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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해 Feb 21. 2022

보내주세요, 외국어 생활관

10주간의 영어 감옥에서 더욱 배고파지다

1. 보내주십시오


매년 두 번 이상 신모델이 나오다 보니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잦았다. 그곳에 가면 주눅 들어온다. 왜냐하면 영어로 진행하는 회의라 못 알아먹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질문은커녕, 대답도 못했던 내 실력에  충격받고 영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영어와 인터넷 보며  공부하는데 될 턱이 없었다.  


무작정  보스를 찾아갔다.


“사업부와 일을 하려면 영어실력을 높여야겠습니다

 외국어 생활관( 이하 외생관)이라는 제도가 있으니 저를 선발해 주세요”

“얘가 뭐라는 거야?, 가서  일이나 하세요.”

부탁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란 걸 안다. 그래도 간절하기에 말해야 했다.


보스에게 아침마다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굿모닝, 투데이 이즈 서니 데이”

" 제 뭐라는 거냐? 왜 그래? "


영어로 인사하고 내 자리로 왔다.  일주일을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한번 던져놓으니 이제 독촉하기는 쉬었다.

틈만 나면 내가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지금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했다.

회식 날은 내게 주워진 제대로 된 찬스였다. 서투른 영어로 보스에게 솰라솰라거렸다.

엉망진창 영어는 이내 안주거리가 되고, ' 집어 쳐, 그만하시지' 타박을 들었다.




2. 보내졌다


반년 동안의 결실로 외국어 생활관(이하 외생관)에 10주간 보내졌다.  세 달의 시간은  잘 때 빼고는 매시간 영어로 말해야 하는 고통을 줬고 5살짜리 꼬맹이는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야 했다. 반 편성을 받았는데 중간 정도 수준이었고 우리 반에 약 10명의 동기들이 있었다. 누구는 간절히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왔고, 누구는 휴가처럼 포상을 받아서 왔다. 각자의 이유로 우리는 영어 감옥에 갇혔다.


외생관은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민속촌에 가서 영어를 쓰며 외국인 시늉한 것이며, 몇백 명 앞에서 개그맨처럼 발표한 것이며, 반 친구들끼리 광고 영상을 찍은 것 등을 하면서 영어가 재밌어졌다.


가장 잊지 못하는 S 호텔 그룹장은 내 짝꿍이었다.  영어의 갈망이 세계 최고였고, 그가 외운 가족 소개와 아이를 잃어버렸던 사건을 세 달 내내 매일 들어야 했다. 영어는 용감해야 한다고 하지 않은가? 위트 있는 그룹장은 나이 서열 일 순위였지만, 다이내믹한 용감함으로 영어가 많이 늘었다.


룸 메이트는 나와 동갑이었다. 해외 주재원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가 가기로 예정이 되어있는데, 영어 점수가 안 나와서 외생관을 오게 되었다. 매일 저녁 중얼중얼 뭔가를 계속 따라 하고 듣고, 또 쓰고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다. 주말마다 학원도 다니고, 한 달에 한 번씩 영어 시험을 봤다. 그래도 말하기 2급 점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머니 상을 당했다. 일주일간 상을 치르고 다시 돌아온 그녀는 눈물로 힘들게 영어공부를 했다. 수차례 시험 끝에, 2급을 땄고 한 달 뒤 주재원으로 파견 나갔다.


엄마가 나에게 선물을 주셨다고 했다


나 또한 더 잘하 싶어서 밤에는 아들에게 영상통화로 고액 과외를 받았다.  아들은 너무 무섭게 나를 가르쳤다. 발음이며 외우지 못한 것에 대하여 쓴소리를 거침없이 했다. 너무 몰아붙이는 바람에 왈칵 눈물 흘렸더니 놀랬는지 그 뒤로는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혼나면서 배운 그 문장 아직도 가슴에 사무쳐있다. 갖은 발악을 하며 외생관을 졸업했고  3급이었던 영어 말하기 시험(OPIC) 점수는 2급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영어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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