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지만, 곧 낯설어질 것들
1.
"휴대폰 케이스를 어떻게 끼는 거냐?"
아버님이 물으셨다.
휴대폰 뒤에 끼우면 되는 것을
물으시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
이내 내 눈앞으로 보여준 것들을 보고 이유를 알았다.
새로 산 휴대폰에 젤리 케이스가 이미 껴있었고,
아버님은 선물 받은 케이스를 젤리 케이스 위에 계속 끼우려고
애를 쓰시다 포기하셨던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새 케이스의 귀퉁이를 칼집 내어 벌려 놓으셨다.
아무 말 없이 젤리케이스를 벗기고
이제 못 쓰게 된 케이스를 끼워 드렸다.
눈으로 케이스 끼는 법을 익히셨다.
" 아 그렇게 하는 거구나. 어디 물어볼 데가 있어야지"
2.
" 이리 좀 와서 이것 좀... "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육군장교 할아버님이
나를 보자 반갑게 부르셨다.
갤럭시 워치를 차고 계셨는데, 시계화면과 나를 번갈아 보며 말을 건네셨다.
"이거, 숫자 좀 제대로 보이게 해 줄 수 있어요? "
가만 들여다보니, 워치페이스의 모양이 귀여운 숫자로 되어있고
3,6,9의 뚱뚱한 그래픽에 시침과 분침이었다.
"어르신, 제 시계처럼 해드리면 될까요?"
"응, 이거 좋네, 난 숫자만 다 나오면 좋아요."
능숙하게 워치페이스를 꾹 눌러, 여러 화면을 돌려서 보여드렸다.
원하시는 워치페이스를 골라드리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할아버님은 할머니와 시계화면을 꾹꾹 눌려가며 연습하고 계셨다.
내 쪽을 보시고 머리 위로 엄지를 보이셨다.
나도 엄지를 보여드렸다.
3.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메일 보낼 때 다수에게 보내는 연락처 메뉴를 못 찾거나
이메일 본문을 꼼꼼히 읽고도 어떻게 신청하라는 건지 모를 때,
무슨 말을 들었는데 금방 잊고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는 경우 말이다.
옷가게에서 결제한 옷을 상품 매대에서 픽업하면 된다고 했는데
상품매대를 찾아 십 분도 넘게 헤맸을 때도 그렇게 느꼈다.
모르면 최대한 자력으로 찾아봐야겠지만,
이 또한 편한 게 좋다고 다음 세대들을 괴롭히게 될까 봐 미안하고 두렵다.
어르신들과 내가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앞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별 것 아닌 나의 지적 재산을 나눠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