어요.

유치원에서 단체로 냇가에 물놀이를 가기로 했는데, 비가 와서 연기되었고 그 뒤로 유치원에서 연락을 다시 준다고 했고, 잊고 있었어요. 그러고 일주일이 지났죠.  여느 때 처럼 아이를 데리러 가니깐 그날 물놀이를 다녀왔다는 거예요. 수영복도 없고, 수건도 없었는데 어떻게 하셨어요? 하고 여쭸어요.


“아 어머니, 그냥 팬티 입혀서 수영했어요. 지금 팬티가 젖었을 거예요. "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팬티 바람에 여자 친구들도 있었을 텐데 미안함에 제 얼굴이 화끈했죠.


두 번째 사건은, 일 학년 때인데 아침에 담임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어머님, 아이가 학교를 안 왔어요. 혹시 아픈가요?”

"네? 지금 할아버지 댁에 있는데요” 

"아이고 어머니 오늘 개학이잖아요. 할아버님께 아이를 학교로 데려다주실 수 있으실까요? "

“네네. 선생님, 죄송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시아버님이 아이를 학교 데라고 가서 저 대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오셨죠.

이렇게 큰 일을 자주 놓친 뒤 어쩔 때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두서없이 말을 마치긴 했지만, 괜히 말했나 싶은 후회가 밀려왔다. 아이고~ 저런~ 어쩌나 이런 감탄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아동학 박사님이 마이크를 넘겨받으셨다. 


누구나 실수하지요
 엄마의 실수가 아이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엄마의 자존감을 지켜 나가도록 하세요
아이에게 고스란히 투영되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 영상을 아무도 안 봤으면 하고 기도를 했다. 내 치부도 보였겠고,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아뿔싸! 사촌동생이 전화 왔다. 잘 봤어요 언니 텔레비전에 아는 사람이 나오니까 신기하네요, 말씀 잘하시던데요~ 다시 봤어요. 속으로는 더 이상 말하지 마, 제 발 전화 끊어줘라고 말하고 있었다. 


EBS에서 몇 명을 뽑아 선물을 보내줬다. WHY 만화책 30권이었다. 출연료 받은 것만도 고마웠는데 내가 한 일에 대한 보상 치고 너무 과분했다. 


아들 ~아들~ 너를 위한 선물이야!
  시시해 그 책 안 읽어


결국 만화책 30권은 육아휴직 동안 나의 필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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