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검은 잉크에 물들어도 하얀 종이처럼

by 무름

좋은 것들로만 가득 담은 종이에 찰나가 될 잉크를 갖다 댄다. 그리고 번져가는 노래는 내 우울이다.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다. 단지, 동떨어진 사막 같은 황량함이 날 감쌌을 뿐이다.


난 메말랐고, 또 목이 마르다. 그래, 난 목이 마른 것이다. 찬란한 아침 이슬의 녹색처럼 마시고 먹고 즐겨야 한다. 이 시간의 덧없음을 깨달은 이후로 난 즐거워야만 했다.


글귀 속에 자리 잡은 내 마음이 추레하게 비치면, 난 죽음의 향기를 맡을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단정하게 빼입은 양복처럼 모양새 있게, 또 그런 느낌이 영원하게 이어지길 바라면서, 단단하게 잉크로 내 마음을 고정하기로 했다.


고된 작업 속에서 마음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은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였다. 속에 감춰 둔 날개를 펼쳐, 그 아름다움을 목도했다. 그러니 날카로운 이에 피를 묻혀가며 싸웠던 과거는 이제 작별이다.


예술이란 어른들의 유일한 신선놀음이니. 내 우울이 그 신성한 낮잠을 방해하지 않기를 빈다. 하지만 내 나약한 정신은 피아노의 선율과 피 묻은 주삿바늘에 의해 분해되는 약품 같은 이라, 난 이것이 걱정이다.


오감이 무뎌질 때, 나는 비로소 온전한 정신을 얻겠지만 그건 숙면이나 동면 따위를 넘어선 영면이나 다름없겠지. 그래서 이 요동치는 심장을 기록해야 한다. 나 여기 살아있음을 모두에게 표한다.


자살,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 그런 욕구가 들 때마다 내 글은 오히려 차분해진다. 나는 지금 깊은 물속에 있다. 그리고 2023년의 7월 29일을 떠올린다. 내가 두번째로 스스로를 죽이려 계획했던 그 초여름의 날을 기억한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주위 가족들의 눈빛이 측은함으로 달라졌을 때, 난 병을 이겨내리라 다짐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기로 했다. 아버지의 눈물을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따져본다면, 난 아버지를 위해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은 이유 없이 죽음을 마주하는 날이다. 사는 게 정말 힘들다. 이 한마디를 적기 위해 빙빙 돌려 말해왔는지도. 이 장소가 있어 다행이다. 내 날개를 쉬게 해 줄 곳은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프다. 슬프고 우울하며 외롭다. 아닌 척해봤자, 다 들켜버리겠지. 그렇다면 당당히 맞설 뿐이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머릿결의 움직임조차 부담스러운 나에게 담배는 어찌나 달콤한지. 이대로 죽는다면, 아버지 담배 하나를 꿔 피고, 던힐 프로스트를 한 갑 핀 채 죽고 싶다.


내 폐가 검해져도, 내 마음은 하얘질 것이다.


그래, 마치 날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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