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해 Feb 22. 2022

열 살 아들이 밴쿠버를 보내달라고

아들의 캐나다 유학 이야기 그리고

1) 캠프 3개월 


첫 아이는 부모들도 서툴다.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육아에 대모든 정보가 뒤쳐졌다. 시부모님이 유치원을 정해주시는 대로 보내기도 했다. YMCA 스포츠 아기단에서 수영을 배우고, 학교 방과 후에서는 아이가 하고 싶은 운동이나, 과학, 바둑 같은 것을 시켰다. 그저 평범한 서울 초등학생이 되었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속셈학원, 피아노 학원을 돌고, 서초동에 있는 어학원을 갔다.

어학원에서 들었는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해 캐나다 밴쿠버 캠프를 보내달라고 했다. 당시 둘째를 나은 터라, 큰애가 어학연수를 가는 것은 나와 너를 윈윈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밴쿠버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10주를 보낸 아들이 돌아왔다. 영어실력? 정확한 판단은 안서지만 귀가 조금 열린 수준이었다. 친구들과 놀면 소통하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놀랍게도 10살의 눈에는 많은 것을 담아왔다.

좋았던 점들을 매일 나열하기 시작했다. 아흔이 되신 옆집 할머니, 야구를 같이 하던 친구, 홈스테이 가족들과의 여행 이야기 등등 그리고 다시 캐나다에 꼭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네가 공부를 잘하면 다시 보내줄게”

엄마의 흔한 거짓말로 마무리되었다.


아뿔싸. 5학년이 되자 다시 캐나다 캠프 3개월을 보내달라고 했다.

거역할 수 없는 것이 왔구나.


"갈 거면 일 년은 있어야지, 일 년 다녀와"

남들은 부모랑 떨어지기 싫어한다던데, 그 녀석은 너무 신나서 했다. 공항에서 아들 녀석을 배웅해주고 오는 길은 시원 섭섭했다.




2. 유학 10개월


남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면 애기라고 하지만,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미 10살 때 가봤고, 다시 그 홈스테이에 머물기 때문이다. 유학원은 가정적이었다. 방과 후에 유학원에서 영어 공부와 수학 공부를 하고, 간식을 먹었다. 생일도 챙겨주고 떡볶이라든지 김밥이라던지 아이들이 좋아할 것들이 잔뜩 했다. 주말에는 홈스테이 부모님과 교회를 간다던지 바비큐를 먹는다던지 같이 일상을 같이했다. 홈스테이 집에는 누나 두 명과 형 명이 있는데, 우리 애와 3살 정도 차이가 나서 진짜 형처럼 잘 지냈다.


한 번은, 유학원에서 수학경시대회에 내보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학원에 있는 아이들을 모아서 따로 집중 공부를 시킨다고 했다. 공부시켜주시는 분은 한국에서 수학전공 교수님이라고 하셨다. 수학경시대회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학원에서는 보기 드문 실적이라며 칭친해줬고, 어떨껼에 아들은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다.

 

10개월간의 유학을 마치고 아들이 돌아왔다. 키도 크고 살도 찌고 그리고 마음도 커져서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 짐을 푸는데, 보내준 캐나다 과자와 선물들이 흥겨웠다. 학교에서 공부 해던  책, 공책 그리고 성적표들이 들어있었다. 빨래를 못하고 그냥 보냈다는 홈스테이 엄마의 편지도 정겨웠다. 아이들은 하나하나의 캐나다 추억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데, 일주일 내내 " 캐나다에서는 말이야~"를 들어야만 했다.


아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이 있다며 책자를 보여줬다. 밴쿠버에는 BCIT 항공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이 학교만 나오면 취직도 잘되고 다 알아준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2~3년제 대학이었다. 그래도 4년제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겠어? 여긴 우리로 보면 전문대인데 4년제 한번 생각해봐.

" 엄마! 4년제 대학 나오고도 취직하고 싶어서 BCIT로 온 단말이야. 여기 좋은 데야."

" 대학 가려면 멀었으니 천천히 생각해보자"


중학교도 안 간 녀석이 대학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기특했지만, 목표가 너무 낮은 것 아닌가 내심 걱정되었다.

초등학교 아이는 꿈을 키우고 있는데, 엄마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온 초등학교 6학년은 그저 다른 엄마들처럼 영어학원에 다시 보내졌다.


얼마 후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의 영어공부 방법은 굉장히 특이했다.

( 다음 매거진에...)

매거진의 이전글 고3 아들 대신 엄마가 대학을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