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삶에 대해 기록하다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니더라도

by 무름

버스의 창가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은 뿌옇었다. 비와 눈으로 범벅졌던 창문들 때문에 시야가 탁해졌다. 창을 통해 바깥을 보는게 유일한 버스의 재미거리였던 나는 기분이 조금 상했다.


기사님의 라디오에는 재즈스러운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는 버스기사는 오랜만이라 흥미롭게 감상하려던 찰나였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애송이들의 축구얘기와 담임선생님에 대한 뒷담화가 들렸다. 남고생들의 객기 섞인 말투와 욕설에 나는 기분을 잡쳤다. 왜 저 나이 때의 애들은 저렇게 더럽게 대화하는 걸까. 나도 저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나의 고등학생 때를 반추했다.


그렇지만 나는 도저히 그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일지도 몰랐다. 저런 녀석들은 커서도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난 그냥 양쪽 귀에 이어폰을 꼽고, 책을 읽기로 했다. 장 그르니에의 섬을 몇 장 읽으며, 어쩌면 난 그들과는 다른 종류의 인류라는 걸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오후 5시 경에 집으로 복귀하는 버스 안의 내 상황이었다. 오늘은 4시 출근을 하여 10시 퇴근이었으나, 예상 외로 주문이 없고 콜센터 직원은 많아서 날 조퇴시켜주셨다.


조퇴는 보통 다른 사람들은 싫어하는 듯하다. 일하러 와서 일찍 보내는 거니 그럴만도 하다. 반대로 나에게 일은 목적이 아니고, 무언가를 하고있다는 명분이 중요한 사람이라 조기퇴근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윗사람들도 그걸 아는 눈치라, 가끔 나에게 조퇴를 물어보곤 한다.


그래서 오늘은 돌아가는 길에, 던킨 도너츠를 살 수 있었다. 항상 사먹어봐야지 하고, 이사 후 2년이 흘러서 겨우 구매했다. 항상 타이밍이 맞지않아, 저녁 쯤 퇴근할 때에는 살 수 없었다. 이것도 전부 조퇴 덕분이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요리를 해서 먹었다. 카레와 김치콩나물국을 해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사실 카레는 기본적인 제품에 내가 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반면에 국은 처음부터 요리해서 먹었기에 더 맛있었다. 역시 요리는 정성이다.


정성스럽게 하고 있는 건, 지금 취업 상담도 그렇다. 일단은 다음주 월요일에 상담을 하기로 되어있다. 취업 상담을 받기 전에 다니고 싶은 디자인 학원에 직접 찾아가, 학원 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왔다.


컴활 엑셀 자격증하고, GTQ 포토샵 자격증을 필두로 하는 기본적인 수업을 추천받았고, 2월달부터는 다닐 예정이다. 다음 취업 상담 때는 아마 내일배움카드를 만들게 될 것이고, 취업지원금도 받게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일은 1월 말까지만 하고, 2월부터는 그만두기로 했다. 학원으로 가득차서 도저히 다닐 수도 없고, 주말에 시간이 조금 빈다 하더라도 좀 쉬고 싶었다.


조금씩 전진하는게 눈으로 보이니까 살 것 같았다. 뿌옇게 보이던 버스의 창가 자리같았던 내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음악 감상을 방해하던 남고생같은 사람들도 주위에 있었다.


그러나 난 그 모든 것을 이겨냈다. 내 시야는 뚜렷하며, 명쾌했다. 또 나는 근본적으로 그런 저열한 자들과는 다름을 증명했다. 아직은 미약하다만, 그 끝은 창대할거라 믿고 나아가려한다.


2026. 01. 15. 목요일을 기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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