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와 빌 에반스

이해받고 사랑받으려면 먼저

by 무름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뭐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주제가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음.. 그냥 뉴진스 음악 좋아해."라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곤 했다. 사실 뉴진스건, 아이브건, 스페이스 X걸이건, 유행하는 아이돌 음악이면 뭐든지 상관없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류이치 사카모토나 빌 에반스 같은 거장들의 음악이다만, 그런 것들을 말해버리면 약간 이상한 느낌의 사람이 되어버리곤 했다. 누구나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타인의 시선에 맞춰서 자신을 검열하는 일 말이다.


그런 지긋지긋한 일들이 싫어서 난 사람을 안 만나게 되었다. 타인에게 자신을 맞추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러고는 이런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면서, 카톡 프로필 뮤직에는 앞서 말했던 거장들의 음악으로 설정해놓곤 했다. 그리고 혼자 또 생각에 빠졌다. 난 오해되고, 외면받는다고.


"그것이 무서워서 사람을 만나지 않다 보면 널 이해해 줄 사람은 영원히 못 만날 거야." 아버지랑 얘기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그러니까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널 맞추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때는 "말은 쉽지, 그게 그렇게 안 된다니까. 눈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고."라고 했지만,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무서워, 거짓된 가면을 쓰고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고는 꾸며낸 겉포장지가 뜯어질 때쯤에 타인을 멀리하곤 했다. 매번 이런 식이니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나란 사람을 드러내고 '이런 나라도 좋아해 줄래?'라고 솔직하게 말해볼 걸 그랬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날 좋아해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에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이렇게 말해보려 한다. "좋아하는 음악가는 류이치 사카모토와 빌 에반스예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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