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남동생이 있어요. 와이프가 아파서 119 불러야 하는데 한국말이 잘 안 돼서 저희 애들에게 부탁했어요. 그런데 애들이 119를 저희 집으로 불렀고, 경찰이 같이 왔어요.
“아휴 정말 정신없었어요. 다행히 다 돌아갔어요”
라며 덤덤하게 말하는데 놀라기로 보면 내가 더 놀란듯했다. 정말 난처한 상황이었을 것 같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진정되었다. 야투 씨의 남동생 와이프, 즉 동서는 병원에 잘 갔나 궁금했다.
경찰이 동생네 119 불러줬어요.
외국사람들이 살기에 얼마나 친절한 한국 경찰이란 말인가? 그런 와중에 이렇게 헛 출동하면 돈을 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되었다. 따로 물어보지 못했지만, 벌금을 내야 한다는 둥 돈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을 보니 사정을 봐줬지 싶다.
이미 혼비백산 정신이 없을 텐데도 수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약속한 내 시간 한 시간은 어차피 다 마쳐졌지만 매몰차게 안된다고 하지 말자 생각했다. 그런 표정도 짓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병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들을 연습했다. 병원이름도 잘 알고 질병이름도 잘 알고 있었다. 13년 차 한국살이 내공이 빛나는 시간이었다. 왜 이렇게 병원을 잘 아나 했는데, 5명의 자식을 병원에 다 데리고 가봤기 때문이었다. 자식이 많다 보니 병원 갈 일도 남들보다 다섯 배 많았을 테니 말해 뭣하겠는가. 특히 남자아이가 넷이나 되니 소아과, 응급실, 정형외과 단골이라고 했다. 그동안 얻은 것이라면 병원 진료과목과 질병이름을 많이 안다는 것이었다. 막내가 7인데 앞으로 병원 갈 일은 더 이상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다. 3월 말인데 아직도 춥다. 다음 주 수업은 4월의 따뜻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도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