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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해 Feb 19. 2022

고3 아들 대신 엄마가 대학을 가다

입시생 아들을 두고 유학 떠난 엄마


미국에서 리테일 담당 임원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

우리 사무실 근처에 묵게 된 그녀는 한국 리테일 조직 및 인력운영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싶었다.

나는 영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한 나 자신이 초라했다.

며칠 사이에 내 후반부 인생에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미치듯이 달려들었다.

방법을 찾기 위해 매일 유튜브와 인터넷 서칭을 밥먹듯이 했다.

그러던 중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유투버 영상을 보게 되었다.

엄마가 공립대학에 다니면 자녀는 무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도 공부하고 딸도 공짜로 유학을 하고 나를 위해 준비된 근사한 조건이었다.


고3 아들의 엄마임을 포기해야한다  
S전자의 연봉을 포기해야 한다
아픈 엄마의 약수 발을 누군가에게 떠 맡겨야 한다


내가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캐나다에 가야 하는가를 매일매일 생각했다.

밤마다 생각이 났고, 바쁜 회사 시간에는 잠시 잊었다가 퇴근 무렵에는 다시 생각에  봉착했다.  

내 마음이 어떠한가 되물을 때마다 100번 중 98번은 나는 가고 싶다고 말했다.




퇴근길에 막내 시누이를 아파트 벤치에서 보자고 했다.

미국 유학 경험도 있고, 영어 학습지 선생님도 했던 터라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누이는 잠시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언니 생각 잘했어. 바로 준비해서 가. 언니도 하고 싶은 거 할 때가 되었잖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메시아 같았다.

“너는 가야 하느니라. 네 인생을 개척하거라”


남편은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갔다 오라고 한다.

일본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아들도 대 찬성이었다.

그렇게 한둘 가족에게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유학 진행을 위해서 나는 밤마다 필요한 정보들을 취했고, 네 시간 정도로 잠을 줄여서 생활했다.  


부서를 맡고 있는 부서장이었으므로,  이후 인사에서 내 보직을 누군가에게 배치해야 하는 점을 미리 알렸다. 인사 면담을 마치고, 나는 우리 직속 임원께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네가 대학을 간다고? 너 힘들건대."

그렇지만 내 의견을 존중하고, 준비 잘하라고 하셨다.

섭섭했지만 회사에서는 나를 잡지도, 설득하려고도 안 했다. 그런 것이 회사의 섭리이다.

육아휴직과 자기계발 휴가로 2년 반의 휴직의 길에 들어섰다.

아들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 한 장을 써 놓고 8살 딸과 함께 출국했다.


2020년  어학과정을 거쳐 9월 컬리지에 입학했고,  22년 현재 4학기 마지막 수업을 듣고 있다.

한편, 아들은 고3 졸업과 동시 카투사로 군 입대했고 계속 대학입시를 준비 중이다.  


고3 대신 대학에 간 엄마
 드림 컴 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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