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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해 Feb 24. 2022

양대 술주정뱅이 차장님

선배의 주사


1. 거지발싸개, 똥 한 바가지 퍼부어라


공공의 적이 있었다. A 차장, 매우 똑똑하셨고 추진력이 있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하느님은 공평하시다는 말이 딱 맞다. A 차장에게는 현명함과 동시에 치명적 주사를 주셨다.

술을 먹으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변했다.  그분에 대한 소문은 너무나 무성했다.


같이 맥주를 먹을 때는 우비를 입고 먹어라, 맥주를 머리에 붙는다더라.
'똥을 한 바가지 퍼다 부을 놈 아'라는  말과 함께 뭘 던진다니 피해라
야 이 사람아 하면 그 자리를 피해라. 살고 싶으면.


이런 식의 이야기였다. 설마 그런 일이 나에게 닥칠지 모르고 나는 소문을 즐기고 있었다.  밤에 전화가 왔다. A 차장이다.  9시가 넘어 막 집에 도착해서 쉬고 있는데, 잠시 나올 수 있는 냐는 것이다.  거래선  점장과 같이 있는데 우리 부서 직원도 있고, 술 한 잔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 집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였다.  망설이다가 잠시 들르지 뭐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갔다.


가보니 생각하는 만큼 음탕한 노래방은 아니고  널찍한 방에서 한 사람은 노래하고, 둘둘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전혀 흥나 보이지 않았다.  탬버린 치다 말다 하면서 동료들하고 수다 떠는데, A 차장이 내 옆에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팀장님 애첩이지? 뭘 잘 보였냐? 너는 거지발싸개 같은 짓만 한다며? "

"그러지 마시죠" 낮은 목소리는 칼처럼 그에게 향했다.


나는 자리를 일어나려고 했는데, 뒤에서 계속 너는 팀장이 잘 봐줘서 좋겠다는 둥 시부렁대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 성질을 내며 꽥 소리 질렀다


"그 입으로 다시 그런 소리 해봐 쫙 찢어 버릴 거야"


같이 있던  거래선 점장이 나를 말렸다. 벌떡 일어섰다. 서봤자 키도 나만 한데, 어쩌려고 하면서 속으로 겁도 났다.  그 방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택시를 탔는데 화가 안 풀린다. 차를 돌려 노래방으로 다시 갔다.


"너 내일 두고 봐 "  다시 한번 경고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참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몇 가지 시나리오가 머리에서 뱅뱅 돌았다. 부서장에게 말해? 인사부에 말해? 팀장께 보고해?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일단 출근하면 어찌 흘러가겠지. 어두운 분위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평소의 아침처럼 그렇게 키보드 소리와 커피 한 잔 훌쩍이는 소리뿐 조용했다. A 차장을 곁눈으로 찾았다. 출근을 안 했다. 나의 숙제는 다음날로 미뤄졌다.


다음날 나는 A 차장을 만났다. 그는 기억을 못 하는 척했다. 진심인지 아닌지, 그냥 업무 이야기만 했다. 나의 감정은  이미 수 그러 있었고 그 이후로 그 사건을 A 차장과 논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냥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 침 뱉고, 씨불놈아



천사 B 차장이 계셨다.  초짜 신입사원인 나에게 영업을 차근차근 잘 알려주시고, 뒤에서 남몰래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배려는 물론이고, 판단력도 좋으시고, 융화력은 최고이시다. 하느님은  B차장에게도 공평하셨다. 이분에게도 겁나 징헌 주사를 내려주셨다.   분은 술만 드시면 침을 뱉으시고, 방뇨를 하시기도 하시고, 이야기마다 빈정대신다. 그래서 A 차장과 술을 같이 드시는 날이면 두 분이 다투시고, 두 분 다 다음날 출근을 안 하셨다.


우리는 두 분 중 누가 더 주사가 센지를 토론해봤는데, 정말 막상 막 하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B 차장은 이런 주사로 여러 차례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 택시기사랑 싸우거나, 가게 주인과 싸우거나, 지나가던 사람과 시비가 붙거나 걸리는 대로 싸움으로 끝을 보게 된다.  A4용지로 두장의 기록이 다 그러한 시비로 경찰서에 갔던 내용이라고들 했다.


 주사의 전조는 '침을 뱉기 시작'하는 것과 '씨불놈아'라고 시작이 된다.


이 두 분 모두 위태위태한 회사생활을 하고 계셨는데 ,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도 우리에게 저녁 먹자고 할까 봐 두려운 나날이었다.  거래선과의 식사 때는 어김없이 거래중 한 분과 시비가 벌어졌다. 영업담당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라 했건만,  같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하루는 화가 나신 부장님이 출근 안 한 두 차장을 다 잡아오라고 했다. 그리고 두 차장의 의자를 모두 책상 위로 올려놓으라고 하셨다.  A 차장은 행방불명으로 찾지 못했고, 자고 있던 B차장이 소환되었다.

B차장이 술냄새를 풍기며 쭈빗쭈빗 들어오자, 부장님은 구령을 외치셨다.


" 모두 일어서!, B 차장께 박수!!!"


30여 명 직원이 영문도 모르고 박수를 쳤다.  망신을 주고 싶으셨는데,  B차장은 의자를 내리고 태연히 업무를 했다. 마치 심폐소생술처럼 강력한 처방과 회유가 지속되었고 외줄 타는 것처럼  회사를 다니시다가  두 분 모두  퇴사를 하셨다.  어디선가 건강히 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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